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경제지주의 유통자회사 통합이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의 사임 뒤 지지부진하다.

새 농협중앙회장이 농축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농업계의 목소리를 유통자회사 통합에 반영할지 주목된다.
 
농협 회장 공백에 유통자회사 통합논의 멈춰, 새 회장 나와야 속도

▲ 농협중앙회 전경.


10일 농협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농협경제지주 산하 유통자회사 5곳의 통합작업이 김병원 전 회장의 사퇴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2월 말까지 통합이 마무리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통합 여부가 불투명하다.

농협중앙회는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유통자회사 통합의 필요성을 지적받은 뒤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유통자회사 통합을 위한 실무검토에 착수하는 등 속도를 내는 듯 했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12월 들어서면서 관련 논의가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경제지주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만큼 농협 유통자회사 통합은 농협중앙회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유통자회사 통합을 추진하던 김 전 회장이 사퇴하고 농협중앙회장 자리가 비어 조직개편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농협경제지주는 하나로유통, 농협유통, 부산경남유통, 충북유통, 대전유통 등 5개의 유통자회사를 두고 있다. 

현재 유통자회사 가운데 농축산물 구매권을 지닌 곳은 하나로유통뿐이다. 하나로유통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은 하나로유통을 통해 농축산물을 들여와야 한다. 유통단계가 늘어나면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신선한 농산물을 시장에 공급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축산물의 유통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지 농가를 비롯해 농협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계속 나왔다.  

급격한 변화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유통시장에서 5개 법인으로 운영하는 현행 체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유통기업들이 매장 수를 늘리며 규모의 경제와 가격 경쟁력을 높이며 소비자 마케팅을 전개하는 반면 농협의 유통자회사들은 5곳이 따로 마케팅을 벌이는 등 유통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뛰어든 예비 후보자들도 저마다 유통구조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음 회장이 선출되면 어떤 방향이든 유통구조 개선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 회장이 유통자회사 통합을 이어갈지 혹은 다른 방식으로 유통구조 개선에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각 유통자회사 노조에서 계열사마다 다른 근로조건과 급여 등을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 등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다만 유통자회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5곳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데 농협 안팎으로 공감대가 형성돼있어 유통자회사 통합 추진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2016년 내놓은 ‘농협경제지주 유통자회사 통합추진 전략’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5개 유통자회사를 통합할 때 기대되는 시너지효과가 통합 이후 5년 누적 454억 원으로 파악됐다. 신용카드 수수료, IT 운영·구축, 상품, 마케팅, 구매 등 분야에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장이 현재 공석이고 중앙회장 선거가 얼마 안 남았기에 유통자회사 통합 논의가 수면 아래에 있는 듯하다”며 “새 회장이 나오면 유통구조 개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