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6월] 이란 전쟁, 끝난다 해도 끝나는 게 아니다
[데스크리포트 6월] 이란 전쟁, 끝난다 해도 끝나는 게 아니다
#1.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의 양상이 바로 그러하다.이란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쉽사리 매듭이 지어지지 못하는 모양새다.두 나라가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눈앞에 뒀다는 소식이 지난 5월 하순 무렵부터 악시오스, AP 등 주요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쉽사리 종전 잠정 합의안을 승인하지 않고 장고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승인하는 대신 이란 측에 수정을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스가 5월31일 보도했다.가디언 등의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합의와 관련해 자국의 핵심 지지층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과 2018년 타결했던 핵협상(JCPOA)과 이번 종전 협상 조건이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것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 이뤘던 핵협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파기했고 이란 공격까지 감행했다.그런 만큼 트럼트 대통령은 지지층을 이해시킬 만한 진전된 조건을 종전 협상안에 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다시 전쟁이 격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현재까지는 우세하다. 다만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쓰일 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와 세계 원유 유통량의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등 핵심 현안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2. 두 나라 사이에 종전 협상이 진전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최근 들어 배럴당 90달러선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올해 3월과 4월 한 때 110달러를 넘어서며 에너지 위기가 고조됐던 때와 비교하면 국제유가는 한결 안정화하는 양상이다.하지만 종전 합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란 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놓고 전 세계는 당분간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게 됐다.설사 진통 끝에 이란 전쟁이 끝난다 해도 국제 에너지 시장의 위기는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이란 전쟁이 단기적 군사 충돌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렇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파티 비롤 사무총장의 파이낸셜뉴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과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이란 전쟁이 끝나더라도 손상된 유전과 가스전 재가동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이번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이에 IEA는 지난 5월28일 에너지산업 투자보고서에서 '향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산업 투자가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IEA 권고대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은 이란 전쟁 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세 나라의 에너지 상황을 비교하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3.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는 중동 수입 비중이 큰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3국이 특히 큰 영향을 받았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컬럼비아대학교 에너지정책센터를 비롯한 여러 나라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중동 원유 수입 비중이 90%를 넘는다. 중국 역시 중동 원유 수입 비중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특히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 수급에서 위기감이 컸다. 자체적인 비상 에너지 수급 대책뿐 아니라 두 나라 사이에 상호 원유 유통 협력 등을 통해 근근이 버텨 나가고 있다.반면 중국은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정치 전문매체 더디플로맷은 중국을 놓고 '이란 전쟁에도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세 나라 모두 중동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데도 이렇게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은 재생에너지 격차에서 비롯된다.재생에너지플랫폼 REDEX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기준으로 신규 설치된 전력 설비의 86%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했다. 누적 재생에너지 설비용량도 전체 에너지 용량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에너지연구기관 ISEP의 조사를 보면 일본의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6.7%에 머문다. 한국은 더 심각하다.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이하 수준인 10% 선에 머물고 있다.중국은 탄탄한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해 이란 전쟁에 따른 화석연료 에너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4. 재생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위기 대비뿐 아니라 다가올 인공지능(AI) 시대를 준비하는 데도 중요하다.기후시민단체기후위기비상행동이 5월19일 국회 앞에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IEA는 지난 4월 '에너지와 인공지능(AI)' 보고서에서 'AI와 고성능 컴퓨팅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며 이는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저장기술의 확대로만 충족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중국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재생에너지 산업 기반을 갖고 있다. IEA와 미국에너지정보청(EIA)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의 80% 이상을, 배터리 생산의 75%가량을 각각 차지한다.이런 인프라 우위는 가뜩이나 앞선 중국의 재생에너지 경쟁력을 더 높일 공산이 크다.한국은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제조업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빨리 확장하지 못해 AI 분야에서도 뒤처진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잿빛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포함한 녹색경제 전환의 기본 규칙을 정할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못하고 있다.헌법재판소가 국민 기본권을 이유로 탄소중립기본법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냈다. 그러면서 공백 상태인 2030년 뒤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지난 2월까지 법 개정을 통해 규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하지만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산업계 부담을 의식한 야당의 반대와 정부·여당의 방관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재생에너지 전환을 놓고도 정부가 2030년까지 발전량 비중과 설비용량을 2025년보다 3배가량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구체적 이행 방안에는 허점이 많다는 환경단체의 비판도 이어진다.가뜩이나 중국에 제조업이 밀리는데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 이상 미루거나 서투르게 한다면 한국 경제의 수명을 단축할 뿐이다.재생에너지 전환을 환경단체에서 내놓는 도덕적 차원의 외침만으로 봐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에너지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박창욱 글로벌&기후대응부장 겸 건설&에너지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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