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우 K뷰티 호황 '낙수효과' 어디로, 박상용 '인디 브랜드' 향한 체질개선 시급
- 박상용 대표이사가 이끄는 연우가 K뷰티 호황에도 그 수혜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형 고객사 중심 성장 구조에 머무른 탓에 인디 브랜드 고객을 대상으로 한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디 중심 생산 체계 전환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6일 연우의 실적을 종합해보면 한국콜마가 인수 당시 기대했던 수직계열화 효과를 충분히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연우는 2021년까지만 해도 해마다 3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2021년 연우의 영업이익은 299억 원으로 경쟁사인 펌텍코리아를 앞서며 확실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한국콜마는 이 같은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2022년 7월 2864억 원을 들여 연우의 지분 55%를 인수한 뒤 2024년 초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완전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당시 연우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데다 기술력까지 갖춘 화장품 용기 전문업체로 주목받았다.그러나 한국콜마를 모회사로 둔 지 4년이 다 돼가고 있지만 기대에 어긋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연우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500억 원, 영업손실 3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보다 매출은 9.0%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됐다.인수 이후 수익성이 급격히 둔화되며 업계 1위 자리도 펌텍코리아에 내줬다.박상용 대표 입장에서는 올해가 향후 거취를 가를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2024년 흑자전환에 성공해 연임을 이어가긴 했지만 연우가 인수 이전의 높은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어진 상태에서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콜마 계열사로서의 역할과 연우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책임이 박 대표의 어깨를 무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실적 부진의 핵심 요인으로는 대형 고객사 중심으로 형성된 생산 구조가 꼽힌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기존 주력 고객사 주문이 줄어든 이후 인디 브랜드 대응 필요성이 커졌지만 생산 방식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된다.인디 브랜드는 제품 주기가 짧고 소량·다품종 주문을 선호한다. 반면 연우는 고객사 맞춤형 금형 중심 생산 비중이 높아 주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된다. 맞춤 금형 방식은 초기 개발 기간과 비용이 필요한 만큼 인디 브랜드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반면 펌텍코리아는 프리몰드 제품 비중이 76%에 이른다. 프리몰드는 브랜드사의 별도 디자인 요청 없이 미리 개발된 용기를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생산하는 방식이다. '빠르고 저렴하게'가 생명인 인디 브랜드에게 딱 맞는 모델인 셈이다.이 같은 구조를 바탕으로 펌텍코리아는 다수의 중소 브랜드 고객사를 확보하며 인디 브랜드 성장의 수혜를 크게 누리고 있다. 실제 펌텍코리아의 상위 10개 고객사 매출 비중은 37%에 그쳐 특정 고객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연우가 한국콜마에 인수된 이후 실적이 하락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연우의 화장품 용기. <연우>반면 연우는 생산 지표에서 둔화 흐름이 확인된다.재공품 자산은 2024년 155억 원에서 2025년 110억 원으로 30% 이상 감소했다. 재공품은 생산 과정에 있는 반제품으로 공장 가동이 활발할수록 규모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대형 브랜드 주문 축소로 공장 가동률이 낮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실제 평균 공장 가동률도 하락했다. 펌프류는 2024년 46.8%에서 2025년 40.7%로, 튜브류는 77.2%에서 58.0%로 낮아졌다. 견본용 역시 같은 기간 29.1%에서 28.2%로 소폭 감소했다.생산능력도 정체됐다. 펌프류 생산능력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5억9천만 개로 유지됐고, 튜브류는 1억4천만 개, 견본용은 2억1천만 개로 변화가 없었다. K뷰티 수요 확대에도 설비 확장이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생산실적은 오히려 감소했다. 펌프류는 2024년 2억7800만 개에서 2025년 2억4200만 개, 튜브류는 1억600만 개에서 8천만 개로 감소했다. 견본용은 같은 기간 6천만 개에서 5900만 개로 줄었다.다만 연우의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재무 여력이 일부 개선된 데다 든든한 모기업 한국콜마를 등에 업고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체질 개선 여지가 남아있다는 의견이다.연우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4년 183억 원에서 2025년 308억 원으로 늘었다. 한국콜마에 따르면 이는 효율성 제고와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매각한 중국 제조법인 대금이 유입된 영향이다. 확보된 현금을 바탕으로 생산 공정 개선과 설비 투자 여력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배당 정책 변화도 눈에 띈다.연우는 2024년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모기업 한국콜마에 약 500억 원 규모 배당을 집행해 비판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257억 원으로 2024년보다 5.4% 증가했다.박상용 대표가 누적 이익잉여금을 바탕으로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 확대에 나선다면 투자곳간과 관련해서만큼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여기에 한국콜마라는 모기업을 등에 업고 있어 구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콜마에 따르면 연우는 프리몰드 중심 생산 체계를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해 적자 전환을 계기로 그룹 차원에서 인디 브랜드 대응을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실제 연우는 2024년 9월 성수동에 '연우 성수' 쇼룸을 개설하며 인디·중소 브랜드가 직접 패키징을 체험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을 조성한 바 있다.박 대표는 쇼룸에 직접 방문해 "성수동 일대에 급격히 확산·성장하는 K뷰티 흐름에 적극 일조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연우의 의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말하며 인디 브랜드와의 공동 성장을 강조한 바 있다.1967년생인 박상용 대표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한화생명보험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를 지낸 뒤 한국콜마홀딩스에서 기획관리 부문 전무와 부사장을 역임했다. 2023년부터는 연우의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한국콜마 관계자는 "프리몰드를 포함해 신제품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인디브랜드 중심 신규 고객사를 발굴하면서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