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사업을 키우기 위해 2030년까지 133조 원을 들이겠다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세계 주요 경쟁사와 비교하면 아직 투자가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른 시스템반도체기업의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증명할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김용원 기자

곽보현(이하 곽): 오늘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대한민국 최대 산업인 반도체,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키우려 M&A(인수합병)할까?

곽: 삼성전자가 최근 시스템반도체에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큰 발표를 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투자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십조 원대의 인수합병까지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근거가 무엇일까요?

김용원(이하 김):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맞으면서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삼성 넥스트와 같은 인수합병을 위한 전문조직도 출범했고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가장 큰 업적으로 인정받는 일이 2017년에 약 9조 원을 들여서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곽: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합병은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큰 사건이었는데요. 그러면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이 있나요?

김: 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2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가 매각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가 인수후보로 계속 거론이 되고 있고요.

자동차 반도체기업 NXP, 서버용 반도체기업 자일링스, 이외에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등 이름은 생소하지만 규모는 상당한 시스템반도체기업이 삼성전자의 인수대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CEO톡톡] 이재용,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투자에 인수합병 보탤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곽: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자체 기술 개발과 시설투자에 들이기로 한 돈만 133조 원인데 인수합병까지 한다면 만만치 않은 돈이 들겠네요?

김: 지금 언급한 반도체기업의 인수 금액은 최소 20조 원 정도가 필요하고 많게는 40조 원을 넘을 걸로 추정되는 기업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수십 조 원의 추가 인수합병까지 이뤄진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정말 시스템반도체에서 공격적 승부수를 던졌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의 133조 투자, 아직 부족하다?

곽: 사실 133조원이라는 돈은 감이 잘 안 잡히는 금액인데,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요?

김: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시설 투자에 24조, 연구개발 투자를 포함하면 3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에 발표한 133조 투자는 12년 동안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연평균 11조 원 정도로 삼성전자에 크게 무리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곽: 하지만 시스템반도체 투자로 보면 이전보다 많이 늘어난 규모죠?

김: 맞습니다. 시스템반도체에 들어가는 투자금액으로는 이번에 발표한 게 이전보다 몇 배가 늘어난 겁니다. 하지만 아직 세계 시스템반도체 경쟁사보다는 조금 부족합니다.

곽: 삼성전자가 투자를 이 정도로 늘렸는데도 세계 다른 경쟁사보다는 부족하다는 거군요. 그래서 인수합병과 같은 추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네요.

김: 그렇습니다. 삼성전자가 경쟁할 세계 대표적 시스템반도체기업으로 미국 인텔, 대만 TSMC를 들 수 있습니다.

TSMC는 연 평균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합쳐 16조 정도를 들이고 있고 인텔은 시설투자에만 올해 18조 가까운 금액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기업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점을 놓고 보면 사실 경쟁사의 투자 규모를 따라잡기는 아직 부족한 수준입니다.

이재용, 시스템반도체 투자로 리더십 보일 절호의 기회?

곽: 제일 궁금한 게 말이죠.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왜 지금 발표했는지 그 시점이 중요합니다. 왜 지금일까요?

김: 지금이 삼성전자에 그 어느 때보다도 이재용 부회장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위해 133조라는 투자로 이재용 부회장의 데뷔 무대를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곽: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2014년부터 삼성 경영을 책임졌지만 삼성그룹 총수에 오른 것은 불과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한 게 처음으로 중장기 비전을 제시한 데뷔 무데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재용 부회장이 2017년부터 박근혜 게이트 관련한 재판을 받으면서 여러 일로 전면에 나서기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김: 중간에는 구속으로 1년 정도 경영 공백도 있었고요.

곽: 사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은 아직도 진행중인데, 지금 전면에 나서야 할 만큼 삼성전자가 다급한가요?

김: 메모리반도체시장 상황이 작년 말부터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삼성전자 실적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과 수출 실적에 타격을 입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는 시기를 더 늦추기 어렵다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곽: 한국경제의 위기에 관련해서 이재용 부회장이 책임감을 느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김: 이재용 부회장 본인에도 ‘삼성그룹 총수로서 충분한 능력을 보여주었는가’, 이런 질문에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결국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증명할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곽: 그렇군요.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133조 투자 발표가 나온 뒤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삼성전자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도 전달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김: 박근혜 게이트 재판이나 문재인 정부 초반의 재벌개혁 분위기로 불안했을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이번 시스템반도체 투자 발표가 정부와의 신뢰를 확인한 중요한 계기이자 “제가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삼성의 리더입니다” 라고 전 국민에 각인시킬 수 있었던 성공적인 무대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시스템반도체 승부수로 ‘이재용 시대’ 열다?

곽: 이재용 부회장이 133조 투자, 그리고 삼성전자의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뭔가 더 큰 의미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 맞습니다. 시스템반도체는 삼성그룹 그리고 삼성전자에 ‘이재용 시대’를 열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이 내놓은 하나의 핵심적 키워드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사실 삼성전자의 현재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TV와 가전은 사실 이건희 회장이 주도했고 성장을 이뤄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의 10년 또는 그 이상을 이끌어갈 성장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해답을 제시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곽: 그것이 바로 시스템반도체군요. 바이오, 전장부품, 5G 통신장비. 이런 것들이 이재용 시대를 이끌어갈 새 성장동력이라 얘기할 수 있는데 시스템반도체의 시장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까 안팎으로,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맞습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가 꼭 성공해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경제 성장을 다시 이끌어갈 수 있는 동력으로 자리잡는 게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염원일 것입니다. 그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책임감을 느끼고 꼭 성과를 내주었으면 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