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가 올해도 연말 수주특수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선주들이 하반기 동안 다음해의 사업전략을 어느 정도 확정한 뒤 발주에 나서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선박 발주는 연말(10~11월)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조선3사, 카타르 LNG운반선 100척 연말에 쓸어담을 기대 부풀어

▲ (왼쪽부터)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게다가 올해 연말에는 평년 수준을 뛰어넘는 특수를 누릴 가능성이 있다. 카타르가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100척 이상의 발주를 예고하고 있는데 해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은 2019년 안에 LNG운반선을 건조할 조선사를 선정한다.

최근 카타르가 LNG운반선 발주와 관련해 선박을 직접 소유할지 용선계약을 맺을지를 고민하고 있어 발주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추측이 조선업계에서 나왔다.

그러나 카타르 에너지장관이자 카타르페트롤리엄 CEO(최고경영자)인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는 이런 추측을 일축했다.

알 카비 CEO는 글로벌시장 조사기관인 S&P글로벌플래츠와 인터뷰에서 내년 발주설과 관련해 “그것은 단지 설일 뿐”이라며 “수주의지가 확고한 입찰자가 3곳 있으며 올해 말까지 몇몇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해운매체 헬레닉시핑뉴스(Hellenic Shipping News)가 전했다.

조선3사는 올해 수주물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올해 LNG운반선을 발주하겠다는 카타르 국영회사의 확고한 의지는 더없이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8월 말 기준으로 삼성중공업만이 수주목표 53.8%를 달성해 올해 목표치의 절반을 넘겼을 뿐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30%, 대우조선해양은 35.4%만을 채웠다.

카타르 LNG운반선은 확정물량 40척에 옵션물량 40척, 여기에 카타르가 노후 LNG운반선을 교체하기 위해 발주할 선박까지 포함해 발주척수가 모두 100척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 동안 선박을 인도받기를 원하고 있으며 조선3사는 1년에 10척씩 카타르 LNG운반선을 건조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슬롯을 비워놓고 있다. 조선3사만으로 발주 예상물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조선3사는 LNG운반선 1척을 1억9천만 달러가량에 수주하고 있다. 각각 40척씩 수주를 확정한다면 한국조선해양은 72.7%, 대우조선해양은 126.2%, 삼성중공업은 151.3%로 수주목표 달성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조선업계는 실제 조선3사가 카타르의 LNG운반선 발주물량을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조선3사는 카타르가 원하는 선박시장에서 건조 및 설계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 카비 장관은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해 발주를 앞둔 LNG운반선은 17만 m3급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규모의 가스운반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사는 한국의 조선 3사와 일본의 이마바리조선,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중공업 4개 조선사, 그리고 중국 후동중화조선 등이다.

여기에 카타르가 5월 입찰을 시작하며 선박의 화물창을 멤브레인형(화물창이 선체와 일체화된 형태)으로 건조해달라는 조건까지 내걸자 일본 조선사들이 입찰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본 조선사들의 LNG운반선 설계기술은 198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모스형(반구 형태의 화물창을 선체에 얹은 형태)에 머물러 있어 카타르가 원하는 사양을 따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은 세계적 대세이면서 동시에 한국 조선3사의 주요 먹거리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발주된 초대형 LNG운반선은 27척인데 이들 모두 멤브레인형이며 조선3사가 24척을 수주했다.

카타르가 올해 발주를 서두르는 것도 한국 조선3사의 도크 슬롯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021년 말 LNG운반선 인도물량을, 삼성중공업은 2022년 인도물량으로 도크 슬롯을 채워가고 있다. 

게다가 내년이 되면 조선3사의 슬롯은 몸값이 더욱 비싸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아나다코(Anadarko)와 엑손모빌(Exxon Mobil)은 모잠비크 가스전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LNG운반선을 각각 15척씩 발주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3사, 카타르 LNG운반선 100척 연말에 쓸어담을 기대 부풀어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을 선호 조선사로 선정하고 용선계약 방식의 발주를 위해 9월부터 선주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러시아의 북극 LNG2 프로젝트(Arctic LNG2 Project)도 9월 삼성중공업이 설계 파트너로 낙점받아 쇄빙 LNG운반선 15척 가운데 일부를 수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선급협회(ABS)는 셰일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을 수송하기 위해 2020년 초대형 에탄운반선(VLEC)이 40척 발주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탄운반선도 LNG운반선과 마찬가지로 가스운반선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중국 다롄조선만이 인도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도 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발주가 예상되는 물량은 많지만 조선 3사의 LNG운반선 건조능력은 모두 20척 안팎으로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카타르가 선박 인도시기의 지연을 피하기 위해 조선 3사의 도크 슬롯 선점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발주가 예상되는 LNG운반선만 해도 많은데 에탄운반선까지 쏟아진다면 발주처들은 조선3사의 도크를 잡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