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반도체 소재' 중심 사업 재편 마무리, 성과 내기 중책 맡은 류두형은 '김동관 라인'
- 한화가 질산을 필두로 '반도체 소재' 중심의 사업 재편을 마무리하고 류두형 대표에게 지휘봉을 맡겼다.한화는 올해 10월3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류 사내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그 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이번 인사는 김동관 부회장 체제 아래에서 제조·에너지 라인에 새로운 글로벌 성장 모멘텀을 부여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류 대표는 한화의 주요 제조·에너지 계열사에서 신사업 추진을 주도해왔다.한화에너지에서는 태양광발전의 해외진출을,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에서는 고압탱크 사업의 시작을, 한화 모멘텀부문에서는 반도체 설비 전문 제조회사로의 도약을 이끌었다.이번에는 한화의 새로운 핵심 축인 '반도체 소재' 사업을 안정화 시키고 이를 글로벌 성장동력으로 확대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질산 중심으로 체질 전환, 한화 '반도체 소재' 투자 집중한다류 대표가 맡은 글로벌 부문은 정밀화학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강화하고 있다.특히 질산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세정용 핵심 소재로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함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시장분석업체 GII에 따르면 반도체 세정제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6.54% 성장해 41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한화는 올해 11월 여수산업단지에 연 40만 톤 규모의 질산 공장 준공을 마무리했다.질산 생산능력은 기준 12만 톤에서 4.3배 규모로 확대된다. 기존 물량과 합쳐서 41만 톤 가량은 외부로 판매되고 나머지 물량은 자체 생산에 쓰인다. 2021년부터 질산 생산 설비에 2천억 원 이상을 투자해왔다.한화는 지난해부터 사업 포트폴리오도 정밀화학·반도체 소재 중심으로 재편해왔다.건설부문의 해상풍력 사업과 글로벌부문의 플랜트 사업을 한화오션에, 태양광장비 사업을 한화솔루션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4395억 원 정도다.업계에서는 이번 류 대표 선임으로 '반도체 소재 사업'이 본격적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 성과로 입증된 실행력, '김동관 라인' 제조·글로벌 축으로 완성됐다류 대표는 한화오션 경영기획실장을 맡아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11배 이상 확대하는 실적을 거뒀다.연결기준 매출은 3조234억 원, 영업이익은 2898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2%, 1032% 증가했다.한미 조선협력 사업 '마스가 프로젝트'와 맞물리며 성장 기회는 더욱 커졌다. 이 성과는 인사로 이어졌다.류 대표와 함께 김종서 한화오션 상선사업부장도 한화엔진 대표로 발탁되면서 주요 제조 계열사 4곳 가운데 2곳의 대표가 한화오션 출신으로 채워졌다.류 대표는 오랜 기간 김동관 부회장과 협업하면서 김 부회장의 주요 사업전략을 실무차원에서 구현해왔다고 평가받는다.김 부회장은 2012년 독일 큐셀을 인수해 태양광 사업의 발판을 마련한 뒤 꾸준히 태양광 사업에 집중해왔다. 2022년 한국과 미국에 3800억 원, 2023년 미국에 3조2천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했다.류 대표는 한화솔루션 통합 이전부터 김 부회장을 보좌하며 태양광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함께 이끌었다. 한화에너지, 한화첨단소재, 한화모멘텀 등 주력 제조·에너지 계열사에서도 대표를 맡았다.특히 한화에너지는 김 부회장 3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가족회사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때문에 이번 인사를 전문경영인 발탁이라기보다 '김 부회장의 핵심 라인' 결집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김 부회장과 함께 '제조·에너지' 사업의 축을 담당해 온 인사가 지주격인 한화의 의사결정권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화오션과 한화파워시스템, 한화글로벌 등과의 사업 연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