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를 앞세워 미국에서 판매 반등에 온힘을 쏟는다.

기아차의 ‘텔루라이드’를 선봉으로 현대차의 ‘팰리세이드’가 잇달아 출시되는데 현대기아차의 가장 큰 장점인 가격 경쟁력이 이들의 판매를 견인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기아차,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로 미국 판매 승부수

▲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자동차 '텔루라이드'.


1일 기아차에 따르면 3월부터 미국 전역에서 텔루라이드 판매가 시작된다. 

기아차는 2월 중순에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텔루라이드의 생산을 시작했다. 첫 양산차가 나오는 시점부터 시작해 미국 전역에 판매할 수 있는 재고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는 미국에서 텔루라이드 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신장수 기아차 미국 생산법인(KMMG) 법인장은 2월13일 조지아공장에서 열린 생산 기념식에 참석해 “텔루라이드는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는 기아디자인센터에서 미국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됐다”며 “텔루라이드가 세계적 품질을 지녔으며 디테일에 집중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한국에 우선 출시한 팰리세이드를 조만간 미국에 투입한다.

현재 한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모두 수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6~7월에 본격적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에게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의 성공적 시장 안착은 매우 중요하다. 두 대형 SUV의 성공이 미국 현지법인의 판매량 반등과 실적 개선의 열쇠로 꼽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은 2016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후퇴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8년에 미국에서 자동차를 모두 67만7946대 팔았다. 2016년 77만5005대에서 2017년 68만5555대로 줄어든 데 이어 2년 연속으로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였다.

기아차 역시 미국에서의 성적이 좋지 않다. 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은 2017년 22만2275대에서 2018년 23만885대로 소폭 늘었으나 여전히 2016년 판매량인 24만6822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미국법인에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순손실을 내고 있으며 기아차의 순이익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에서 판매 부진을 끊어낼 대책으로 그동안 미흡하다고 지적된 SUV 라인업의 확대를 꺼내든 만큼 현대기아차에게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의 성공은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정면승부를 선택했는데도 이마저도 시장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미국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현대차가 글로벌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를 팰리세이드 전용 홍보모델로 선정해 글로벌 인지도 높이기에 공을 들였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두 대형 SUV의 성공을 가격 경쟁력 확보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아차가 미국 법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텔루라이드의 판매가격은 최소 3만1690달러에 책정됐다. 최상위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은 4만3490달러다.

텔루라이드는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쉐보레 트래버스 등과 경쟁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들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가격이 결정된 만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아직 팰리세이드의 북미 출시가격을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미 한 차급 아래 차종인 싼타페와 비교해 큰 차이 없는 가격으로 출시를 확정한 만큼 미국에서도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