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대인 BNK금융 CEO 부산은행 출신 일색은 균열냈지만, 경남은행과 '정서 통합' 갈 길 멀다
-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으로 나뉘어 있는 것은 비효율적 부분이 너무 많다. 장기적으로 함께 가야 하는 데 우선 두 은행이 정서적인 통합을 이뤄야 한다."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초 BNK금융그룹의 임원인사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이야기다.BNK금융지주가 '정서 통합'이라는 오래된 과제를 다시 마주하고 있다. 올해 초 인사에서 BNK신용정보의 대표이사에 경남은행 출신 인사를 선임하면서 첫발을 내딛었지만, 지주회사의 임원 구성 등을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표면적으로 대등한 공존, 하지만 CEO 인사에서 드러나는 '부산은행 편중'BNK금융그룹은 2014년 부산은행을 주축으로 한 BS금융지주가 경남은행을 인수하며 출범했다. 이후 그룹은 겉으로는 두 은행의 대등한 공존을 표방해 왔다.그러나 내부의 체감은 달랐다. 인사와 자원 배분에서 부산은행 편중이 지속된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경남은행 출신의 인사는 오랫동안 경남은행장을 제외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의 CEO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실제로 BNK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BNK캐피탈의 CEO는 경남은행 인수 이후로도 김일수 전 대표이사, 이두호 전 대표이사, 김성주 현 대표이사까지 모두 부산은행 출신이다. 2023년 김성주 대표 인선 당시 대표 숏리스트에 올랐던 후보군 역시 모두 부산은행 출신이었다.또다른 핵심 계열사인 BNK저축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현 대표인 김영문 대표를 포함해 명형국 전 대표, 성명환 전 대표, 강동주 전 대표 등 모두 부산은행 출신이다.자산운용사인 BNK자산운용의 현 대표인 성영식 대표 역시 부산은행 출신이다. BNK자산운용은 자산운용사답게 애널리스트 출신의 이윤학 전 대표, 메리츠자산운용 출신의 배상환 전 대표 등 외부 인사를 기용하기도 했지만 경남은행 출신은 한 번도 해당 자리에 오른 적이 없다.◆ 빈대인 직접 '경남은행 배려' 언급한 BNK신용정보 대표 인사, 정서통합의 출발선이런 상황에서 빈대인 회장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신태수 BNK신용정보 대표이사다.신 대표는 경남은행 부행장보를 지낸 인물로 BNK금융지주 출범 이후 선임된 계열사 대표이사 가운데 최초의 경남은행 출신 대표이사(경남은행 제외)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빈 회장은 신 대표를 선임하면서 직접 '정서 통합을 위한 포용 인사'라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빈 회장은 "신 대표의 선임은 계열사 대표 인사에 전문성을 고려하면서도 경남은행을 배려한 것"이라며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한 울타리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여전히 그룹 내 임원 인사는 '부산은행' 일색, 빈대인 남아있는 과제 어떻게 해결할까다만 BNK금융그룹 계열사들의 임원 구성을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전히 핵심 계열사 임원진을 대부분 부산은행 출신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BNK금융그룹 계열사 가운데 임원 명단을 공시하는 기업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제외하면 BNK캐피탈과 BNK투자증권뿐이다.상반기보고서 기준 BNK캐피탈의 미등기 임원은 11명으로, 이 가운데 경남은행 출신은 단 한 명, 부산은행 출신 임원은 여섯 명이다. 기타비상무이사인 강종훈 이사 역시 부산은행 출신이다.BNK투자증권의 임원진은 증권사 특성상 대부분 외부 인사로 구성돼있다. 사외이사를 제외한 임원진 가운데 은행 출신은 다섯 명인데, 이 가운데 네 명이 부산은행 출신이다. 나머지 한 명 역시 경남은행 출신이 아니라 KB국민은행 출신의 외부 인사다.빈 회장이 이끌고 있는 지주회사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BNK금융지주의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미등기 임원 8명 가운데 5명이 부산은행 출신이며, 외부 출신 2명을 제외하면 경남은행 출신은 최명희 상무 단 1명뿐이다.최 상무는 지주회사 내 유일한 경남은행 출신 임원일 뿐 아니라, 지주회사에서 유일한 여성 임원(사외이사 제외)이기도 하다.심지어 사외이사인 김남걸 이사도 86년 부산은행으로 입사했다가 롯데캐피탈로 이직한 '부산은행 출신 외부인사'다.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인사 쏠림이 단순한 은행 사이 서열 의식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 중심의 경쟁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완전한 정서 통합을 위해서는 BNK금융그룹 전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명확한 인사 원칙과 투명한 평가 기준이 필수적이다"라며 "최근 인사를 통해 경남은행 출신도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의미가 크지만 그 메시지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좀 더 본질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