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마음] 김부장님, 좋은 배우자를 두셨군요
[당신과 나의 마음] 김부장님, 좋은 배우자를 두셨군요
작년 말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가 화제가 된 이후 뒤늦게 원작 소설을 읽었다. 드라마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원작은 또 다른 방식으로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주었다.사건을 몰아치기보다는 인물의 내면을 따라갔으며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독자를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원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김부장은 퇴사 이후 분양사기를 겪고 반복적 공황 증상을 경험하며 정신과의원을 찾는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리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치료의 필요성을 거부한다. 마지못해 병원을 찾았지만 진짜 문제는 회사 동료 등 타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점차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무엇이 자신을 이토록 벼랑 끝으로 몰아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이 과정은 많은 중년 직장인의 서사와도 닮아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버텨오면서도 정작 자신을 충분히 돌보고 이해할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던 많은 이들의 삶 말이다.'김부장'에서 눈에 띄는 치유자는 두 명이다. 한 명은 정신과 의사이고 다른 한 명은 김부장의 배우자다. 정신과 의사가 김부장의 살아온 과정과 상처를 언어를 통해 직접 마주하고 다룬다면 배우자는 그것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때로는 비언어적 방식으로 매만져준다.김부장의 배우자는 무척이나 지혜로운 인물이다. 그는 김부장의 자존심이 강하지만 자존감은 낮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취약함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배려한다.무엇보다 배우자의 가장 지혜로운 지점은 자기 스스로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김부장의 배우자는 자신의 욕구와 삶을 완전히 접어두지 않는다. 김부장이 반대했음에도 자기 생각을 믿고 끝까지 설득해 서울에 집을 매수했고 그가 못마땅해할 것을 알면서도 부동산 중개 일을 배우고 시작했다. 공감적이면서도 유연하고, 동시에 자기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이것이 가장 존경할만한 부분이다.작품의 주인공이 김부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의 어린 시절 상처와 방어 그리고 성장 서사가 중심에 놓인다. 하지만 그 옆에 배우자가 없었다면 그만큼의 성장과 성숙은 어쩌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김부장에게는 배우자만큼이나 훌륭한 점이 많지만, 가장 훌륭한 점 중 하나는 바로 좋은 사람(배우자)을 알아본 눈이라고 생각한다.다만 김부장의 아내를 '이상적인 치유자'만으로 여기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작품 속에는 배우자의 인내와 지혜가 결과로 드러나는 장면만 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배우자가 느꼈을 혼란과 분노, 지침의 감정은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진다. (드라마에서는 그래도 조금 더 드러난다.)당연하게도 김부장이 성장하기까지 배우자가 감내해야 했던 슬픔은 꽤나 존재했을 수밖에 없다. 김부장의 불안과 열등감은 짜증과 공격성, 때로는 자기파괴적 행동으로 표출되었기 때문이다.비유하자면 김부장은 장미에 가깝다. (사실 우리 모두가 장미다.) 아름답지만 가까이 다가가려면 가시에 찔릴 수밖에 없는 장미 말이다. 그리고 그 가시는 꽤 날카롭다. 그렇기에 그 장미를 안아주기까지 가시에 찔리는 순간이 많았을 것이다.김부장의 배우자는 특별히 더 단단했기에 장미를 보아주고 안아주는 일이 가능했을 뿐, 모든 배우자에게 요구될 수 있는 덕목은 아니다. 사실 김부장은 '특별히' 좋은 배우자를 둔 경우에 가깝다. 당연한 것이라기보다, '다행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누군가의 성장을 옆에서 묵묵히 견뎌주고 떠받치는 역할은 선택일 수는 있어도 의무가 될 수는 없다. 관계 안에서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몫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존중하지 않는 순간 사랑은 쉽게 소진으로 바뀐다. 그리고 다행히 김부장은 배우자의 모든 인내를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고 그 관계 안에서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자기 몫을 놓지 않았다.김부장은 좋은 배우자를 두었고 그 점은 분명 그의 삶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그리고 배우자 역시 김부장이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임을 알기에 손을 잡고 함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현실에서의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서로가 가진 장미를 잘 발견해주고, 각자의 가시를 '견딜 수 있는 만큼' 보듬어주는 존재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완벽한 치유자가 되려 애쓰기보다, 험난한 세상에서 서로의 곁을 조금 덜 아프게 지켜주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괜찮다.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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