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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레시피] '놉' '고무인간의 최후'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사악한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들

[CINE 레시피] '놉' '고무인간의 최후'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사악한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들

올해 개봉작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한국영화 ‘호프’에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SF 호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외작품에는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도 많고 지구인을 잡아먹거나 신체를 강탈하는 호러물도 무궁무진하다. 이번 글에서는 지구인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공격하는 외계인이 나오는 SF 세 편을 소개하려 한다. 선정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나 세 편 모두 좋은 평을 받은 작품들이다. 곧 시작되는 추석 연휴에 색다른 영화를 감상하며 보내도 괜찮을 거 같다. 데뷔작 ‘겟 아웃’(2017)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영리한 감독 조던 필의 ‘놉’(2022)은 줄거리가 단순하다. 할리우드 근처 사막지역에 위치한 말 목장에 우주선이 나타나고 목장주인 남매가 인간을 사냥하는 외계인을 퇴치하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본 내용과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시트콤 촬영장에서 시작된다. 등장인물 중 하나인 침팬지가 출연자 소녀를 살해하는 장면이다. 함께 출연했던 소년은 테이블 아래 숨어서 겨우 공격을 피했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트라우마

[CINE 레시피] 무더위 날려 주는 포크 호러의 매운 맛, '위커맨' '미드 소마'

[CINE 레시피] 무더위 날려 주는 포크 호러의 매운 맛, '위커맨' '미드 소마'

전설의 포크 호러 대표작 ‘위커맨’(로빈 하디, 1973)이 개봉 53주년을 맞아 4K 리마스터링 된 ‘위커맨:파이널 컷’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 작품은 2013년 감독이 직접 재편집한 버전을 리마스터링했다. 1973년 원작은 국내에서 극장 개봉되지 않고 DVD 출시만 됐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은 리메이크 작 ‘위커맨’(닐 라부트, 2010)만 국내 개봉된 바 있다. 원작은 50년도 넘은 영화지만 호러 매니아들은 이번 개봉 소식에 열광하고 있다. 호러는 다양한 하위 장르가 있다. 공포를 자아내는 주범도 악령, 귀신, 살인마, 거대 곤충, 귀신 들린 집, 식인 식물 등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포크 호러(Folk Horror)는 자신들만의 종교나 신념 체계를 믿으며 살아가는 폐쇄적인 마을이 공간적인 배경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작품마다 차이가 있다. 포크 호러의 효시작은 아서 매컨의 단편소설 ‘위대한 목신’(1890)이

[CINE 레시피] '맨 끝줄 소년' '인 더 하우스' '스위밍 풀', 창작과 현실의 경계

[CINE 레시피] '맨 끝줄 소년' '인 더 하우스' '스위밍 풀', 창작과 현실의 경계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들이 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6부작 드라마 ‘맨 끝줄 소년’(김규태 연출)이 전형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스페인의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가 2000년 발표한 동명의 희곡이다. 2015년 한국 예술의 전당에서 김동현 연출로 공연된 바도 있다. 이 작품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인 더 하우스’(2013)를 통해서다. 스페인 희곡이 프랑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고 한국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으니 다양한 국적의 감독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은 셈이다. 후안 마요르가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수학을 전공하였으면서 철학을 공부해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젊은 시절 몇 년간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는데 그때 시험 답안지에 수학 문제를 푸는 대신 자기 사연을 적은 학생을

[CINE 레시피] '와일드 씽' '해치지 않아' '이층의 악당', 코미디로 본 세상

[CINE 레시피] '와일드 씽' '해치지 않아' '이층의 악당', 코미디로 본 세상

손재곤 감독의 신작 ‘와일드 씽’(2026)이 기대 이상 선전하고 있다. 과거 인기를 누렸던 삼인조 아이돌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다시 뭉쳐서 무대에 선다는 스토리다. 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역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세 사람은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는 온갖 사건, 사고를 뚫고 행사장에 도착한다. 강동원이 아이돌 가수로 변신한 회상 장면도 신선하지만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가는 길에 벌어지는 갖가지 소동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오해와 착각으로 발생한 사고가 눈덩이 불어나듯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상황이 웃음을 불러온다. ‘너무 많이 본 사나이’(2000)로 데뷔한 손재곤 감독의 본령은 코미디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2006) 같은 스릴러도 코미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순진한 대학 강사 대우(박용우)는 제대로 연애 한번 못 해본 모태 솔로다. 어느 날 아래층에 이사 온 미나(최강희)와 가까워지고 본격적인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대우는 비밀에 쌓여 있는 미나의 정체에 의심을 품게 되고 나아가 생명의 위협까

[CINE 레시피] 희대의 여성 사기꾼들, '애나 만들기' '드롭아웃'

