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사상 최대 과징금에 '흑자 기조' 또 흔들, 실적 개선될 무렵 '돌발 악재' 되풀이
-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수익성 회복 국면마다 대형 악재를 만나는 흐름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이후 보상권 지급으로 고객 이탈을 막으며 실적 반등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지만 대규모 과징금이라는 추가 부담을 안게 됐다. 로켓배송으로 만든 성장 공식이 흑자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줘야 할 때마다 돌발 비용이 불거지면서 쿠팡의 수익성에 부담을 주는 양상이 또 재현됐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쿠팡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법적 근거 없는 개인정보 수집 등에 대해 과징금 6246억8100만 원과 과태료 1680만 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과 공표명령, 고발, 개선권고를 의결했다고 밝혔다.이와 함께 쿠팡 계열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민감정보 처리 제한 위반을 확인해 과징금 2억4800만 원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이번 과징금은 국내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부과된 제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직전까지 가장 큰 과징금은 SK텔레콤의 1348억 원이었다. 지난해 4월 해킹 사고로 약 23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SK텔레콤에 134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쿠팡은 처분 직후 입장을 내고 자신들의 선제적 조치와 사실관계에 근거한 설명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행정소송 제기를 예고했다.쿠팡이 소송전에 들어가면 과징금 규모와 산정 방식의 적정성은 법정에서 다퉈지게 된다. 실제 과징금 납부 시점과 회계 반영 규모는 향후 소송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쿠팡에게 이번 과징금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액수 자체가 큰 데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실적 회복을 시도하던 시점에 나온 제재라는 점이다.쿠팡은 올해 1분기 매출 12조8103억 원, 영업손실 3545억 원을 냈다. 2025년 1분기보다 매출은 11.5% 늘었으나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했다.쿠팡이 분기 적자를 낸 것은 2024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달러 기준 매출 성장률은 뉴욕증시 상장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수익성 악화의 직접적 요인으로는 개인정보 유출 대응 비용이 꼽혔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에게 1인당 5만 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했고 전체 보상 규모는 1조6850억 원이다.김 의장은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개인정보 사고에 대응해 발행한 고객 구매이용권과 물류 네트워크의 일시적 비효율성을 수익성 저하 요인으로 들었다.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이후 줄어든 회원 수가 상당 부분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쿠팡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감소한 회원 수의 약 80%가 회복됐다.고객 보상을 통해 이탈을 막는 효과는 일부 나타났지만 비용 부담은 실적에 먼저 반영됐다. 여기에 6247억 원 규모 과징금까지 더해지면 쿠팡의 적자 탈출 시점은 기존 예상보다 뒤늦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쿠팡이 실적 회복 국면에서 대형 악재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2021년 6월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21년 6월19일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게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쿠팡은 창사 이후 빠른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해 오랜 기간 적자를 감수하며 투자했다. 전국 단위 물류센터와 배송 인프라를 먼저 깔아 이용자 기반을 키운 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방식이었다.이 전략은 2021년 뉴욕증시 상장을 앞두고 일정 부분 설득력을 얻었다. 쿠팡은 적자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상장 직전까지 손실 규모를 줄이며 고성장 기업으로서 투자자 기대를 키웠다.쿠팡은 2021년 3월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당시 쿠팡은 2020년 매출 120억 달러, 순손실 4억7500만 달러를 낸 기업으로 소개됐지만 성장성과 손실 축소 흐름을 바탕으로 미국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하지만 상장 이후 3달 만에 물류센터 화재라는 돌발 변수가 터졌다. 2021년 6월17일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쿠팡은 상장 직후부터 수익성 부담을 다시 안게 됐다.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덕평 화재로 재고 손실 1억5800만 달러, 건물·장비 등 손실 1억2700만 달러, 기타 관련 비용 1100만 달러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화재는 2021년 2분기 순손실이 2억9600만 달러 늘어난 요인으로 작용했다.쿠팡은 이후 로켓배송의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흑자 기조를 다졌다. 하지만 2024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재가 실적을 흔들었다.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6월 쿠팡이 자체브랜드 상품을 검색 상위에 노출하도록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임직원 후기를 활용했다고 보고 과징금 부과 방침을 밝혔다. 이후 8월 최종 의결서를 통해 과징금 1628억 원을 확정했다.쿠팡은 2024년 2분기 영업손실 342억 원(2500만 달러)을 냈다. 2분기 실적에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추정치 1억2100만 달러 등이 선반영되면서 8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쿠팡은 당시 분기 매출 10조 원을 처음 넘겼지만 규제 비용 부담으로 흑자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확인되던 시점에 대규모 제재 비용이 실적을 뒤집은 셈이다.올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비슷한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대규모 보상권 지급으로 고객 기반을 지키려 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징금이 더해지면서 다시 한 번 비용 부담이 커졌다.쿠팡은 행정소송을 통해 과징금 규모와 산정 근거를 다투는 한편 고객 신뢰 회복과 회원 기반 방어를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