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현대자동차의 새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팰리세이드’ 출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쌍용차는 그동안 뚜렷한 경쟁차량이 없었던 대형 SUV시장에서 G4렉스턴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팰리세이드에 시장 수요를 빼앗길 수 있다.
 
쌍용차, G4렉스턴의 대항마 현대차 '팰리세이드' 등장에 긴장

▲ 쌍용자동차의 대형SUV 2019년형 G4렉스턴. <쌍용자동차>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11일 현대차가 국내에서 팰리세이드를 공식 출시함에 따라 쌍용차가 G4렉스턴 판매에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11월 말 팰리세이드를 공개한 뒤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전계약을 실시했다. 사전계약을 진행한 지 사흘 만에 1만 대 이상의 계약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그동안 대형 SUV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만큼 초기 팰리세이드의 흥행에 청신호가 켜진 점을 반기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는 팰리세이드의 판매 추이에 맘을 졸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쌍용차의 주력 대형 SUV인 G4렉스턴이 팰리세이드와 직접 경쟁해야하기 때문이다.

G4렉스턴과 팰리세이드는 우선 거의 비슷한 차량 크기를 지니고 있다. G4렉스턴과 팰리세이드를 비교했을 때 차량 높이(전고)와 차량 길이(전장), 차량 너비(전폭) 등에서 소폭 차이가 있지만 10cm를 넘지 않을 정도로 차체 크기가 비슷하다.

연비도 가솔린 엔진인지, 디젤 엔진인지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대략 10km/ℓ 안팎으로 비슷한 성능을 보인다.

관건은 누가 더 많은 가격 경쟁력을 지녔는지가 될 수밖에 없는데 G4렉스턴이 팰리세이드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자동차업계는 바라본다.

디젤 엔진이 장착된 G4렉스턴 가격은 트림(사양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에 따라 최소 3448만 원에서 4605만 원까지 책정됐다.

팰리세이드 가격은 디젤 모델 기준 3622만 원부터 4408만 원이다. 최상위 트림을 기준으로 보면 신차인 팰리세이드가 200만 원가량 더 싸다.

팰리세이드 가솔린 모델은 디젤 모델보다 200만 원가량 더 싸다는 점을 감안할 때 G4렉스턴이 팰리세이드의 등장에 맞서 우위를 주장할 요소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G4렉스턴이 프레임바디 타입이라는 차별성을 지니고 있지만 팰리세이드와 같은 2.2L 디젤 엔진을 채용하고 있고 가격과 성능 측면에서 열위에 있기 때문에 팰리세이드 출시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쌍용차는 우선 초기 팰리세이드 판매 추이를 지켜보며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신차 출시에 따라 일부 수요가 옮겨가는 현상은 당연히 일어날 것이라고 바라본다”라며 “하지만 G4렉스턴이 팰리세이드와 비교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인 데다 오히려 대형 SUV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효과가 생길 수 있어 우호적 경쟁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거 티볼리를 출시하기 전까지만 해도 연간 2만 대 규모에 불과했던 소형SUV 시장이 티볼리 출시 이후 연간 10만 대 수준까지 성장했듯 대형SUV 시장 자체가 커져 G4렉스턴 판매가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는 2017년 5월 출시한 G4렉스턴으로 한동안 국내 대형SUV 시장에서 독주했다.

2015년만 하더라도 G4렉스턴의 전 모델인 렉스턴W의 국내 대형SUV 시장 점유율은 22%에 머물렀지만 2018년 9월 기준으로 점유율은 60%까지 올랐다.

쌍용차가 G4렉스턴으로 대형SUV 시장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국산 완성차 가운데 G4렉스턴의 경쟁 모델이 기아차의 모하비 밖에 없었다는 점이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