[CINE 레시피] 희대의 여성 사기꾼들, '애나 만들기' '드롭아웃'

현실에서 사기는 매우 질이 나쁜 범죄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흥미로운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범죄 모의와 실행을 다루는 장르를 일컫는 하이스트 필름(Heist film), 케이퍼 필름(Caper film)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오늘 이야기 할 두 편의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20대 여성 인물이 대담한 사기극의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의 사기 행각은 상당히 비슷한 면이 있는데 주변 인물을 조종하고 그들을 심리적으로 옭아매는 조작에 능통하다는 점이 무엇보다 흡사하다. 넷플릭스 시리스 ‘애나 만들기(Inventing Anna, 2022)는 러시아계 독일인인 애나 델비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저지른 사기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애나 델비의 본명은 애나 소로킨으로 델비라는 성은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1991년생인 애나 델비는 자신이 어마어마한 신탁자산을 갖고 있는 독일의 명문가 상속녀라고 속이면서 주변인들을 이용하는 인물이다. 재력가 남자친구에게 갈취한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뉴욕 사교계 명사들과 가까워지고 인맥을 활용해 더

[CINE 레시피]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조난자들, '식스 빌로우' '얼라이브'

[CINE 레시피]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조난자들, '식스 빌로우' '얼라이브'

재난 영화를 볼 때마다 평범한 일상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두 편의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눈 덮인 험준한 산맥 깊숙한 곳에 조난당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생존한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영화 내내 하얀 눈 구경을 실컷 하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식스 빌로우’(스캇 워프, 2017)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 에릭 르마크가 실제 겪은 사건을 다룬다. 어려서부터 뛰어난 기량을 갖춘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에릭(조쉬 하트넷)은 팀워크를 이루지 않고 독단적인 플레이를 하다 감독과 마찰을 빚고 프로 구단에서 뛰쳐나온다. 이후 방황하던 에릭은 약물에 손대게 되고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 일로 엄마와 말다툼을 한 에릭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생각을 가다듬기 위해 스노우보드를 타러 간다.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시에라네바다 산맥 스키장에서 보드를 타던 에릭은 갈림길에서 금지구역으로 방향을 튼다. 충동적인 이 순간의 선택이 에릭의 인생을 바꿔놓게 된다. 사실 에릭이 스키장 정상에 올랐을 때부터 이미 기상악화가 예상되었고 관리소 측은 모든 관

[CINE 레시피] '너의 모든 것' '보이후드' '부운', 사랑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

[CINE 레시피] '너의 모든 것' '보이후드' '부운', 사랑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

사랑은 문학을 비롯한 예술의 오래된 주제이고 소재다. 하지만 사랑은 관념 속에만 존재하기에 현실에서는 구현하기 어렵다. 물질적인 보상이나 성적인 만족이 사랑으로 포장되는 것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원래 알 수 없는 표상이므로 현실에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드라마나 영화는 끊임없이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달달한 연애와 사랑 이야기가 아닌 좀 색다른 작품 몇 편을 살펴보려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모든 것’은 캐럴라인 케프니스의 소설 ‘유(YOU)’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고, 한국에서는 ‘무늬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이라는 이름의 번역본이 출판되어 있다. 드라마가 시즌 5까지 이어지다 보니 시즌 3부터는 원작을 벗어난 스토리가 이어지지만 기본은 소설 바탕이다. 이 드라마는 소위 말하는 막장인데, 그 막장이 연애, 사랑, 결혼을 소재로 하고 있다. 연애, 사랑과 어울리지 않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인 조(펜 배질리)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CINE 레시피] '웨스트 월드' '블랙 미러', AI가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들

[CINE 레시피] '웨스트 월드' '블랙 미러', AI가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들

테마파크는 동심(童心)을 현실에 구현해 낸 상징물 같은 곳이다. 전 세계 아이들이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책이나 영상에서 보았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테마파크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요즘은 인기가 시든 것 같지만 조선시대 풍경을 재현해 놓은 민속촌에 관광객이 몰리던 시절도 있었다. 테마파크를 주제로 한 책이나 영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쥬라기 공원’일 것이다. 한 기업체가 호박이라는 광물에서 추출한 유전자로 공룡을 복제한 후 공룡 테마파크를 만드는 사업을 기획한다. 그런데 공룡을 풀어 놓은 공원에 관광객 투어를 시켜주던 중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출발이다. ‘쥬라기 공원’(스티븐 스필버그, 1990)의 원작자 마이클 크라이튼이 ‘쥬라기 공원’ 이전에 테마파크 아이디어로 만든 ‘웨스트 월드’(마이클 크라이튼, 1973)라는 영화가 있다. 국내 비디오 출시명은 ‘이색지대’로 율 브린너가 주연을 맡았다. 소설을 먼저 출간하고 영화화 한 것이 아니라 원작 시

