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삼성 컨트롤타워 부활의 멍석을 깔아줄까?

김 실장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목소리를 적극 내왔다. 시민단체 시절에는 날선 비판을 내놓았지만 공정거래위원장이 된 뒤에는 조언과 충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삼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옛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컨트롤타워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이규연 기자

곽보현(이하 곽): 지난 시간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기업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삼성을 중심으로 김상조 정책실장의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상조, 이재용의 ‘컨트롤타워’ 재탄생의 멍석 깔아줄까

곽: 김상조 정책실장은 시민단체 시절 ‘삼성의 저승사자’로 불렸습니다. 정책실장이 된 뒤에는 김 실장과 삼성그룹의 관계가 바뀔까요? 

김 실장이 대기업과 관계를 놓고 ‘경청과 협의를 하겠다’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삼성그룹에 관련해서도 같은 생각일까요?

이규연(이하 이): 김상조 정책실장이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바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채찍질보다는 조언과 논의의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곽: 김상조 정책실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야기, 미래 먹거리 신산업 이야기, 이런 일들을 적극 결정해 국민에게는 설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지배구조든 사업구조든 ‘책임경영’을 요청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현안을 하나하나 챙기는 건 김상조 정책실장이 바라는 형태는 아닙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계열사의 의사결정을 개별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해야 된다고 늘 말해왔습니다. 

총수는 그룹의 방향을 알리고 외부와 소통하는 ‘조정자’나 ‘이사회 의장’으로서 그룹경영을 책임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곽: 그러려면 결국 그룹 방향을 결정하는 의사결정체가 있어야 한다는 뜻 아닙니까? 
 
이: 김상조 정책실장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듀얼 어프로치’ 방식으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구체적 조언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듀얼 어프로치: 그룹에 비공식적 의사결정 조직을 만들고 여기서 결정된 사항을 각 계열사 이사회 등에서 공식적으로 다시 승인하는 방식)
 
곽: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 그럴 수 있는 상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래전략실은 2016년에 해체됐고 후신 격인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팀은 지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관련으로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 그래서 일단 관련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김상조 정책실장도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저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기회가 된다면 삼성에 컨트롤타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곽: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과거 삼성의 옛 컨트롤타워인 구조조정본부와 미래전략실에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이: 2016년 12월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을 안 지고 불법행위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 게 대표 사례입니다.

하지만 김상조 정책실장은 삼성과 관련해 이전보다 훨씬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결정하는 등 3세들이 윗세대와 확실히 다른 인식을 갖췄다고 본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곽: 이재용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발표하며 삼성의 미래를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이 흐름에 도움을 주면서도 과거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삼성의 구조적 변화와 안착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삼성의 자발적 변화를 이끌 컨트롤타워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김상조 정책실장이 삼성그룹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도할지 살펴보겠습니다.

김상조, 삼성의 ‘저승사자’에서 ‘마중물’로

곽: 김상조 정책실장과 삼성의 관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나요?

이: 김상조 정책실장이 예전엔 삼성의 ‘저승사자’였지만 이제는 ‘마중물’에 가까운 관계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곽: 정부가 마중물로 경제정책의 기반을 마련해 주면 삼성이 펌프물처럼 새로운 사업들을 펼치면서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한 노력과 함께 스스로 체질 개선까지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내놓은 시스템반도체사업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미래 먹거리 육성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죠?
 
이: 그렇습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사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 기간 안에 삼성전자를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로 만들겠다”고 직접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곽: 그때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가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김상조 정책실장도 기업의 말을 경청하고 협의해나갈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 때마침 김상조 정책실장이 임명된 뒤 “이재용 부회장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됐을 때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5대 그룹 총수를 만나겠다는 말도 먼저 꺼냈습니다. 
 
곽: 소통하려는 자세를 먼저 보여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 정권의 정책실장들도 기업 총수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겠다는 말은 많이 했습니다.

결국 김상조 정책실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무엇을 바라고, 그것을 위해 어떤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CEO톡톡은 이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