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로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TSMC 등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과 모두 거래를 중단해야만 할 위기에 놓였다.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협력사로 자리잡아 화웨이의 명운을 결정하게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확보 끊긴 화웨이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되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31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조치 이후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화웨이는 반도체 수급망의 핵심이던 TSMC와 마이크론을 모두 놓칠 위기에 처했다"며 "한국에 반도체 의존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화웨이를 상대로 미국기업의 부품이나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조치를 결정하자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반도체기업은 화웨이에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중단했다.

대만 TSMC도 화웨이의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지만 TSMC는 최근 "충분히 검토한 결과 올해 화웨이의 반도체 생산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생산공정에 미국 기술이 25% 이상 포함되어 있다면 미국 정부의 제재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MIT테크놀로지리뷰는 "TSMC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아직 미국 정부의 공식적 인정을 받지 못했다"며 "결국 미국에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웨이는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등에 사용하는 프로세서와 통신반도체 등 시스템반도체를 직접 개발해 TSMC의 7나노 미세공정 등을 활용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TSMC가 화웨이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면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화웨이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화웨이에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술을 제공하는 영국 ARM도 최근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화웨이가 자체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기 어려워진다면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와 통신반도체 등을 사들이려 할 가능성도 높다.

미국 퀄컴 역시 화웨이와 거래하기 불가능한 상황이고 중국 미디어텍과 같은 반도체기업은 기술력이 삼성전자나 퀄컴 등 상위업체보다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등에서 확보가 어려워진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더 많이 사들이며 물량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기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만큼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사업 양쪽에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과 협력을 확대하지 못한다면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등 반도체가 필요한 주력사업에서 모두 큰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반도체 공급 및 가격협상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반도체 확보 끊긴 화웨이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되다

▲ 화웨이 스마트폰과 통신반도체.


하지만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밀월'을 선택하기보다 반도체 공급 중단에 동참하며 미국 정부의 제재 계기로 화웨이의 사업 확대 의지를 완전히 꺾을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사업에서 화웨이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5G통신장비사업에서 상위기업인 화웨이와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화웨이가 반도체 확보에 차질을 겪어 사업이 크게 위축되면 삼성전자는 주요 사업에서 막강한 경쟁사를 제거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화웨이의 운명을 손에 쥔 상황에서 반도체 공급 확대를 통한 이익을 선택할지, 공급 중단으로 경쟁력을 약화시킬지 결정할 수 있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화웨이는 최근 삼성전자에 미국 제재에 동참하지 말아달라는 요청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반도체사업에서 모두 경쟁력과 시장 지위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