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마무리하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법인 DICC의 사모펀드 보유지분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지 못한다면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를 팔고도 자금 확보 측면에서 실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마무리 남아, 두산중공업 DICC 문제 풀어내야

▲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IMM프라이빗에쿼티, 미래에셋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프라이빗에쿼티 등 사모펀드들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성사와 함께 DICC 보유지분 20%의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발동하겠다는 뜻을 두산그룹에 전했다.

동반매도청구권은 소수주주가 지배주주 지분까지 끌고 와 제3자에게 매각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만큼 DICC 지분 20%도 현대중공업지주에 매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펀드들의 DICC 보유지분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금액은 두산중공업이 부담하기로 정해져 있다. 때문에 현대중공업지주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계약상 DICC 지분 문제는 두산중공업이 해결하기로 돼 있다”며 “원만한 해결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을 직접 진두지휘한 만큼 DICC 지분 처리 문제가 꼬인다고 해서 주식 매매계약이 도중에 취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DICC 지분 문제에 신중한 태도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 주식의 매각대금은 8500억 원으로 예정돼 있다. 다만 두산중공업은 여기서 사모펀드의 DICC 보유지분 문제를 해결하는데 들이는 금액을 덜어낸 만큼을 자금으로 확보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9년 두산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31.5%를 혼자 낸 현금 창출원이다. 이는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 두산밥캣을 제외하고 계산한 수치다.

두산중공업은 이런 알짜 자회사를 매각하고서도 자금을 제대로 남기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이 사모펀드의 DICC 보유지분을 다시 사들여 두산인프라코어를 완전한 상태로 현대중공업지주에 매각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해결책이다.

이 경우 관건은 지분 재매수 가격의 협상이다.

사모펀드들은 2013년 DICC 지분 20%를 3800억 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투자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과 현대중공업지주가 DICC 지분 20%의 현재 가치를 2천억 원 미만으로 계산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대금을 8500억 원으로 책정했다는 말이 나온다.

사모펀드들은 두산중공업과 협상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현대중공업지주가 아닌 제3자를 향해 DICC 지분의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자칫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계약을 흔들 수도 있는 만큼 두산중공업으로서는 협상에서 사모펀드에 상당 부분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

두산중공업이 사모펀드들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지주와도 협의를 거쳐 DICC의 상장을 다시 추진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애초 사모펀드들은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 방식으로 DICC 지분 20%를 사들였다. 이들이 DICC 지분을 시장에 내놓는 방식의 출구를 열어주는 것이다.

다만 이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DICC는 2019년 매출 1조3151억 원, 순이익 1129억 원을 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해외법인들 가운데서도 알짜법인이다.

현대중공업지주에게 DICC는 자회사 현대건설기계가 중국 건설기계시장에서 입지가 미약하다는 점을 보완할 해결책이기도 하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지주는 두산인프라코어의 DICC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두산인프라코어 주식 매매계약에 포함했을 공산이 크다”며 “현재로서는 두산중공업이 사모펀드들의 DICC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5일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보유지분 34.97%를 8500억 원에 매각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현대중공업지주와 맺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기업결합심사 등 과정을 거쳐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작업을 올해 3분기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중공업이 DICC 지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주식 매매계약의 종결시점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며 “충분한 검토를 거쳐 최선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