[CINE 레시피]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아웃브레이크' '컨테이젼' '감기', 바이러스와 인류의 전쟁

[CINE 레시피]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아웃브레이크' '컨테이젼' '감기', 바이러스와 인류의 전쟁

개인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21세기라는 걸 실감했다. 20세기에는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삶의 방식을 하루아침에 뒤바꾼 전염병은 없었던 것 같다. 20세기 인류는 항생제, 백신 등의 등장으로 많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바이러스의 사전적 정의는 살아있는 생물 안에서만 증식이 가능한 감염성이 있는 미생물이다. 즉 숙주가 있어야 하는 존재로 독립적인 생명체인 세균과는 다르다. 인류 멸망과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SF는 무수히 많다. 인류가 멸망하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외계생명체든 행성이든 지구 밖에서 날아온 무언가에 의해 지구가 종말을 맞이하는 이야기들이 넘쳐 난다. 핵전쟁이나 자연 파괴 등 인간의 잘못에 의해 지구가 파괴되기도 하고, 화산 같은 지구 자체가 불러오는 재앙도 있고, 과도한 인구 팽창에 의한 식량난이나 자원 고갈이 멸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HBO가 제작한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바이러스가 인간을 공격하고 문명을 파괴하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한다. 2023년에 시즌1이 방영되었고, 2025년에 시즌2까지 마무리되었다.

[CINE 레시피] '홈랜드' '제로 다크 서티', 2010년대 CIA 작전을 다룬 스파이 스릴러

[CINE 레시피] '홈랜드' '제로 다크 서티', 2010년대 CIA 작전을 다룬 스파이 스릴러

스파이 스릴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007 시리즈’일 것이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007 살인면허’(1962)를 시작으로 2021년 ‘노 타임 투 다이’까지 20편 이상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1대 제임스 본드였던 숀 코네리 이후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등의 배우를 거쳐 대니엘 크레이크가 2000년대 제임스 본드로 활약했다. 냉전시대의 대표적 스파이 스릴러였던 만큼 소련 붕괴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007 시리즈’는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로 악당의 범주를 재설정하고 화려한 액션으로 활력을 불어넣어 기사회생했다. ‘007 시리즈’는 영국 첩보기관인 MI6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MI6와 쌍벽을 이루는 미국의 첩보기관 CIA의 작전이나 요원들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도 무수히 많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미국 스파이 스릴러 영화는 ‘본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로버트

[CINE 레시피] '억만장자들의 벙커' '테이크 쉘터', 지구 종말 대비해 피난처 만드는 사람들

[CINE 레시피] '억만장자들의 벙커' '테이크 쉘터', 지구 종말 대비해 피난처 만드는 사람들

메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하와이 카우아이섬과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대규모 비밀 지하 공간을 꾸준히 구축하고 있다는 해외 뉴스가 있다. 오픈AI 공동창업자나 링크트인 공동창업자 등도 지하 공간을 건설하고 종말 보험에 가입했다고 한다. 최첨단 테크 기업가들이 유독 기후재난이나 핵전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실은 최고 부유층들은 오래 전부터 해왔던 일인데 신흥 테크 재벌들이 그 대열에 합류한 것뿐인지 모르겠다.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에서도 감춰진 공간인 지하실이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는 진원지였다는 걸 떠올리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론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억만장자들의 벙커'는 이런 추론을 그럴듯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SF 스릴러 장르로 분류할 수 있는 이 스페인 8부작 드라마의 원제는 '핵 대피소'인데 영문과 한국어 제목은 보다 직관적인 '억만장자들의 벙커'로 바뀌었다. 핵전쟁이

[CINE 레시피] '굿 뉴스', 냉전시대의 희비극 담아낸 한 편의 우화

[CINE 레시피] '굿 뉴스', 냉전시대의 희비극 담아낸 한 편의 우화

변성현 감독의 신작 '굿 뉴스(2025)'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스탠리 큐브릭, 1964)'였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사이의 핵전쟁이 벌어질 일촉즉발 위기 상황을 희화화한 기발한 블랙 코미디로 지금도 시네필에게 회자되는 작품이다. 이와 비슷하게 '굿 뉴스'도 냉전시대의 절정인 1970년을 배경으로 한국, 일본, 북한, 미국, 소련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희비극을 그리고 있다. 1950년대 이후 한국 대중매체는 다양한 분단 서사를 다루어왔다. 6. 25, 이산가족, 스파이, DMZ 등 분단 서사의 소재와 주제는 시대에 따라 변화와 변주가 거듭됐다. '굿 뉴스'는 1970년 북한에 의해 납북되었던 한국 민항기 탑승객이 김포공항으로 귀환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실제 있었던 1971년 대한항공 비행기 납북 미수 사건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하이재킹(김성한, 2024)'에서 생생하게 다루어지기도 했다. 시작은 한국 민항기 하이재킹이지만 '굿 뉴스'가 본격적으로 풀어낼 이야기는

