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프로세서가 레노버와 샤오미 등 중국 회사의 스마트폰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중국 출장에서 다수의 현지 스마트폰업체 경영진과 만나 협력을 논의한 성과가 점차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중국회사에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공급성과 가시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2일 91모바일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레노버가 출시를 앞둔 모토로라 브랜드 스마트폰에 처음으로 삼성전자가 개발한 엑시노스 시리즈 프로세서를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91모바일은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 엑시노스9610 프로세서가 탑재된 모토로라 중저가 스마트폰 2종이 개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그동안 주로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과 한국 등 일부 시장에서 출시되는 갤럭시S 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탑재돼 왔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의 공급처를 다른 스마트폰업체로 확대하는 데 주력해왔지만 현재까지 중국 메이주의 스마트폰 일부 제품에 탑재된 것을 제외하면 알려진 공급실적이 전무하다.

레노버 스마트폰에 실제로 엑시노스 프로세서가 적용된다면 중국을 포함한 세계 스마트폰업체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공급망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안드로뉴스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샤오미도 최근 삼성전자에서 처음으로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대량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현재 중국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되는 퀄컴이나 대만 미디어텍의 프로세서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지만 외부 고객사의 수요 확보에는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1위 기업인 만큼 다른 업체와 협력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공급을 외부 고객사로 확대하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사업 성장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중요한 과제다.

중국에서 최근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수요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 중국 출장에서 직접 현지 주요 스마트폰업체 경영진과 만난 뒤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과 레이쥔 샤오미 회장, 스마트폰업체 비보의 모회사인 BBK의 션웨이 회장 등 스마트폰업계 최고 경영진을 만나 부품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가 갖춘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스마트폰 부품의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중국업체를 상대로 영업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육성 의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은 1월 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지속적 혁신을 통해 자체 시스템반도체사업과 위탁생산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현재 모바일기기에 집중된 시스템반도체의 공급처를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대하겠다는 중장기적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당장 메모리반도체의 업황 부진을 극복하고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내려면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로 꼽힌다.
 
이재용, 중국회사에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공급성과 가시화

▲ 삼성전자의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와 5G 통신반도체도 중국 스마트폰업체로 공급 확대를 노릴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 핵심 상품으로 꼽힌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고성능 카메라 탑재를 확대하며 5G 통신기술 도입도 앞두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다양한 시스템반도체 공급 확대를 추진할 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레노버와 샤오미는 올해 안에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 관련한 기술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업체들과 엑시노스 프로세서 등 시스템반도체를 포함한 다른 부품의 공급 확대를 논의하기도 유리한 위치에 놓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레노버 등 특정 고객사에 공급 여부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외부 공급 확대는 삼성전자가 나아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