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찬란한 반도체 10년, 새 10년 도전 걸음 무겁다

▲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삼성전자>

2010년대 한국경제는 반도체가 이끌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0년대 세계 메모리반도체시장을 지배하면서 말 그대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2010년대의 마지막 해인 2019년에는 업황 둔화에 따른 한계를 보이면서 새로 시작하는 2020년대에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3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따르면 두 회사가 2010년부터 2019년 3분기까지 반도체사업으로 올린 매출은 684조6880억 원, 영업이익은 211조2352억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무려 매출 494조1191억 원, 영업이익 154조178억 원을 거뒀다. SK하이닉스도 매출 190조5689억 원에 영업이익 57조2174억 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달성했다.

두 회사는 2000년대 들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벌어진 치킨게임을 이겨내 이런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2009년 독일 키몬다, 2012년 일본 엘피다 등 경쟁사들이 무너지면서 2010년대 초반 D램 점유율 1, 2위 체제를 단단하게 구축했다.

치킨게임이 끝난 이후에는 수조 원대 투자를 지속하면서 기술격차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시장의 우위를 지키고 있다. 20나노에 이어 10나노급 D램 개발, 3차원 낸드플래시 개발 등 두 회사는 서로 뒤질세라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선도해 왔다.

그 결과 2010년대 메모리반도체시장을 지배한 ‘반도체 코리아’의 명성을 드높였다.

10년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도 수직 상승했다. 2009년 말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17조6922억 원,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13조6501억 원이었는데 2019년 12월30일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33조1139억 원,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68조5050억 원까지 커졌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83배,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무려 다섯 배로 불어났다.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48%에서 23.32%로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연간 매출 4천억 달러, 브랜드 가치 5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2020’을 세웠다. 비전2020은 최근까지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소개되며 삼성전자의 이정표 역할을 했다.

연간 매출 4천억 달러는 2009년 당시 삼성전자 매출의 3.3배 수준이다. 2019년 삼성전자 연간 매출이 230조 정도로 추정되고 있어 2020년 연간 매출 4천억 달러(약 462조) 달성은 사실상 실패했다. 그러나 반도체사업만 놓고 보면 2018년 매출이 2009년의 3.2배에 이르면서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2009년 1158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적자기업이었다. 2010년 3조 원가량 이익을 내기도 했지만 SK그룹에 처음 편입된 2012년에도 2273억 원의 적자를 내는 등 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기업이었다.

그러나 SK그룹 인수 이후 안정적으로 투자와 경영이 이뤄지면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50조 원 이상의 이익을 내며 SK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찬란했던 10년의 끝자락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2018년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두 회사는 2019년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다소 후퇴했다. 여전히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거두며 반도체 사업의 저력을 보였으나 업황에 크게 좌우되는 메모리반도체사업의 한계를 드러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굴기’ 정책에 따라 향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은 잇따라 D램과 낸드 생산능력을 갖추고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다음 10년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2020년대에 메모리반도체 1위의 역량을 시스템반도체 분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입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1위를 한다는 반도체비전 2030 계획을 세웠다.

SK하이닉스도 지금까지 투자규모를 뛰어넘는 대규모 투자로 미래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로 했다.

2022년부터 경기도 용인에 120조 원을 투입해 반도체클러스터를 조성하고 4개의 반도체공장을 세운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STT-M램, Re램 등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양산기지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