[CINE 레시피]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없는 가장들

[CINE 레시피]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없는 가장들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 공개됐다. 관객의 반응은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어쩔 수가 없다>(2025)의 첫 장면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가장’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요즘은 가장이라는 말도 자주 쓰지 않는 것 같은 데다 아버지만 가장인 시대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어쩔 수가 없다>는 가족을 위한 가장의 고군분투라는 매우 고전적 주제를 풀어간다. 전원주택 정원에서 바비큐를 굽고 있는 아버지 만수(이병헌)의 모습을 클로즈업 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만수는 한 여름 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회사에서 특별 선물로 보내 준 장어를 정성껏 구워 아이들 입에 넣어준다. 아름다운 아내 미리(손예진)와 아들, 딸, 골든리트리버 두 마리까지 뭐 하나 부족해 보이지 않는 단란한 가족이다. 하지만 이날의 바비큐 만찬이 이들 가족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절정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부터 무려 25년간 제

[CINE 레시피] '좀비딸' '효자' '기묘한 가족', 가족애를 확인시켜 주는 색다른 '좀비' 영화들                          

[CINE 레시피] '좀비딸' '효자' '기묘한 가족', 가족애를 확인시켜 주는 색다른 '좀비' 영화들                          

‘좀비’라는 특이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좀비딸>(필감성, 2025)이 무더위 속에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다. 좀비는 낯설고 이질적인 소재라는 선입견을 깬 블록버스터 <부산행>(연상호, 2016) 이후 한국 관객들도 좀비 비주얼과 서사에 꽤나 익숙해졌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죄다 좀비 감염자가 되어버린 참담한 상황이 코로나 팬데믹 은유처럼 느껴진 <#살아있다>(조일형, 2020)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한국 관객들이 좀비의 매력을 발견한 것은 영화보다도 코로나 시기 글로벌 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스트리밍 된 한국 드라마 <킹덤>(2019)과 <지금 우리 학교는>(2022)의 공이 크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킹덤>,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 고등학교 공간에서 사건이 전개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시대가 과거든 현대든 한국적 특징을 갖고 있다.

[CINE 레시피] '84제곱미터' '세입자', 청년세대에게 아파트는 어떤 공간인가

[CINE 레시피] '84제곱미터' '세입자', 청년세대에게 아파트는 어떤 공간인가

작년에 블랙 핑크의 멤버인 로제와 브르노 마스가 듀엣으로 부른 ‘아파트’가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었다. 국내 많은 연예인들이 따라 부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가사를 보면 아파트라는 게임을 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 게임은 진행을 위해 ‘아파트’라는 단어를 시작 혹은 중간에 반복하는 방식이다. 게임에 노래까지 나올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특별하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는 일제 강점기인 1935년 내자동에 지어진 미꾸니아파트이고, 광복 이후 최초의 아파트는 1958년 건설된 종암아파트라고 한다. 본격적인 아파트 건축은 1960년대 들어서 시작되었고, 아파트 단지라는 개념은 1962년 완공된 마포아파트에서 출발한 걸로 알려졌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아파트는 한국 사회에서 특별한 주거 형태였지만 1980년대 이후 아파트 보급률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중산층 주거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시대마다 대중문화 속 아파트에 대한 이미지나 의미는 달라져왔다. 201

[CINE 레시피] '카틀라'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다면?

[CINE 레시피] '카틀라'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다면?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판타스틱 장르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종종 죽은 자들이 돌아오곤 한다.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착한 혼령이 되어 찾아오기도 하지만, 원귀나 좀비처럼 흉측한 존재가 되어 살아있는 자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1990년대 애절한 러브 스토리의 대명사였던 &#39;사랑과 영혼&#39;(제리 주커, 1990)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샘(패트릭 스웨이지)이 위기에 처한 연인 몰리(데미 무어)를 돕는 내용이었다. 도자기를 빚는 장면에 울려 퍼졌던 주제곡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39;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영화 &#39;고스트 맘마&#39;(한지승, 1996)도 이승에 남겨 놓은 가족을 돕는 수호천사 아내(최진실)가 등장하는 판타지 멜로였다. 그러나 호러 장르로 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호러물에서는 한번 생명을 잃은 존재가 되돌아 올 경우 재앙이 시작된다. 원귀나 좀비는 살아있는 자들을 해치는 적대적인 타자의 모습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39;카틀라&#39;(2018)는 이색적인 아이슬란

