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예비 후보자제도가 도입되면서 예비 후보자들이 지역구도에 따른 ‘합종연횡’ 대신 정책공약을 알리는데 힘을 쏟는 등 정책선거로 바뀌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구도 농협회장 선거에 '정책선거' 새 바람, 젊어진 대의원도 한몫

▲ 농협중앙회 전경.


8일 농업계에 따르면 관행처럼 이어져오던 지역주의 선거 모습이 조금씩 바뀌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존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지역구도에 따라 당락이 결정됐던 만큼 유력한 후보자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정책을 알리는데 힘쓰며 차별성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예비 후보자제도가 도입되면서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에 후보자들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선거운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중앙회가 개설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이나 동영상을 올려 선거공약을 홍보할 수 있게 된 점이 큰 영향을 줬다.

김병국 전 충북 서충주농협 조합장은 상호금융을 ‘지역 농·축협 수익센터’로 혁신해 추가정산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상호금융을 전문 자산운용기관으로 만들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의 경영철학과 정책 및 공약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공개 정책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은 농민 월급제와 농민수당, 농업인 퇴직금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하나로마트의 다양한 운영모델을 개발해 농협의 미래사업으로 키운다는 공약도 있다.

유남영 전북 정읍농협 조합장은 2025년까지 조합상호지원기금 20조 원 조성, 영농자재 취금 품목 다양화, 지역 농·축협 전담 ‘법률종합지원 센터’ 신설, 조합업무 제도개선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지역 농·축협에 중앙회의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다른 예비후보자들도 차별화된 공약을 내걸며 자신을 알리고 있다. 등록된 예비후보는 모두 13명이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정책대결 모습을 보이는 것은 투표권을 지니고 있는 대의원들의 나이가 젊어진 점이 작용했다.

과거 농협조합장이나 대의원들의 나이는 60대 중·후반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 대의원들의 평균연령은 58세로 초선이나 재선 비율이 72%에 이른다.

50대 중·후반의 대의원들은 사회적으로 586세대들이다. 지역구도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이 정부의 WTO 농업부문 개발도상국 포기, 농가부채 확대 등 농촌의 경제 상황 악화에 대응해 차별성을 내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6일과 17일 공식 후보자 등록이 이뤄지고 18일부터 30일까지 선거운동기간을 거쳐 3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간선제로 투표가 진행된다. 전국의 농협 조합장 1118명 가운데 조합장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대의원 293명이 투표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예비 후보자제도가 도입되면서 후보자들이 정책 알리기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지역주의 선거 모습이 아직 남아있지만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