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SK케미칼로부터 분사한 뒤 높은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독자적 백신제조 기술을 갖추고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것이 주효했는데 안 대표는 앞으로 프리미엄 백신을 통해 글로벌 ‘백신 명가’로 자리잡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분사 1년반 만에 '백신명가' 반열에 세우다

▲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분사 1년6개월 만에 백신업계 선두인 GC녹십자를 바짝 추격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대상포진 예방백신 ‘스카이조스터’는 발매 2년 만에 4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약 10년 동안 글로벌 제약사 MSD의 ‘조스타박스’가 독점하던 대상포진 예방백신시장을 양분하게 된 것이다.

스카이조스터는 조스타박스와 동일한 효과가 입증된 반면 가격은 10% 정도 낮다.

또 조스타박스에는 없는 백스톱(주사기 손잡이에 달린 미끄럼 방지 장치)과 루어락(주사기와 주삿바늘 분리를 막는 장치)을 달아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스카이조스터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도 급성장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9년 3분기까지 매출 1283억 원, 영업이익 178억 원을 냈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68.1%, 영업이익은 56% 늘었다. 실적상승과 함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직원 수도 2018년 3분기 411명에서 2019년 3분기 454명으로 1년 사이에 10.5% 증가했다. 

안재용 대표가 2018년 7월 SK바이오사이언스 설립과 함께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1년6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안 대표는 1998년 SK케미칼에 입사해 전략팀장과 백신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C녹십자를 잇는 새로운 국내 ‘백신 명가’로 떠오르고 있다.

백신은 일반적 화학의약품과 완전히 달라 공장을 따로 지어야 하고 진입장벽도 높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GC녹십자 등 특정 제약업체들이 사실상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배양’이라는 독자적 기술을 통해 높은 백신시장의 진입장벽을 넘어섰다. 

기존의 정란(달걀) 백신은 유정란에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해 만드는 반면 세포배양 백신은 동물 세포에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세포배양 방식은 기존 유정란 생산방식에 비해 생산기간을 줄일 수 있고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도 주사를 맞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3가, 4가 독감백신을 세포배양 방식으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는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전적격성평가(PQ)를 획득했다.

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얻으면 유니세프 등 UN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국제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안 대표는 향후 프리미엄 백신에 초점을 맞춰 글로벌 백신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 백신은 로타바이러스, 폐렴구균, 자궁경부암 등 치료와 예방이 어려운 질병을 막는 백신을 말한다. 일반 백신의 제품 가격은 4만~5만 원 수준이지만 프리미엄 백신은 15만~20만 원 정도로 3~4배 높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에 성공한 백신은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 등 세계 최초 개발품이거나 시장에 2~3개뿐인 프리미엄 백신이 주를 이루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2018년 백신 매출은 약 1500억 원으로 GC녹십자의 절반 수준이지만 백신 후보물질의 다양성 등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안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와 손을 잡고 프리미엄 백신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백신기업 사노피파스퇴르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1상이 진행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백신은 일반 백신보다 가격이 높고 시장이 커 사업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프리미엄 백신의 개발 성공여부에 따라 향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입지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