[CINE 레시피] '마더' '파과' '카산드라', '엄마'의 여러 얼굴들

[CINE 레시피] '마더' '파과' '카산드라', '엄마'의 여러 얼굴들

‘엄마’는 말을 배우는 아이가 처음으로 내는 발음이다. 그리고 인간이 그리워하는 영원한 대상이다. 하지만 대중서사에 묘사된 엄마의 모습이 따뜻하고 희생적인 것만은 아니다. 동화에 나오는 못된 계모가 실은 엄마가 갖고 있는 포악한 이면을 형상화한 인물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장화, 홍련>(김지운, 2003)은 나쁜 계모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설화를 모티프로 가져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익숙한 서사를 비튼 반전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 작품으로 흥행 성적도 좋았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엄마’나 ‘어머니’가 아니라 ‘마더’라는 단어를 고른 이유가 있다. 마더는 엄마와 어머니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즉, 마더는 엄마라는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외국어가 주는 낯선 느낌을 갖게 만든다. <마더>의 엄마(김혜자)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 도준(원빈)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을 수습하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겉보

[CINE 레시피] '리틀 포레스트' '굿바이' '바베트의 만찬', 지친 삶을 위로해 주는 음식

[CINE 레시피] '리틀 포레스트' '굿바이' '바베트의 만찬', 지친 삶을 위로해 주는 음식

음식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들이 있다. 특이하게도 주인공이 쥐로 설정된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브래드 버드, 2007)에는 프랑스 전통요리들이 등장하고, 리안 감독의 초기 대표작 <음식남녀>(1995)는 가족의 갈등과 화합을 대만 전통 음식을 매개로 풀어간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 경연대회를 소재로 다룬 <식객>(전윤수, 2007) 같은 영화도 있다. 고단한 도시의 삶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고향일 것이다. <리틀 포레스트>(임순례, 2018), <굿바이>(타키타 요지로, 2008)는 낙향한 주인공이 스스로를 추스르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아하는 영화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음식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심이 된다. 이 두 작품에서 음식이 주인공을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한다면 <바베트의 만찬>(가브리엘 엑셀, 1996)에서 음식은 삶의 가치와 의미를 뒤흔드는 강렬한 장치가 된다. 도시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

[CINE 레시피] '보통의 가족'과 '딜리셔스', 중산층 가정의 균열과 몰락

[CINE 레시피] '보통의 가족'과 '딜리셔스', 중산층 가정의 균열과 몰락

2000년을 전후하여 중산층 가정의 허울과 위선을 다룬 영화들이 할리우드는 물론 한국에도 다수 등장했다. 이전에 그런 내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기말이라는 특수한 배경 덕에 어느 때보다도 암울하고 도발적인 서사가 펼쳐졌다. 이 시기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가장 어두운 가정 드라마 두 편을 꼽자면, &#39;아이스 스톰&#39;(리안, 1998)과 &#39;아메리칸 뷰티&#39;(샘 멘더스, 2000)를 들 수 있다. 한국 영화로는 &#39;바람난 가족&#39;(임상수, 2003)이 있다. 이들 영화는 모두 안정적인 직장과 사회적 지위, 경제력을 갖춘 주인공들이 꾸려가는 가정을 파고드는 균열과 이로 인한 파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스 스톰은 &#39;헐크&#39;(2003)와 더불어 리안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어두운 계보에 속한다. 두 편 다 가정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마블코믹스 캐릭터 ‘헐크’가 등장하는 헐크에 비해 아이스 스톰은 1970년대 미국 사회를 지극히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교외에 자리한 값비싼 저택에 이웃한 두 가족 사이에 벌

[CINE 레시피] '오후 네시'와 '스픽 노 이블', 교양과 배려의 딜레마

[CINE 레시피] '오후 네시'와 '스픽 노 이블', 교양과 배려의 딜레마

타인을 대할 때 적절한 교양과 배려의 정도는 어디까지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적당한 교양과 배려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려 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렇지 못 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하거나 무례한 상대를 만나게 되면 우리의 인내는 역치를 넘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맞닥뜨린 가족 이야기를 다룬 <오후 네시>(송정우, 2024), <스픽 노 이블>(크리스티안 타프드럽, 2022)을 통해 교양과 배려의 또 다른 민낯을 생각해 본다. <오후 네시>는 벨기에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의 <오후 네시>를 한국적 상황으로 번안한 영화다. 예기치 못 한 결말로 마무리 되는 대중적이지 않은 내용이라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 했지만 매우 독창적인 스릴러이다. 퇴임 일에 마지막 수업을 마친 대학교수 정인(오달수)은 제자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아내 현숙(장영남)과 교문을 나선다. 교문을 나서자마자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지만 자신의 차를 받은 트럭 운전사의 초라한 행색에 연민을 느낀 정인은 보상을 요구하지 않고 그를

