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쇄빙선을 대거 수주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가 북극항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쇄빙 컨테이너선 발주를 예고하고 있다. 쇄빙선 건조가격은 상선보다 크게 비싼 만큼 조선3사로서는 수익성 높은 일감으로 수주잔고를 쌓을 수 있다.
 
러시아 북극항로 개발 본격화, 조선3사가 쇄빙선 수주기회 잡는다

▲ (왼쪽부터)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7일 트레이드윈즈와 포트앤터미널 등 조선해운 전문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이자 글로벌 1위 원자력회사인 로사톰이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해운업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한다.

러시아가 그동안 해양가스전 개발사업 등 제한적 용도로 활용해왔던 북극항로의 개발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포트앤터미널은 로사톰이 7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57억6천만 달러(6조8천만 원가량)를 우선 쇄빙 컨테이너선을 확보하는데 들이고 나머지는 항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쓸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단을 넉넉히 확보하기 위해 추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전했다.

트레이드윈즈는 로사톰이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 기준으로 글로벌 1위 해운사인 머스크(Maersk)와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쇄빙 컨테이너선 55척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업계는 조선3사 이외에 쇄빙 컨테이너선을 수주할 만한 곳이 없어 이미 따놓은 물량이나 마찬가지라고 바라본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로사톰이 밝힌 해운업 확장계획을 살펴보면 2023년부터 해운업 기대수익이 대폭 늘어나는데 이는 쇄빙 컨테이너선을 2022년 안부터 인도받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쇄빙 기술이 적용된 컨테이너선을 단기간에 건조할 기술을 갖춘 곳은 조선3사뿐”이라고 말했다.

쇄빙선도 상선보다 건조 난도가 높지만 쇄빙선 건조기술을 적용해 만드는 쇄빙 상선은 건조 난도가 일반 쇄빙선보다도 훨씬 높다. 세계 최고수준의 건조기술을 보유한 조선3사만이 쇄빙 컨테이너선을 수주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조선3사로서도 쇄빙 컨테이너선은 놓칠 수 없는 일감이다. 상선을 쇄빙선으로 건조할 때 붙는 건조가격의 프리미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초대형 LNG운반선을 기준으로 일반 선박은 건조가격이 1척당 1억9천만 달러 안팎이다. 하지만 동급의 쇄빙 LNG운반선은 건조가격이 1척당 3억 달러 안팎으로 훌쩍 뛴다.

이 때문에 조선업계에서는 앞서 25일 삼성중공업이 유라시아 선주로부터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을 15억 달러치 수주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세부 계약내용을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쇄빙 LNG운반선 5척을 수주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조선사가 보유한 쇄빙 기술을 따지면 조선3사가 로사톰의 쇄빙 컨테이너선을 수주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

현재 쇄빙선은 쇄빙능력을 기준으로 2.1m 두께의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는 아크7(Arc7)급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그런데 글로벌 조선사들 가운데 조선3사만이 아크7급 쇄빙선 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아크7급 쇄빙선이 아니라면 1년에 2~3개월밖에 이용할 수 없는 험로다. 결국 로사톰은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조선3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조선3사 모두 러시아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 북극항로 개발 본격화, 조선3사가 쇄빙선 수주기회 잡는다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 LNG 운반선 4척. <대우조선해양>


이에 앞서 24일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의 해양가스전 개발계획인 ‘야말 프로젝트’에 쓰일 쇄빙 LNG운반선의 마지막 선박을 인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야말 프로젝트용 쇄빙 LNG운반선 15척을 싹쓸이 수주했었다.

삼성중공업은 야말 프로젝트의 후속계획인 ‘북극 LNG2 프로젝트(Arctic LNG2 Project)’에 쓰일 쇄빙 LNG운반선을 건조할 기술파트너로 선정돼 러시아 국영조선사인 즈베즈다조선소와 협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차원에서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즈베즈다조선소 현대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을 통해 즈베즈다조선소와 합작조선사 ‘즈베즈다-현대’를 설립하기도 했다.

로사톰이 북극항로를 통한 해운의 시대를 성공적으로 연다면 장기적으로 조선3사의 쇄빙선 수주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북극항로는 서유럽과 극동아시아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항로로 글로벌 해운사들이 환경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활용 가능성에 꾸준히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항구도시 로테르담과 부산 사이는 말라카해협과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일반적 경로를 기준으로 하면 2만2천 km를 항해해야 하는 거리다. 그런데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운항 거리를 1만4천 km까지 줄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