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시장의 재편을 앞두고 KT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쟁사들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인 KT를 성큼성큼 따라잡고 있지만 대응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SKT LG유플러스 유료방송 추가인수 가능성, KT 대응 못해 답답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17일 방송·미디어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수합병 등을 통한 유료방송시장 재편이 본격화하면서 KT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 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새로운 인수합병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0년에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추가적 인수합병 거래가 추진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예상했다.

최근 케이블TV시장의 위축으로 케이블TV회사들이 '생존전략'의 하나로 인터넷TV(IPTV) 회사와 인수합병을 희망하고 있어 LG유플러스나 SK브로드밴드가 매물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인터넷TV 회사들의 목적과 케이블TV 회사의 생존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2019년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6.04%를 차지하고 있는 딜라이브는 일찍부터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에 이어 딜라이브까지 인수하게 되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30.76%로 끌어올려 31.3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T를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SK브로드밴드가 딜라이브를 차지해도 점유율을 30.07%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딜라이브 외에도 CMB(4.73%), 현대HCN(4.07%) 등 케이블TV 회사들이 유력한 인수합병 후보로 꼽힌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이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현대HCN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가 현대HCN을 인수한다면 SK브로드밴드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28%까지 높아진다. 다만 SK텔레콤과 현대HCN은 이 인수합병과 관련해 ‘사실 무근’이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KT는 경쟁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불려가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답답할 수밖에 없다.

KT는 2018년 유료방송합산규제 일몰 시점부터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해왔다. 유료방송합산규제란 유료방송시장에서 한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 33.33%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제다. 2015년 6월에 3년 한시법을 도입돼 2018년 6월 일몰됐다.

하지만 KT는 여전히 '일몰된'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국회에서 유료방송합산규제 재도입과 관련된 논의가 지리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KT는 현재 딜라이브 인수 논의를 무기한 중단해 놓고 있다.

KT는 기약 없는 인수합병 대신 ‘개인화’ 등을 통한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사장은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들은 케이블TV회사를 인수합병하는 방법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지만 KT의 길은 조금 다르다”며 “인터넷TV(IPTV)도 충분히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있다고 보고 그 길 가운데 하나가 개인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KT는 개인화를 위해 가상현실(VR) HMD(머리에 쓰는 기기)인 슈퍼VR을 통해 인터넷TV를 볼 수 있도록 하고 개인별 영상 추천 인공지능을 강화하는 등 인터넷TV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화 전략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현실 HMD가 TV를 대체하기에는 제약사항이 너무 많고 보급률도 적다는 게 주된 이유다. 영상콘텐츠시장에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도 개인화 전략의 효과에 의문을 갖도록 하는 요인이다.

미디어업계의 한 관계자는 “TV가 단순히 영상콘텐츠를 시청하는 매체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배경’으로 활용될 때가 많다는 것을 살피면 가상현실기기를 개인용 TV로 활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에 맞설 수 있는 차별화 된 서비스로 보기도 힘들다”고 말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 허가했다. LG유플러스는 늦어도 내년 초에는 CJ헬로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 역시 예상보다 조금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SK텔레콤의 최근 공시에 따르면 2020년 4월1일까지는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KT는 2019년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31.3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수합병이 모두 완료되면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12.44%에서 24.72%로, SK브로드밴드 점유율은 24.03%로 뛰어오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