[CINE 레시피] '렛 미 인'과 '비바리움', '양육'의 의미를 사유하는 영화들

[CINE 레시피] '렛 미 인'과 '비바리움', '양육'의 의미를 사유하는 영화들

저출산 시대에 ‘양육’을 이야기하는 게 새삼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인류가 존재하는 한 양육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업이다.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을 한다고 보면 그 기간은 20년가량 된다. 평균 수명이 60세 정도였던 20세기 중반에는 인생의 삼분의 일이 양육 기간일 정도로 인생 주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개인적으로 양육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준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렛 미 인’(토마스 알프레드슨, 2008)과 ‘비바리움’(로컨 피네건, 2020)이다. 몇 년 전부터 극장가에 재개봉 영화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데 렛 미 인도 최근 재개봉됐다. 제작 국가, 장르, 시대는 제각각이지만 재개봉작들은 작품성을 인정받거나 입소문을 통해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다.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렛 미 인은 스웨덴 제작이고, 동명 제목인 렛 미 인(매트 리브스, 2010)으로 영국

[CINE 레시피] '세입자', 월세 사회에서도 밀려나는 MZ세대

[CINE 레시피] '세입자', 월세 사회에서도 밀려나는 MZ세대

‘세입자(윤은경 감독, 2024)’는 한국 사회가 처한 주거 문제에 대한 부정적 상상력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작품이다. 특히 MZ세대가 느끼는 주거에 대한 불안은 공포에 가깝다.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대도시에서 독립생활을 하는 젊은 세대는 급여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한다. 이제 전세라는 주거 형태는 거의 사라지고 월세가 일반적인 시대가 되었다. ‘세입자’에는 월월세, 천장세라는 더욱 악화된 주거 방식이 등장한다. 대기오염과 주거난이 심각할 정도로 나빠진 미래 사회, 20대 직장인 신동은 아파트 월세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한다. SF 장르긴 하나 도시의 풍경은 현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고 오히려 레트로 느낌의 건물과 실내 인테리어가 두드러진다. 휴대전화를 연결하면 상대방이 눈앞에 나타나는 장면 등 몇몇 SF 장치가 있지만 SF 정체성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현재, 이곳의 삶을 강조하기 위해 시제를 미래로 바꾼 것일 뿐이

[CINE 레시피] 여성을 향한 도발적이고 전복적인 시선, ‘가여운 것들’

[CINE 레시피] 여성을 향한 도발적이고 전복적인 시선, ‘가여운 것들’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 있지만 최초의 SF 소설로 불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출현은 인도네시아의 화산 폭발과 관계가 깊다. 1816년 인도네시아 화산 폭발은 전 세계 기후에 영향을 주었고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는 그해 여름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인들과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초대로 메리 셸리 부부를 비롯해 몇 명의 지인들이 별장에 모였지만 화산재 때문에 여름답지 않게 서늘하고 비가 내리는 탓에 집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재미 삼아 무서운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주면서 지루함을 떨쳐냈다. 이때 나눈 이야기는 영국으로 돌아가 출판을 하기로 약속을 하지만 1918년 메리 셸리만 책을 출간하게 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은 여성판 &lsq

[CINE 레시피] ‘더 플랫폼’, 우리는 계급사회에 살고 있는가?

[CINE 레시피] ‘더 플랫폼’, 우리는 계급사회에 살고 있는가?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계급’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계층, 계급이 있다 한들 아무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았던 시절은 지나간 거 같다. 이제는 계급이라는 단어를 프로그램 홍보 카피에 드러내놓고 쓰고 있다. 요즘 최고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요리사를 흑수저 80명과 백수저 20명으로 구분하고 시작한다. 유명세나 미슐랭 가이드 별점 비중으로 출연진의 계급을 나눈다. 이런 구분이 별 무리 없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계급이라는 단어, 개념, 실체를 향한 저항감이 없다는 방증일 것이다. TV에 노래나 춤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데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스테이지 파이터’가 흥미로웠다. 현대무용, 발레,

[CINE 레시피] ‘제임스 본드 VS 제이슨 본’, 냉전과 탈냉전의 스파이들

[CINE 레시피] ‘제임스 본드 VS 제이슨 본’, 냉전과 탈냉전의 스파이들

추석 연휴, 레바논에서 휴대용 전자기기가 폭발해 무장단체 헤즈볼라 단원들 다수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는 해외 뉴스가 들려왔다. 지금은 특수 직군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위 ‘삐삐’에 이어 무전기 폭발 소식이 연달아 보도됐다. 누가 어떻게 이런 테러를 기획했는지 분석하는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이스라엘의 첩보 조직인 모사드가 배후라는 설이 유력하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첩보 조직들이 있다. 미국의 CIA, 영국의 MI6, 소련의 KGB,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이다. 모사드는 아르헨티나에 숨어 살던 나치 전범 아이히만을 오랜 시간 추적 끝에 체포한 사례로 알 수 있듯 집요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사드가 벌인 테러 작전을 담은 영화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

