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프린트      창닫기
기업과산업
토종 유모차 쁘레베베, 3년만에 1위에 오른 비결
철저한 품질관리, SNS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중국 기반으로 세계 톱3 목표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 입력 : 2015-02-05 09:59:04

쁘레베베는 국내 1위 유모차 기업이다. 수입산 유모차의 3분의 1 가격이지만 수입 유모차 못지 않은 품질을 인정받는다.

쁘레베베의 주력제품은 ‘페도라’라 불리는 유모차와 카시트다. 최근 들어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수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쌍둥이가 타는 유모차로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 정세훈 쁘레베베 사장
쁘레베베 인기는 국내에서 그치치 않는다. 쁘레베베는 유일하게 해외로 유모차를 수출하고 있는 토종기업이기도 하다.

토종 유아용품기업들이 해외기업에 팔려나가는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하다.

국내 유아용품시장은 저출산과 결혼기피 현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내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토종 1호’ 유아의류업체인 ‘아가방앤컴퍼니’가 경영난으로 중국기업에 팔리고 중견 유아용품업체들도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하지만 쁘레베베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유모차 페도라를 출시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10개 국가에 수출을 성공시켰다.

정세훈 쁘레베베 사장은 올해 20개 국가로 수출지역을 넓히고 5년 안에 글로벌 ‘톱3’ 안에 들겠다는 당찬 목표를 세웠다.

정 사장은 “국내시장은 육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며 “국내에서 성공했다면 외국에서도 충분히 통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쁘레베베는 어떻게 까다로운 한국엄마들의 마음을 샀나

쁘레베베의 유모차와 카시트가 엄마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3년도 채 되지 않았다.

유모차와 카시트 등 국내 유아용품시장은 고가의 수입브랜드를 선호하는 신세대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5천억 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유아용품업체들은 저출산과 불황이 겹쳐 빠르게 주저앉았다.

40년 역사를 지닌 유아복업체인 아가방앤컴퍼니는 지난해 9월 중국 대표 의류브랜드인 랑시그룹에 매각됐다. 또 다른 토종 유아복업체 해피랜드도 2013년 영업이익이 15억 원으로 전년보다 70%나 줄었다.

유아용품업계 한 관계자는 “젊은 엄마들은 아이에 대한 육아 열정이 강하고 정보가 빨라 해외직구로 수입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쁘레베베의 유모차 ‘페도라’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하게 품질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쁘레베베 페도라는 국산유모차인데도 고가 수입유모차보다 품질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를 통해 한국 엄마들에게 신뢰를 주었다.

페도라는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 유모차 품질비교평가에서 ‘구매할 가치가 있음’ 평가를 받았다. 카시트 역시 스마트맘 컨슈머 품질비교평가에서 10개 중 8개 항목에서 ‘종합우수’ 평가를 받았다.

정 사장은 “유아용품은 아이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페도라는 안전 안정 안심이라는 ‘3안 정신’을 바탕으로 엄격한 자체 제품테스트 과정을 치르고 있음을 고객들에게 널리 알렸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딸의 출산을 계기로 유아용품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2007년 쁘레베베를 세웠다. 그는 사업초기 ‘유모차계의 벤츠’로 불리는 독일제품을 국내에 처음 수입해 초기자본을 모았다.

정 사장은 독자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쁘레베베는 2012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유모차 ‘페도라’를 내놓았다.

쁘레베베는 현재 직원 7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유모차와 카시트로만 연매출 200억 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 정세훈 쁘레베베 사장이 지난해 4월 싱가포르 현지업체 '마이미라클베이비'와 수출계약을 맺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SNS 공유문화 파악해 입소문 마케팅 강화


쁘레베베는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홍보했을까?

유아용품업체가 안전을 강조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쁘레베베가 여느 유아용품업체들과 같이 제품 품질을 홍보했다면 크게 이목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쁘레베베는 한국엄마들이 SNS를 통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한국의 엄마들은 유아용품에 대한 후기를 ‘레몬테라스’나 ‘미즈넷’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한다. 이런 곳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이 좋거나 나쁘다고 오르내리면 매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후기에 댓글을 다는 마케터가 생길 정도다.

한국엄마들의 까다롭고 엄격한 눈높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해 한국시장은 글로벌 유아용품업체들에게도 이미 제품 테스트 시장으로 꼽힌다.

쁘레베베는 제품 개발초기 단계부터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소셜디자인 시스템’을 운영했다.

쁘레베베는 자체적으로 ‘서포터즈’를 운영해 유모차나 카시트를 써보게 했다. 그뒤 서포터즈의 작은 의견을 받아들여 제품의 질을 높였다. 제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연구개발팀이 아닌 소비자라는 발상에서 나온 시스템이었다.

쁘레베베는 중국에서도 국내 성공사례를 반영해 현지 소비자들과 의견을 나누는 소셜디자인 시스템 활동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50% 이상 중국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세웠다.

쁘레베베는 2008년부터 공식 온라인 커뮤니티인 ‘쁘레베베 프렌즈’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육아정보 제공은 물론이고 제품후기에도 신속히 대응한다. 현재 공식회원은 3만 명이 넘었고 브랜드마다 개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운영하고 있다.

   
▲ 쁘레베베는 예능프로그램 '수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진이 쁘레베베 유모차 '페도라'를 사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 정세훈, 중국서 자신감 얻어 동남아와 해외로


정 사장은 “10년 안에 세계 톱3 안에 드는 게 목표”라며 “중국과 아시아시장부터 차근차근 확대해 마지막에 페도라를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국시장은 매년 1700만 명 신생아가 태어나 2018년 6천억 위안(108조 원) 규모로 세계 최대 유아용품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이런 중국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정 사장은 “최근 한류열풍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라 수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회사 로고를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써달라는 요청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쁘레베베는 2013년부터 중국의 대형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해 중국시장을 두드렸다. 쁘레베베는 알리바바 ‘타오바오몰’에서 지난해 11월 11일 싱글데이 하루에만 5억 원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쁘레베베는 중국에서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매장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쁘레베베는 지난해 8월부터 베이징과 상하이, 항저우 등 10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으며 지난해 19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쁘레베베는 올해 동남아시장에서도 매출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쁘레베베는 지난해 4월 싱가포르 현지 유아용품업체인 '마이미라클베이비'와 수출계약을 맺었다. 쁘레베베는 지난해 6월부터 싱가포르 백화점과 유아용품 전문매장 21곳에서 페도라 유모차와 카시트 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쁘레베베는 지난해 7월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면세점에 입점해 아시아 관광객 매출을 노리고 있다. 또 지난해 7월 세계 최대 유아용품 전시회인 ‘상하이 유용품전’에서 최대 부스를 확보하기도 했다.

쁘레베베 관계자는 “전시회 기간에 동남아나 중동뿐 아니라 동유럽과 중남미시장 바이어들도 큰 관심을 보여 미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기사프린트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