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훈 휴젤 대표이사가 보톡스업계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손 대표는 2년 동안 휴젤의 실적 개선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사업 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휴젤 현금 충분히 쌓여, 손지훈 몸집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 추진하나

손지훈 휴젤 대표이사.


1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휴젤이 방대한 규모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활용해 미용 의료기기업체 등의 인수합병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휴젤은 올해 6월 기준으로 약 5820억 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의 50% 이상이 순현금인 것으로 휴젤 시가총액의 25% 수준이다.

베인캐피탈이 2017년 휴젤이 진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전환사채(CB)도 인수하며 약 450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유입된 자금을 자회사 휴젤아메리카 설립,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했지만 여전히 현금 보유량은 충분하다.

손 대표는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미용 의료기기업체, 보형물업체 등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의 대주주인 베인캐피탈이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임을 감안하면 보유한 현금을 활용하지 않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휴젤 주가는 베인캐피탈이 인수할 때만 해도 약 50만 원이었으나 현재 40만 원대까지 떨어져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슬 삼성증권 연구원은 “앨러간과 같은 글로벌 보톡스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제품 라인업을 추가하기도 하고 신사업을 확대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며 “추가적 투자집행 여력을 보유한 휴젤도 이런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앨러간은 2005년 인공유방보형물업체 ‘이네임드’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지방제거 주사제 기업 ‘키테라’, 2016년 피부이식재 전문기업 ‘라이프셀’ 등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대했다. 

휴젤은 메디톡스와 국내 보톡스업계 1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휴젤은 국내 보툴리눔톡신시장에서 45%의 점유율를 보여 메디톡스 점유율 38%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출까지 합치면 메디톡스에 뒤처진다.  

시가총액 측면에서 보면 메디톡스가 2조1700억 원으로 휴젤보다 500억 원가량 앞서있다.

그러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휴젤은 이와 같은 논란에서 자유로워 사업 확대를 추진하기 유리한 환경에 있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휴젤은 보툴리눔톡신, 필러사업의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의 구체적 결정이 나오면 휴젤 주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 대표는 2018년부터 2년째 휴젤을 이끌고 있다.

동화약품 사장 출신으로 해외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영입된 만큼 휴젤의 해외사업 확대를 이끌 인물로 평가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불법 보툴리눔톡신 단속으로 지난해 2분기부터 수출이 급감해 이를 수습하는 데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휴젤은 올해 2분기 매출이 다시 정상화됐고 3분기에는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손 대표가 올해 말부터는 휴젤의 기업가치를 본격적으로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휴젤은 올해 4월 자사주 10만 주를 매입하는 등 이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휴젤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부은 금액은 874억 원에 이른다.  

휴젤 관계자는 “아무래도 현금 보유량이 많다보니 시장에서 인수합병 가능성 등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인수합병건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