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영토확장 비상④] 현대차그룹 첫 중동 생산거점 빨간불, 정의선 급성장 중동 시장 공략 차질 빚나
[중동 영토확장 비상④] 현대차그룹 첫 중동 생산거점 빨간불, 정의선 급성장 중동 시장 공략 차질 빚나
<편집자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이 확대되고 있다. 이란이 주변 국가를 상대로 군사 대응을 확대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국제유가가 치솟고, 글로벌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번 전쟁이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태세다. 최근 중동이 대규모 인프라와 산업 투자에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면서 한국 기업들도 현지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왔다. 그러나 전쟁 리스크가 현실화되며 이러한 전략에도 변수가 떠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중동 지역에서 사업 확장에 나섰던 주요 기업들의 현안을 점검하고, 이번 사태가 기업들의 중장기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법인 최다' 삼성그룹 주말 긴급회의, 이재용 AI·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변수에 초긴장 ② 중동 확전 조짐에 삼성물산·현대건설 조마조마, '고진감래' 기대감도 ③이란 전쟁에 미국 빅테크 데이터센터 구상도 흔들, 한국 반도체에 불안 가중 ④현대차그룹 첫 중동 생산거점 빨간불, 정의선 급성장 중동 시장 공략차질 빚나 ⑤ LG전자 이란 전쟁에 '글로벌 사우스'공략 제동, 류재철 위기관리 시험대 ⑥중동전쟁 리스크에 환율·유가 '출렁',수출입은행 황기연 정책금융 역할 무겁다 ⑦ CJ 이재현 '신영토 확장' 당부했는데, 중동 총성에 CJ제일제당·CJENM·CJ대한통운 '진땀 ⑧ 이란 무차별 보복성 공격에 HD현대 거점 국가 사우디 포함, 조선 거점투자·전력기기 수출 차질 여부 촉각 ⑨ 네옴시티 드림' 꿈꾸던 네이버, 이해진 중동 사태에 사우디 사업 '암초' ⑩ 중동 전쟁에 글로벌 에너지 위기 재점화, 재생에너지전환에 차질 불가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추진 중인 중동 첫 생산거점 건설 계획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현대차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 중인 반조립(CKD) 자동차 공장을 당초 올해 4분기부터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공장 가동 시기가 불투명해졌다.최근 급성장 중인 중동이 현대차그룹의 전략 판매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번 중동 사태로 인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10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장의 중동 시장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현대차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 내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중동 첫 생산거점인 반조립 방식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그룹은 연 5만 대 규모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이 공장은 현대차 30%,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70%의 지분 합작으로 설립된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이 운영한다.그룹은 올해 4분기부터 본격 차량 생산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번 중동 사태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그룹은 안전을 위해 중동 현지 직원들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그룹 관계자는 "중동에 나가 있는 한국 직원들을 국내로 피신시키고 있는 상황은 맞다"며 "하지만 주재원만 귀국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지인 직원 부족으로 인한 사업 영향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다만 전쟁 상황으로 인한 현지인 피난 등이 발생하면 거기서 오는 불확실성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현대차그룹에 사우디 CKD 공장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중동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미국 전기차 제조사 루시드 모터스를 제외하면 중동에 아직 생산공장을 보유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없다.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세번째)이 현지시각 2025년 10월26일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의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정 회장은 '정주영 중동신화' 재현을 노리며, 중동에 공을 들여왔다.정 회장의 할아버지인 정주영 선대 회장은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산업항 건설 수주에 성공했다. 주바일 산업항 건설 수주는 당시 중동 건설 붐의 시작을 알린 대형 프로젝트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이 프로젝트로 중동 신화로까지 불리는 성공을 거뒀다.그룹은 이번 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전쟁 리스크로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중동 전체 자동차 시장 가운데 사우디가 차지하는 비중은 34% 정도다. 최근 6년 연속 판매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는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현대차·기아는 사우디 시장 점유율 20% 정도로 도요타(30%)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그룹은 현재 신흥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사업을 펼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중국에서는 2016년 자동차 113만 대를 판매하면서 현지 연간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으로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좀처럼 판매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전쟁 초기 매각했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재매입도 포기했다. 중동 신흥 시장 확장이 중요해진 것이다.중동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에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연 256억 달러(37조5680억 원) 규모로 매년 5%씩 성장해 2030년에는 354억 달러(51조949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연평균 성장률 3%보다 높은 수준이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 사우디 공장에서 올해 4분기 생산을 시작한다는 로드맵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우디 공장이 반조립 공장이라는 점도 생산 지연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반조립(CKD) 공장은 모듈 또는 부품 단위로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엔진 등 주요 부품을 한국 등에서 운송해야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 물류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킴 살만 단지는 홍해 연안에 위치해 있어, 이번에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대신 아덴만과 홍해 항로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운송비와 보험비 증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공장은 현대차그룹이 중동 시장을 공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 전쟁으로 생산 계획이 지연되면 중동 시장 공략에서도 속도 조절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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