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중공업이 조선업계 재편의 성사와 함께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주요 고객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주 회복세에 접어든 데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세진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세진중공업, '조선 빅2'로 재편되면 도약의 기회 잡는다

▲ 가백현 세진중공업 대표이사.


9일 업계에 따르면 세진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추진에 따른 최대 수혜회사로 꼽힌다.

양형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세진중공업은 올해부터 3년 동안 창립 이래 최대 성장기에 진입할 전망"이라며 "만약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면 기존 현대중공업그룹에 국한됐던 수주도 대우조선해양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진중공업은 울산에 20만 평의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 조선기자재업체다. 조선업 불황을 견디고 살아 남은 몇 안되는 기자재회사 가운데 한 곳이기도 하다.

다른 선박 기자재회사보다 납기가 빠르고 가격 경쟁력도 높은 편이라 불황의 터널을 지나오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주요 거래처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접안시설까지 해상으로 9km 거리에 있어 운송비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새진중공업은 현재 현대중공업의 데크하우스 30%와 LPG(액화석유가스)탱크 100%, 현대미포조선의 데크하우스와 LPG탱크 전량을 공급하고 있다.

데크하우스는 선박에 상주하는 선원들의 생활 및 업무공간으로 쓰이는 갑판실을, LPG탱크는 프로판가스와 부탄가스를 운반하는 LPG운반선에 장착되는 부품을 말한다.

지난해 세진중공업의 전체 매출에서 현대중공업 비중은 33.9%, 현대미포조선 비중은 49.4%, 베트남 현대비나신조선이 7.4%에 이른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조선사들의 수주가 증가하면 세진중공업도 기자재 수주를 확대할 수 있는 구조다.

세진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고객사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자회사인 신한중공업과 삼우중공업으로부터 철구조물, 블록, 기자재 등을 공급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신한중공업 지분 89.2%, 삼우중공업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자회사는 함께 묶어 데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자회사 관리 책임은 우리에게 남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진중공업 관계자는 "우리가 신한중공업이나 삼우중공업보다 재무적, 원가적으로 더 뛰어나기 때문에 입찰로 하면 이길 수 있다"며 "현재 가동률도 50% 수준이라 물량을 받아올 여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이슈와 별개로 이미 지난해부터 대우조선해양에서 견적 문의도 들어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진중공업은 올해 매출 목표로 2700억 원을 잡았다. 지난해 매출보다 23.7% 늘어나는 수치다. 현대중공업에서 확정적으로 수주한 물량에 기반한 추정치인만큼 달성 가능성도 상당하다.

세진중공업은 육해상 플랜트 모듈로 사업 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최근 플랜트 공사들은 효율성을 높이고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구조물 제작을 모듈화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3월25일에는 세진중공업이 GS건설로부터 GS칼텍스 올레핀 생산시설의 ‘파이프 랙 모듈’ 생산 및 공급 계약을 수주하기도 했다. 

세진중공업 관계자는 "GS칼텍스 수주실적을 바탕으로 플랜트 모듈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영업할 것"이라며 "육해상 플랜트 모듈은 배 모듈을 제작하는 것과 비슷한데 플랜트 모듈이 더 쉬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세진중공업은 LG화학과 에쓰오일에서 모듈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LG화학 나프타 분해시설은 올해 하반기, 에쓰오일의 에틸렌 생산시설은 2020년에 입찰 일정이 구체화된다. 특히 에쓰오일이 짓는 5조 원 규모 생산시설은 온산공단에 있는 세진중공업 바로 옆에 위치하게 되는 만큼 지리적으로도 수주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