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가상화폐를 통한 송금, 결제 서비스를 내놓는다.

페이스북은 가상화폐 발행과 이를 활용한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금융기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대 못지 않게 보안문제나 제도 미비 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페이스북은 18일 가상화폐 ‘리브라’를 안내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이 홈페이지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발행하는 리브라는 내년부터 페이스북 메신저나 왓츠앱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송금, 결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통해 사실상 글로벌 은행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의 활용범위를 송금에서 결제로 넓히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24억 명에 이르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이나 왓츠앱에서 리브라를 사고 이를 ‘캘리브라’라는 전자지갑에 보관한 뒤 원할 때마다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게 된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이나 사진을 주고받는 것처럼 쉽고 빠르게 리브라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은행 전산망을 거치치 않고 송금 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 전산망을 거치지 않는 송금은 별도의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여러 블록체인회사들이 이 점에 착안해 리플 등 가상화폐를 활용한 해외송금 등을 내놓고 있지만 기술력 부족과 시장의 외면 등으로 사업이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페이스북이 24억 명의 이용자들에게 리브라의 자유로운 송금을 지원한다면 해외송금시장은 페이스북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해외송금 수수료를 부담하며 전통적 금융기관을 통해 송금하기보다 리브라로 환전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송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송금망을 갖춘 미국 은행인 웨스트 유니언의 주가는 이날 2.4%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리브라 출시가 공식화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리브라가 무료 국제송금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면서도 “각국 정부로부터 이 시스템을 승인받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브라 출시가 가시화되자 세계 곳곳에서는 페이스북이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국제통화시장이 리브라를 수용할 만한 제도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리브라를 두고 대대적 조사를 벌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브루노 르메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리브라가 국가 통화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리브라가 테러자금 조달이나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에 이용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7월 프랑스에서 열릴 G7재무장관 회의에서는 리브라 관련 문제가 중요 논의사항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로 문제가 된 이력이 있다는 점도 리브라 발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꼽힌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논란에 휘말렸으며 지난해 4월에는 20억 명 가까운 회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맥신 위터스 미국 하원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페이스북은 그동안 수십억 명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데 소홀했다”며 “페이스북이 의회와 당국의 검토가 끝날 때까지 리브라 개발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내놓더라도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시장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리브라는 대형 글로벌기업이 가상화폐 발행을 시작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며 "리브라가 성공하고 규제가 자리를 잡으면 더 큰 기업들이 내놓는 가상화폐에 리브라가 독점적 지위를 내놔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