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모바일기기 보급률은 높지만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해 해외고객 확보와 디지털부문 현지화에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우리금융, 동남아에서 스타트업 키워 금융인프라 깐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10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캄보디아에서도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고객 기반을 넓히려는 채비를 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 법인은 베트남 법인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 해당 지역에 신한퓨처스랩 설립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엠블과 제휴처럼 현지에서 스타트업과 협력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4일 캄보디아 모빌리티업체 엠블(MVL)과 함께 전자지갑서비스를 출시해 캄보디아 간편결제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캄보디아가 모빌리티서비스 이용률이 높은 만큼 접근성이 높은 엠블을 통해 현지 고객을 끌어모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엠블은 캄보디아와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수수료가 없는 차량호출서비스 타다(TADA)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신한퓨처스랩’ 사무소를 열고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2016년 ‘신한퓨처스 베트남’을 세워 핀테크기업을 키우고 이를 통해 베트남 고객을 다수 확보한 경험이 있는데 이 경험을 인도네시아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적용하려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신한퓨처스랩은 플러그앤플레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기간이 길지 않아 그동안 성과를 외부에 알리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내년 초쯤에는 구체적 성과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러그앤플레이는 페이팔, 드롭박스 등 세계적 스타트업을 육성한 글로벌 창업기획자(엑셀러레이터)다.

신한금융그룹 외에 우리금융그룹 역시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전부다.

우리은행은 10월 ‘디노랩 베트남’을 설립하고 국내 핀테크기업의 동남아시아 진출과 베트남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혁신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한 핀테크기업이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해 한국과 베트남의 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협력과 교류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며 “베트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싱가폴,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디노랩 베트남은 금융권 최초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폴,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5개국 핫라인(Hotline)을 구축하고 이른바 ‘허브앤스포크(Hub&Spoke) 시스템’을 운영해 핀테크기업을 지원한다. 

허브앤스포크 시스템은 핀테크기업이 온라인으로 사무공간과 컨설팅서비스를 예약하면 우리금융그룹의 현지 인프라를 활용한 사무공간과 현지진출 컨설팅을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디노랩 베트남센터가 거점(허브)역할을 하게 된다.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스타트업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모바일기기 보급률은 높지만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 그만큼 모바일기기를 통해 새롭게 유치할 수 있는 잠재고객들이 많은 셈이다. 

인도네시아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지리적 특성상 국민 2억7천만여 명이 각각 섬에 흩어져 살고 있어 은행 지점에 방문하기 어려운 데다 성인 가운데 계좌를 보유한 비율이 40%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트남 역시 약 1억 명 인구 가운데 70% 이상이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국민이 은행에 방문해 금융서비스를 받기 어렵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은행 계좌 보급률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동남아시아지역의 가파른 경제성장과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놓고 봤을 때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퓨처스랩과 디노랩을 통해 신생기업을 육성하고 협력을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