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국가작용 전반을 감시하고 국민의 의견을 전하는 자리다. 

‘호통국감’, ‘면박국감’ 등으로 국정감사의 모습이 다소 변질됐다고는 하나 문제를 일으킨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호통과 면박을 참아내야 하는 것은 그 속에 국민의 질책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은행장 국감 모면'이 환호할 일인가

▲ 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로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증인 출석 요구를 모면했다.

21일 열릴 금융분야 종합국정감사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을 할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파생결합증권 상품을 판매해 수천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손실규모도 엄청나지만 그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가뜩이나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 은행의 수장이 국정감사에 나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이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까?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채용비리에 이어 올해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에서도 은행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막아'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만큼 내부적으로 '대관팀의 승리'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보인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선다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의도된 '창피주기'를 참아내야 한다는 의미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최고경영자들이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회피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은행뿐 아니라 기업들도 최근 사이 국감에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실무자급 증인을 내세우는 경향이 뚜렷하다.  

기업 대관조직의 능력을 평가할 때 최고경영자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얼마나 막아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두 은행의 대관조직은 유능하게 맡은 일을 해낸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두 은행이 은행장 출석을 막기 위해 로비가 들어왔다고 밝혔을 정도로 두 은행 대관조직은 국회를 분주히 누볐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과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어렵사리 은행장의 증인 출석을 막아낸 것을 놓고 환호할 만한 일인지 의문이다.

두 은행에게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는 탓이다. 국정감사에 당당히 출석해 은행의 처지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소명한다면 오히려 신뢰회복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는 데 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파생결합증권 사태는 이미 손 회장과 지 행장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8일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영진을 제재할 수 있다는 뜻을 보인 데다 손 회장과 지 행장을 향한 피해자의 고소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경영진이 국정감사에 나와 진심을 다한 사과를 한다면 성난 고객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신뢰를 중요한 가치로 삼는 은행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손 회장과 지 행장은 금융권 최고경영자로서 경력이 길지 않다. 손 회장은 지난해부터 우리은행을 이끌어왔고 지 행장은 3월부터 KEB하나은행장을 맡았다. 

이번 파생결합증권 사태를 어떤 방식으로 수습했냐 하는 점은 금융권 최고경영자로서 경력을 이어가야 할 두 사람에게 중대한 기로가 될 수 밖에 없다. 

손 회장과 지 행장이 은행 조직 뒤에 숨을수록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보는 시선도 더욱 따가워질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