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 '빅배스 효과' 장밋빛 설계, 장용호 배터리 'SK온' 부진 장기화 해법 골몰
-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올해 재무개선 성과를 내는데 험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5조 원 규모의 순손실 발생에 따라 무배당을 결정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대규모 손실 발생을 불러온 '아픈 손가락'인 배터리 계열사 SK온의 어려운 시장 상황은 여전하다.29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5조3257억 원 순손실을 본 것은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에서 4조 원가량 자산 손상을 인식한 데 따른 결과다.SK온은 지난해 4분기 미국 포드자동차와 합작회사인 '블루오벌SK(BlueOval SK)'의 구조재편을 진행하면서 미국 켄터키 공장의 자산 가치를 기존 9조8862억 원에서 5조8292억 원으로 내려 잡았다.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순손실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 회계연도 무배당을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았던 2020년, 실적 악화를 겪었던 2023년에도 무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손상 인식은 회계 기준에 따라 자산 가치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조정으로 현금흐름에는 직접적 영향이 없다"며 "올해 1분기 중 포드자동차가 켄터키 공장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므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는 연말 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SK이노베이션의 이번 순손실을 놓고는 한 번에 대규모 자산 손상을 털어 버린 '빅 배스(Big Bath)'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블루오벌SK의 공장 보유를 포기하면서 당장 장부상 실적에는 큰 충격을 줬으나 계속 공장을 보유했다면 부담했을 고정비 등 발생을 막고 무배당으로 현금 보유까지 강화했다는 것이다. 결국 수익구조 개선에는 긍정적 효과가 날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한승재 DB증권 연구원은 "늦었지만 최선의 결단으로 보이며 부진한 시황에도 배터리 사업의 연간 적자 규모는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정유, 화학, E&S(에너지) 등 사업분야에서 반등으로 올해 전사적으로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SK이노베이션 역시 올해 재무개선과 함께 실적 반등까지 이룬다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재무건전성 개선 지속, 미래 성장 동력인 전기화 추진 등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2026년은 SK이노베이션이 재무적 내실과 미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진정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5조 원을 웃도는 순손실을 보면서 무배당을 결정했다.다만 장 총괄사장이 올해 배터리 사업에서 재무건전성 개성과 미래 성장 등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SK이노베이션에 대규모 순손실 발생을 불러온 배터리 시장의 어려운 상황이 여전하기 때문이다.SK이노베이션은 미국 전기차 시장의 부진에 따라 계열사 SK온의 배터리 사업까지 부진을 겪게 되면서 이번 대규모 자산 손상을 인식하게 됐다.미국 전기차 시장의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터리 시장의 부진도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온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생산거점인 미국, 유럽에서 올해 연간 출하량 전망을 상향할 여력은 희박하다"며 "미국에서는 전방 완성차 고객사들의 전기차 사업 축소에 따른 출하량 역성장, 유럽에서는 중국산 전기차 침투의 지속 증가에 따른 점유율 감소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장 총괄사장은 지난해 SK온의 성장을 위해 SK엔무브, SK엔텀 등을 합병하는 등 배터리 사업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방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SK온은 미국에서 포드와 합작으로 3개 공장 체계를 목표로 했으나 구조조정 이후 2곳은 포드로 넘기고 테네시주 1곳만 단독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재편했다.이 외에도 미국 조지아주에 단독으로 1, 2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와 합작공장도 지었다. 단독 공장 가운데 한 곳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로 전환한다.미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터리와 전기차 업체의 자국 내 생산을 허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갖고 있어 현지 시장이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포드와 합작 해소에 따른 충격 만큼은 아닐 수 있어도 시장 상황에 따른 공장별 포트폴리오 조정과 ESS 전환에 따라 추가적 자산 손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SK이노베이션에서도 올해 SK온의 배터리 사업 전망을 놓고 긴장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8일 실적 발표에서 '추가적으로 자산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조심스러워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