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첫 '과반 노조' 내달 탄생 가능성, 이재용 '성과급 이슈'에 역대급 파업 리스크 맞나
-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창립 이래 첫 단일 '과반 노조'가 되기까지 가입 조합원 3천여 명만을 남겨두면서, 성과급 지급 기준을 변경하라는 노조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과반 노조는 임금교섭이 결렬됐을 때 전체 사업장을 뒤흔들 수 있는 합법적 파업 권한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예년보다 사측이 받는 압박도 훨씬 클 수밖에 없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그동안 복잡한 사업구조, 대규모 투자 등의 이유로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기준 성과급을 유지해왔으며, 노조의 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과반 노조의 강한 반발에 따라 반도체 생산라인이 잠깐이라도 멈춰 설 경우 피해가 막대해져 노조와의 협상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969년 회사 창립 이후 57년 만에, 2018년 첫 공식 노조가 생긴 이후 8년 만에 올해 가장 큰 노조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21일 오후 2시 기준 삼성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의 조합원 가입자 수는 5만9414명으로 과반인 6만2500명에서 3천여 명이 모자란 수준까지 늘어났다.2024년 출범 당시 약 1만6천 명에서 2년 만에 4만3천 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현재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약 80%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직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현재와 같은 증가 추세라면 2월에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과반 노조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가 되면 독점적 교섭 대표권을 확보할 수 있고, 근로자 대표 지위도 기존 노사협의회에서 과반 노조로 넘어가게 된다. 또 성과급 산정 방식의 세부 내역이나 회사의 재무 상태 등 교섭에 필요한 자료를 사측에 요구할 수 있다.이에 따라 회사 측은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초기업노조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현재 초기업노조는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과 공동교섭단을 꾸려 2026년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공동교섭단은 사측에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기준의 투명화와 지급 상한 폐지, 목표달성장려금(TAI) 상한 상향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공동교섭단 측은 '지난 20일 6차 본교섭에서 사측이 OPI/TAI의 현재 제도를 옹호하고 유지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에 공동교섭단은 개선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사측은 27일 7차 본교섭에서 핵심요구안을 포함한 안건을 제시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24년 6월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사측에 교섭을 촉구하는 목적의 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삼성전자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 기준으로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채택하고 있다.세후 영업이익에서 시설투자액, 자본조달 비용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투하 자본의 기회비용을 차감함으로써 더 현실에 가까운 초과이익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반도체와 같이 투자 규모가 큰 사업에서는 EVA가 규정한 초과이익을 내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산식과 반영 항목이 불투명하다는 문제가 지적돼왔다.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조는 OPI 산정 기준을 기존 EVA 대신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으로 산정하고, 연봉의 50%인 OPI 지급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직접 배분하는 새로운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실적 호황이 예고된 올해는 삼성전자의 1인당 성과급과 비교해 1억 원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삼성전자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은 자신들에 돌아올 몫이 얼마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 제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며 '신입 사원들은 SK하이닉스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특히 최근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사와 성과급 격차는 인재 유출로 직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미래는 기술 인재의 확보와 육성에 달려있다'고 강조해온 이재용 회장이 기존 성과급 제도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노조의 파업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사측에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과거 소수 노조가 파업할 때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70~80%의 비조합원 인력을 투입해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원의 절반 이상이 파업에 참여하면, 현장을 지킬 수 있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져 공장 가동 중단(셧다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특히 반도체 공정처럼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는 외부에서 사람을 구해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반도체는 생산라인이 24시간 가동돼야 하는 특성상, 일부 라인만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춰도 천문학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의 2026년 영업이익이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파업이 현실화하면 손실 규모는 수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올해 3월 시행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도 사측이 노조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노란봉투법은 기존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정당한 파업을 한 노조나 노동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노란봉투법으로) 기업이 새로운 환경에 처했다'며 '새로운 환경에 기업과 근로자 모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