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歷知社知] 전혜린 이미륵을 찾아내다, 시공간 속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
1919년 가을, 경성의학전문학교 학생 이의경은 고향 해주로 내려왔다. 지난 봄 3.1운동에 참여했다가 신변의 위험을 느껴 고향으로 몸을 숨긴 터였다. 낙향해 집에 돌아온 아들의 서울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결국 아들의 행적이 일제 관헌들에 발각돼 신변위험으로 닥칠 것을 예감했다. 대단한 지주까지는 아니었지만 해주에서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양반 집안이어서 세간의 눈을 계속 피하긴 어려웠다. 결국 결심을 털어 놓았다. "지금까지 부모 자식 관계로 이어 온 세월만으로도 족하고 감사한 일이다. 그러니 얘야, 외국으로 떠나라.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슬퍼하지 마라." 몰래 마련해 준 돈을 들고 그는 조국을 떠났다. 일제 관헌의 눈을 피해 열차로 도착한 의주. 달이 밝아 오히려 경계가 덜하다는 어느 날 밤, 작은 나룻배에 몸을 실어 압록강 건너 중국 땅을 밟았다. 요즘 탈북민들이 거친다는 바로 그 과정이다. 열차는 심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