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는 새해에 좋아진 수주환경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발주가 미뤄졌던 LNG운반선과 해양플랜트들이 내년 발주될 뿐만 아니라 애초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해양플랜트 발주계획도 윤곽이 드러나는 등 조선3사가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늘어날 것으로 파악된다.

◆ 2020년, 미뤄졌던 LNG운반선은 결국 쏟아진다

더욱이 이런 일감은 조선3사가 압도적 수주 경쟁력을 갖춘 분야이기도 하다. 
조선3사 수주 내년은 다르다, LNG운반선 해양플랜트 대거 발주 대기

▲ (왼쪽부터)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0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해보면 조선3사의 주요 먹거리인 초대형 LNG운반선은 올해 발주가 줄어든 기저효과가 내년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LNG운반선은 발주 부진이 아니라 발주 지연”이라며 “카타르의 대규모 발주 프로젝트가 미뤄졌지만 선박 발주를 장기간 지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아람코의 프로젝트까지 감안하면 내년 조선3사의 수주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LNG운반선은 발주 속도가 2018년보다 느릴 뿐 대형 발주건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며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카타르 LNG운반선 발주는 그 물량만 40~100척에 이르러 2019년 조선업계 최대 관심사였는데 발주처 카타르페트롤리엄이 가스전의 매장량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추가 매장량이 발견돼 계획수정이 불가피했다.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 카타르페트롤리엄 CEO가 유력 조선소로 조선3사를 꼽으며 빠른 발주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발주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 노스필드 프로젝트의 LNG액화설비는 2023년 첫 가동이 예정돼 있다. 조선3사가 LNG운반선의 2023년 인도 슬롯을 채워가고 있어 선박 인도기한을 고려하면 카타르도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이 발주할 모잠비크 LNG운반선 16척은 조선사와 컨소시엄을 이룰 해운사가 아직 선정되지 않았을 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8척씩 나눠 건조하기로 확정된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내년 쇄빙 LNG운반선의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은 북극 LNG2계획(Arctic LNG2 Project)에 쇄빙 LNG운반선 15~17척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현재 즈베즈다조선소의 1척과 삼성중공업의 5척을 더한 6척밖에 발주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국영선사 바흐리를 통해 준비하는 LNG운반선 12척의 발주를 기다리고 있다.

아람코, 바흐리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킹살만 산업단지에 합작조선소를 짓고 있으며 아람코가 계열사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에 오르는 등 그룹 차원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전 관전 포인트는 올해 확인한 ‘단골의 힘’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느냐다.

그리스의 안젤리쿠시스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선호하는 해운그룹인데 이 그룹 소속으로 세계 1위 LNG선사 마란가스가 보유한 LNG운반선 45척 가운데 35척을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을 정도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LNG운반선도 10척 가운데 7척이 마란가스의 발주물량이었다.

◆ 해양플랜트, 발주 지연 물량에 예상 밖의 LNG 관련 설비까지

2020년은 올해보다 많은 해양플랜트가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3사 수주 내년은 다르다, LNG운반선 해양플랜트 대거 발주 대기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의 FLNG '프렐류드(Prelude)'.


나이지리아 봉가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와 호주 브로우즈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들, 베트남 블록B 프로젝트에 쓰일 고정식 플랫폼의 상부구조물(Topside) 등 여러 설비의 입찰 결과 발표가 죄다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LNG 관련 해양설비 발주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어 조선3사가 내년 해양플랜트 수주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대표적 발주건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의 부유식 LNG설비(FLNG) 3호기로 가봉의 해양가스전 개발계획에 쓰일 설비다.

페트로나스는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부유식 LNG설비 1호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호기는 삼성중공업이 건조 막바지 작업을 끝낸 뒤 2020년 2월 출항한다. 두 조선사는 3호기 수주를 기대해봄직 하다.

미국 델핀도 부유식 LNG설비를 최대 4기까지 발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델핀과 접촉해 기초설계(FEED) 수주를 논의하고 있으며 해양 전문매체 업스트림은 2020년 중반 첫 설비가 발주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노바텍이 일본 선사 MOL을 통해 발주를 준비하는 부유식 LNG저장설비(FSU)도 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최대 4기까지 발주 가능성을 점치며 대우조선해양이 이미 발빠르게 영업전을 개시한 만큼 설비 수주까지 따낼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3사는 애초부터 2020년 발주가 예상됐던 해양플랜트들을 수주하기 위한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진행하는 미얀마 해양가스전 개발계획인 슈웨3(Shwe3)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가스생산·저장·하역설비의 EPC(일괄도급사업) 수주를 놓고 미국 맥더못과 경쟁하고 있다.

현재 두 회사가 모두 EPC 설계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두 설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설비가 발주된다. 예상 발주시점은 2020년 중순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도 '단골'과 쌓아 온 오랜 신뢰관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셰브론이 호주에서 진행하는 잔스아이오(Jansz-Io) 프로젝트의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Semi-Submersible FPU)를 수주하기 위한 입찰 참여를 조기에 결정했다.

셰브론은 지금까지 16조 원 규모의 14개 프로젝트를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단골이다. 멕시코만에서 진행하는 앵커 프로젝트용 반잠수식 원유 생산설비의 선체(Hull)도 앞서 13일 대우조선해양에 맡겼다.

삼성중공업은 북반구에서 진행되는 해양자원 개발계획용 해양플랜트를 안정적으로 수주하기 위해 노르웨이 EPC회사인 아커솔루션, 크베르너와 3자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의 선체를, 두 건설사가 상부구조물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 컨소시엄의 첫 공동작업은 노르웨이 국영에너지회사 에퀴노르가 진행하는 캐나다 베이두노르드(Bay Du Nord)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의 수주전이다. 2020년 상반기 안에 설비가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