[CINE 레시피] '행복의 나라', 영화가 ‘10·26’을 기억하는 방식들

[CINE 레시피] '행복의 나라', 영화가 ‘10·26’을 기억하는 방식들

역사는 영화의 소재로 자주 소환되곤 한다. 같은 사건이라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해석은 다를 수 있다. 영화가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고정한다면 오히려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역사적 소재가 대중 서사에 들어오는 데는 대략 한 세대 정도의 거리가 필요해 보인다. 1979년 10월26일 발생한 대통령 시해 사건은 보통 ‘10·26’으로 불린다.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처음 다룬 영화는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2005)이다. 이후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2020)에 이어 현재 ‘행복의 나라’(추창민, 2024)가 상영 중이다. 이 세 작품은 같은 사건을 다루지만 영화적 스타일도 다르고 초점을 맞춘 부분도 차이가 크다. ‘행복의 나라’는 허구의 인물과 이야기가 앞의 두 작품보다 훨씬 많이 가미된 작품이다. ‘마파도&rsq

[CINE 레시피] 일상이라는 시선 너머로 포착된 비일상, ‘존 오브 인터레스트’

[CINE 레시피] 일상이라는 시선 너머로 포착된 비일상,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세기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사건은 두 번의 세계대전이라 할 수 있고 그 중심에 홀로코스트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과 학살은 끊임없이 자행됐지만 1, 2차 세계대전은 초유의 지구적 사건이었다. 19세기 끝 무렵에 등장한 영화는 20세기 내내 두 번의 세계대전을 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치열한 전투를 소재로 한 스펙터클 블록버스터부터 포화 속에 피어난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이 존재한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의 리스트도 길다. ‘밤과 안개’(알랭 레네, 1955), ‘쇼아’(클로드 란즈만, 1985) 같은 다큐멘터리도 꾸준히 제작됐고 ‘쉰들러 리스트’(스티븐 스필버그, 1994)로 대표되는 극영화도 무수히 많다. ‘인생은 아름다워’(로베르토 베니니, 1997)는 홀로코스트를 색다른 방식으로 그려내 많은 관객을 감동시켰다. 유대인 수용소에 수

[CINE 레시피] 권선징악과 잔인한 현실, ‘수사반장 1958’ ‘브레이킹 배드’

[CINE 레시피] 권선징악과 잔인한 현실, ‘수사반장 1958’ ‘브레이킹 배드’

최근 결이 다른 TV 시리즈 두 개를 연이어 보게 되었다. 둘 다 범죄를 다룬 드라마 시리즈로 거의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하나는 벌써 15년이 지난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시즌1(AMC, 2018)이고, 다른 건 올해 방영된 ‘수사반장 1958’(MBC)이다. 수사반장 1958을 몰아보기로 시청한 뒤 시청 목록에 올려두고 있던 브레이킹 배드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지역, 시대 등 무엇 하나 비슷한 것이 없는 두 드라마를 보면서 새삼 매체가 ‘범죄’를 다루는 방식을 생각해 보았다. 오리지널 ‘수사반장’은 1970~1980년대 장기간 방영된 인기 드라마였다. 1971년에 시작해 1984년 종영된 뒤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1985년 부활해 1989년까지 방영되었다. 아마 50대 이상이라면 수사반장과 관련된 기억이 대부분 있을 것이고 그 세대가 아

[CINE 레시피] 존엄하게 죽을 권리, ‘아무르’와 ‘다 잘 된 거야’

[CINE 레시피] 존엄하게 죽을 권리, ‘아무르’와 ‘다 잘 된 거야’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 한 100세 시대를 살면서 전에 없던 축복을 누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고민의 골도 깊어졌다. 60~70대에 뭔가 새로운 것을 배워도 이상하지 않고 환갑잔치 같은 것은 20세기 유물로 여겨지는 시대다. 문제는 죽음에 다다르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질병에 시달리는 시간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명장치를 거부하는 증서를 미리 마련해 두는 건 이제 흔한 일이다. 2010년 이후 존엄한 죽음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들이 부쩍 늘었다. 오늘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영화 두 편을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가 생각할 화두를 찾아보고자 한다. ‘퍼니 게임’, ‘하얀 리본’, ‘피아니스트’ 등을 연출한 독일 거장 감독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프랑스에서 만든 ‘아무르’(2012)는 존엄을 잃어가는 노인이 겪는 참담함과 이를 바라보는 배우자의 슬픔을 매우 잔

