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의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을 적극 지원해 삼성전자 등의 시스템반도체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25일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조만간 ‘비메모리반도체 육성 전략’을 통해 국내 팹리스의 연구개발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투자에 정부는 ‘팹리스’ 육성으로 화답

▲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팹리스 지원방안 등을 담은 비메모리반도체 육성 전략을 내놓는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클린룸 전경.


팹리스는 생산시설 없이 반도체 설계와 개발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회사를 말한다. 이들이 설계한 제품을 주문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에서 제품을 실제로 만든다. 

파운드리 분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위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 팹리스 150여 곳은 대부분 연간 매출 1천억 원 이하인 중소기업으로 인력난도 심각하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에 팹리스 대상의 투자 펀드나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비용 지원이나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팹리스가 겪는 고질적 인력난을 고려해 반도체 계약학과의 신설 등으로 전문 인력을 늘릴 수 있는 지원방안도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팹리스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설계자산의 확보를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팽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팹리스가 범용 설계자산을 무상 혹은 싼값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사업이 정부의 팹리스 지원과 연계될 수 있다.  

이 사업은 향후 7년 동안 1조5천억 원을 지능형 반도체의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예비 타당성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기업의 파운드리와 국내 팹리스의 연계사업 지원을 강화하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반도체에 관련된 내부조직 신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도 최근 기업인 간담회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이 6월에 비메모리반도체와 관련된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육성전략을 통해 팹리스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은 대기업에서 추진하는 시스템반도체 육성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에 설계자산을 공유해 제품 개발기간의 단축을 돕기로 했다. 중소기업 중심인 국내 팹리스의 사정을 고려해 반도체 위탁생산의 물량기준도 완화했다.

삼성전자 등은 시스템반도체의 특성인 ‘다품종 소량생산’을 고려해 국내 팹리스를 적극 지원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팹리스가 설계해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시스템반도체는 수천 종류에 이른다. 국내 팹리스의 수가 많고 규모도 커질수록 파운드리도 가동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이전에도 팹리스 지원책을 몇 차례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삼성전자 등의 대기업도 정부와 같은 방향성을 취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이전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