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 미 관세 25% 땐 8조 손실, 정의선 '38조 투자'에도 트럼프 폭탄에 시계 제로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관세 25% 인상' 압박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비상 경영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의 관세 리스크 해소를 위해 260억 달러(약 38조 원) 현지 투자 계획까지 밝혔는데, 또 다시 관세 리스크에 노출되자 상당히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지난해 11월 가까스로 25% 관세를 15%로 낮췄는데, 다시 25%로 인상되면 현대차그룹은 연간 8조 원 이상의 비용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더욱이 한국산 자동차에만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관세가 15%인 유럽이나 일본 등 경쟁국 자동차 기업과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기가 매우 불리해져 판매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정 회장은 관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또한 노조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27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장이 또 다시 불거진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따라 올해 경영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15%로 낮아진 한국의 상호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돌연 밝혔다.그러면서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한 국회 비준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정은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대책 논의에 들어갔지만, 대미 투자 계획은 양해각서(MOU)로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것이며, 다만 투자 이행을 위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인상을 즉각 시행할지 정확한 시기를 못박지는 않았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법원으로부터 불합리한 관세라는 판결을 받기에 앞서 대미 투자를 서둘러 이행하도록 우리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는 카드로 이같은 돌발 발언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이와는 상관없이 현대차그룹은 또다시 경영 불확실성이라는 유탄을 맞았다.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미국 관세가 25%일 때 현대차그룹의 관세 비용은 연간 8조4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관세가 15%이면 연간 비용은 5조3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됐는데, 이보다 3조1천억 원 늘어나는 것이다.지난해 4월 미국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 이후 작년 2분기와 3분기에만 현대차와 기아를 합쳐 모두 4조6482억 원에 달하는 관세비용 손실이 발생했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각각 12조4443억 원, 9조1275억 원이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영업이익이 2024년보다 19.8% 줄어드는 것이다. 현대차는 오는 29일, 기아는 28일 작년 실적을 발표한다.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근로자들이 차량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정 회장으로서도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 260억 달러(37조6480억 원) 투자 계획을 트럼프가 참석한 자리에서 직접 발표했는데, 되레 뒤통수를 맞은 격이기 때문이다.정 회장은관세 리스크 해소를 위해 부득이 미국 현지 생산을 더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조지아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 기아 조지아 공장(KMMG) 등 미국 공장 3곳에서 10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그룹은 미국 생산능력을 120만 대까지 늘릴 것이라고 앞서 밝혔다.하지만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면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조와 3조 개정법)'과 맞물려 노조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노란봉투법이 노조의 쟁의 대상을 '근로조건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으로 확대하기 때문에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노조가 얼마든지 제동을 걸 수 있는 상황이 된다.지난해에도 현대차그룹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전년 대비 4.2% 감소한 97만2158대를 기록했다.한국만 자동차 관세 25%를 적용받으면 계속 15%를 적용받는 일본이나 유럽산 자동차보다 시장 경쟁에서 불리해진다.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11.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정 회장이 관세 부과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현지 자동차 가격을 동결하며 판매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25%로 올라가면, 정 회장도 더 이상 현지 판매 가격 동결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청와대 대변인실은 미국의 상호관세 인상과 관련해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 통보나 세부 내용에 대한 설명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현재 캐나다에 체류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을 방문해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다.현대차그룹 측도 아직 관세 인상이 확정된 게 아니며, 한미 정부 간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