삼성전자가 차세대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앞세워 시스템반도체 고객사 확대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용 자체 반도체는 그동안 퀄컴 등 외국기업 제품과 비교해 성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다음 반도체에서 약점을 보완해 역대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AMD와 손잡고 AP 더 강해진다, 성능에서 퀄컴 맹추격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이 1월12일 온라인 행사를 통해 5나노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2100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AMD와 협업 등을 통해 자체 반도체 엑시노스 시리즈의 성능 향상을 추진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매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브랜드다. AP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이면서도 스마트폰용 AP를 자체설계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갤럭시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모바일 제품에도 스마트폰용 AP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AP 신제품 엑시노스1080과 엑시노스2100을 선보였다. 두 반도체 모두 최신 5나노급 공정이 적용돼 기존보다 전력 효율과 데이터 처리속도 등이 대폭 높아졌다.

여기에 더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말 엑시노스2100보다 훨씬 뛰어난 반도체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물밑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하던 AMD가 다음 엑시노스에 관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지원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리사 수 AMD CEO는 1일 대만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에 참석해 “차세대 엑시노스 반도체에 관해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다”며 “해당 제품은 AMD 그래픽 설계자산을 기반으로 주력 모바일기기에 '레이 트레이싱(현실에 가까운 그래픽)'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가 성능에서 퀄컴 AP 스냅드래곤 시리즈 못지않은 수준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재 스냅드래곤 시리즈는 안드로이드 기반 AP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시리즈는 그래픽 성능 등에서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운데 절반가량에 퀄컴의 AP를 탑재할 정도다.

실제로 삼성전자 엑시노스2100과 퀄컴 스냅드래곤888 등 최신 AP 사이에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IT매체 안드로이드어소리티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S21울트라를 대상으로 그래픽처리장치 10회 반복작업 시간을 측정한 결과 스냅드래곤888 모델 26.28초, 엑시노스2100 모델 34.43초 등으로 상당한 차이가 났다.

안드로이드어소리티는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의 성능 차이는 이전 세대만큼 크지 않다”면서도 “그래픽 쪽에서는 아직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을 충분히 따라잡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성능 차이는 두 기업이 보유한 ‘고객사 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엑시노스 시리즈가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중국 레노버와 메이주, 비보의 제품뿐이다. 그러나 퀄컴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19개 고객사에 AP를 공급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다음 엑시노스 반도체가 그래픽 성능을 비롯한 단점을 보완하면 앞으로 더 많은 모바일 고객사가 삼성전자를 찾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2022년 초, 이르면 2021년 말 엑시노스2200(가칭)을 선보이고 다음 스마트폰에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IT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더 많은 안드로이드 모바일기업에 AP를 판매하려고 한다”며 “2022년은 삼성전자에 모바일용 반도체 판매에 분기점이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1위를 계속해서 차지해 온 반면 스마트폰용 AP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

시장 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용 AP시장은 250억 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점유율을 보면 퀄컴이 31%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애플 23%,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18% 등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대만 미디어텍과 함께 점유율 10% 중반대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과 화웨이는 개발한 반도체 대부분을 자체 모바일기기에 투입한다. 삼성전자와 AP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기업은 퀄컴과 미디어텍이라고 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