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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렌지 공주’ 티모셴코의 미래
2년6개월만에 석방 후 우크라이나 대선 출마 선언했지만 전망 엇갈려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 입력 : 2014-02-24 18:14:41
   
▲ 율리아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전 총리 <뉴시스>

‘오렌지공주’ 율리아 티모셴코가 2년6개월 만에 감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한복판으로 돌아왔다.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주목된다. 돌아오자마자 대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그가 새로운 우크라이나를 이끌고 가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반응도 강하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22일 정국을 장악하자마자 티모셴코 전 총리의 석방을 결의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곧바로 하리코프 교도소 산하 우크르잘리츠니 병원에서 석방됐다. 그는 지병인 척추디스크 치료를 위해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석방되자마자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 모인 5만여 명의 시위대 앞에서 섰다.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그는 “당신들은 영웅”이라고 시위대를 격려했다. 그리고 “여러분이 원하던 것을 얻기 전까지는 독립광장을 떠나지 말라”고 계속된 투쟁을 촉구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기자들에게 “5월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가 EU의 일원이 될 것을 확신한다”며 친EU 성향을 분명히 드러냈다.

돌아온 티모셴코 전 총리에 대해 국내외 평가는 엇갈린다. 서방언론들은 대체로 그의 복귀를 환영했다. 가디언은 “시위대가 그들을 통합할 수 있는 지도자와 잠재적인 대통령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군중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전적으로 열광적인 것만은 아니었다”고 신중하게 현장 반응을 전했다.

특히 국내 여론은 그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티모셴코 전 총리가 친EU를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와의 유대설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총리 시절 러시아의 대변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우크라이나의 저널리스트 세르게이 레슈첸코는 티모셴코 전 총리를 “부패한 과거의 인물”로 규정했다. 또 다른 저널리스트 무스타파 나옘 역시 “솔직히 말해 그의 정계 복귀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온라인매체 렌타는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티모셴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아버지 없이 자라나 재벌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3살 때 아버지가 가족들을 버리고 떠나면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학 졸업 후 1988년 비디오대여점을 차려 대형체인으로 키워내는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구소련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서방 비디오가 날개 돋은 듯 팔려나가던 시점이었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국영 연합에너지시스템 사장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을 이끌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오렌지 혁명 덕에 빅토르 유센코 후보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는 부정선거가 이루어져서 낙선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티모셴코가 2005년 총리로 임명됐다. 빼어난 외모와 언변 그리고 엄청난 재력까지 갖춘 그는 국제적으로 유명인사가 됐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2010년 대선에 출마했으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2차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낙선했다. 이후 티모셴코 전 총리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졌다. 법원은 그가 총리 시절 러시아와 천연가스 수입계약을 체결하면서 가격을 높게 책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국익을 해치도록 직권을 남용했다고 판결했다. 그는 7년형을 언도받아 2011년부터 복역했다.

이 과정에서 티모셴코 전 총리가 교도관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과 그가 24시간 감시카메라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그와 함께 복역한 죄수의 말에 따르면 티모셴코 전 총리가 아프지도 않은데 지병이 있는 것처럼 꾀병을 부렸다고 증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티모셴코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그와 함께 5월 대선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야권 인사로는 비탈리 클리츠코 우크라이나민주동맹(UDAR) 대표, 아르세니 야체누크 조국당 대표 등이 꼽힌다. 이들은 이번 시위를 주도했다.

클리츠코 대표는 22일 BBC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근대화된 유럽국가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WBC 헤비급 챔피언이기도 하다. 야체누크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지냈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야체누크 대표에게 총리직을, 크리츠코 대표에게 부총리직을 제안했으나 시위대의 반대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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