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TSMC', 시가총액 고평가 이유있다
등록 : 2022-08-16 13:48:53재생시간 : 5:43조회수 : 5,847성현모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는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일까? 만약 합당한 가치라면 어떤 요인들이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는 걸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비싸다는 논리는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60조 원 안팎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천억 원과 5천억 원 정도로 순이익을 적용해 산출한 주가순이익배수(PER)가 100배를 훌쩍 넘는다.

같은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이 40배, SK바이오사이언스가 30배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구나 해외 바이오기업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한 시가총액을 보이는 바이오젠, 버텍스파마슈티컬, 리제네론파마슈티컬스 등을 보면 영업이익이 4조~5조 원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10배 가까이 높다.

그럼 정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는 뚜렷한 근거 없이 과도한 기대심리로 고평가된 것일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력사업인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의 장기 전망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CDMO는 위탁개발과 위탁생산을 합친 말로 의약품 개발과 분석지원, 제조 서비스를 통합한 모든 과정을 뜻한다. 과거 단순 위탁생산만 했던 데서 지금은 세포주 개발, 제품 포장까지 제공하는 전주기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여기서 ‘위탁’이란 말 때문에 CDMO 기업이 신약 개발을 하는 다른 제약바이오기업의 하청업체가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개발과 생산이 분화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CDMO기업을 단순한 하청업체로 보기는 어렵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커지고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제약사들이 설비투자 부담을 줄이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개발과 생산을 해 줄 CDMO기업을 찾는 수요도 늘 수밖에 없다. 또 생산 규제가 엄격해지고 제조공정 기술이 복잡해지고 있는 것도 위탁개발생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바이오 CDMO는 반도체에서 파운드리산업의 궤적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파운드리 선두기업인 TSMC는 설립 초기 미국과 일본 반도체기업의 단순 하청업체 취급을 받았는데 반도체 기술이 고도화하고 시장이 커지면서 지금은 최고의 반도체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시장 규모는 1075억 달러, 올해는 그보다 20% 커진 1288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돈 100조 원이 훨씬 넘는 수준이다.

TSMC의 시가총액은 600조 원에 육박한다.

물론 바이오CDMO 시장규모는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매년 10%씩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에는 25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CDMO 시장점유율은 매출 기준으로 15% 정도인데 증설 효과가 본격화하면 30%까지 늘어날 수 있다.

바이오 CDMO 시장의 성장성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장점유율 확대, 영업이익률 수준 등을 고려한다면 202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7조 원이 넘고 영업이익은 2조 원대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치는 시장점유율 50%을 달성하는 건데 이런 목표가 실현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향후 이익규모는 충분히 더 커질 여력이 있다. 자연히 고평가 논란도 사그러들 수 있다.

그런데 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그 산업에서 과실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산업의 성장성과 더불어 기업이 그 산업에서 경쟁력이 있느냐도 판단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통 제약사들은 물론 롯데, CJ 등 대기업들이 CDMO에 뛰어드는 것을 보면 향후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쟁 심화가 우려되기도 한다.

CDMO 사업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기에 경쟁력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CDMO는 사업 초기에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한 업종이다. 대단히 자본집약적인 데다 사업 초기 영업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생산능력부터 갖춰야 하는데 거기에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객과 거래관계, 제조역량 규정 및 품질 준수 등이 중요하므로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위 기업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생산능력에서는 CDMO 선발기업인 스위스 론자를 앞질러 세계 1위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계속 증설에 나서고 있는 만큼 매출 기준으로도 조만간 론자를 따돌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후발주자들과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주력이 반도체라는 점을 떠올릴 때 바이오 사업 진출은 처음엔 뜻밖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적어도 CDMO만큼은 삼성의 반도체 사업과 비슷한 점이 많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 제조공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특히 비슷한데 이는 삼성이 가장 잘하는 분야다.

존 림 대표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바이오USA 행사에서 “다른 회사는 4년 걸리는 공장을 우리는 삼성 관계사와 협업해 2년 만에 가동할 정도로 속도감이 있다. 어떤 회사도 이렇게 빠르게 공장을 지은 곳이 없다”고 말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쟁력으로 스피드를 꼽았다.

그는 “항체 의약품으로 유럽 쪽에서 뇌전증과 알츠하이머 신약이 나오게 되면 우리에게 가장 먼저 수주 기회가 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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