[CINE 레시피] 아버지의 진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맨 오브 마스크'

[CINE 레시피] 아버지의 진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맨 오브 마스크'

아버지란 말에서 떠올리는 이미지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TV 드라마 속 아버지들은 과묵하고 엄하거나 고집스러웠다. 21세기 아버지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확고한 아버지상이 있을 때보다 어쩌면 ‘아버지 되기’가 더 힘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아이는 엄마와 애착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특별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인간이 넘어야 할 발달의 단계를 개념화했다. ‘집안의 가장이 아버지이고 아버지는 법과 질서의 상징이므로 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규율에 따라야겠다’라는 가장 일차적인 사회화 과정이다. 백 년 전 이론이므로 시대적인 괴리가 느껴질 수 있지만 여전히 유효한 면은 있다. ‘아버지 되기’가 안고 있는 고민을 잘 보여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

[CINE 레시피] 알 수 없는 부부의 세계,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

[CINE 레시피] 알 수 없는 부부의 세계,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

제74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2024년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의 ‘추락의 해부’(쥐스틴 트리에, 2023)는 제목처럼 한 남자의 추락사를 해부하는 영화다. 본래 해부는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행해지는데 이 영화는 해부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그건 ‘부부의 세계’라는 이해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은 해부의 대상 탓이다. 부부의 세계는 수많은 소설, 영화, 드라마 등에서 다뤄졌다. 부부는 사랑, 믿음, 배신, 헌신, 절망 같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사람 사이에 맺을 수 있는 관계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추락의 해부는 상영시간이 무려 151분에 이르는 긴 영화로 법정 장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법정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게 장소가 법정일 뿐 법정 공방은 이야기를 진행하는 장치일 뿐이다. 피의자와 증인 신문이

[CINE 레시피] 단순한 정의와 난감한 정의, 범죄도시·모범택시·살인자ㅇ난감

[CINE 레시피] 단순한 정의와 난감한 정의, 범죄도시·모범택시·살인자ㅇ난감

범죄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중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오션스 일레븐’(스티븐 소더버그, 2002), ‘도둑들’(최동훈, 2012) 같은 케이퍼 필름에서 범죄는 한바탕 놀이처럼 보이고 관객은 범행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갖게 된다. 물론 이런 영화에서 범죄는 대체로 재물을 훔치는 것이라 폭력, 살인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때로는 잔인한 범죄자임에도 주인공의 편에 서게 되는 이야기도 있다. ‘용의자 X의 헌신’(니시타니 히로시, 2008)에서 주인공 이시가미는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르지만 관객은 그를 단죄하기보다 그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응원하게 된다. 불쌍한 이웃집 모녀를 돕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의 행위는 분명 범죄고 현실에서라면 당연히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2000년대 후반 사적 복수를 행하는 한국 스릴러가 유행한 시기가 있었다. 이런 유형의 서사는 &lsqu

[CINE 레시피] 요동치는 오늘의 세계, '고려거란전쟁' '노량: 죽음의 바다'가 뜬 이유

[CINE 레시피] 요동치는 오늘의 세계, '고려거란전쟁' '노량: 죽음의 바다'가 뜬 이유

흥미롭게도 요즘 안방과 극장 양쪽에서 전쟁 이야기가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KBS2 TV드라마 &#39;고려거란전쟁&#39;은 제2, 3차 고려거란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32부작으로 기획되었으며 현재 제2차 고려거란전쟁의 막바지 부분까지 방영된 상태이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 &#39;노량: 죽음의 바다&#39;는 보통 임진왜란이라 통칭하는 전쟁의 마지막 정유재란의 종지부를 찍는 ‘노량대첩’을 그리고 있다. 11세기 초 고려와 16세기 말 조선이라는 시대적 간극이 있지만 이 두 전쟁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동아시아 3국이 참전한 국제전쟁이라는 점과 이 두 전쟁의 결과로 동아시아 지형도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즉, 고려거란전쟁과 임진왜란은 그 시대의 세계대전이라 볼 수 있다. &#39;고려 거란 전쟁&#39;은 고려 제7개 황제 목종의 무능과 부패를 척결한다는 강조의 쿠데타, 강조의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고려를 침공한 거란의 제6대 황제 야율융서의 명분 싸움으로 시작한다. 강조가 옹립한 어린 황제 현종, 제2차 고려거란전쟁의 최고 영웅 양규, 노년에 이른 강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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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 농심 대표이사 사장 Who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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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출신 영업·마케팅 전문가, 신라면 글로벌 확장과 국내 수익성 개선 과제 [2026년]

이대교 LB세미콘 대표이사 Who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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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반도체 출신 후공정 전문가, 2030년 Non-DDI 매출 50%이상 목표 [20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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