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안진 삼정 한영은 회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4대 회계법인이다. 그런데 회계법인 ‘빅4’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부실감사와 회계부정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대책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발표한 `2013년 재무제표 및 감사보고서 감리 결과`에 따르면 감리 대상 중 절반이 넘는 업체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리 대상 가운데 기준 위반의 적발 비율은 2009년 22.04%, 2010년 32.09%, 2011년 48.18%, 2012년 52.34%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부실감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회계 시장은 이른바 ‘빅4 회계법인’이 장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1일 발표한 ‘2013년 감사인 지정현황’을 보면 빅4의 시장 점유율은 2008년 52.5%에서 2013년 59.0%로 늘어났다.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들의 회계 부정도 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빅4의 회계 부정은 4년 사이 7.5배나 증가했다. 부실 감사나 부정 감사에 대한 법원의 처벌 강도도 강해진다. 지난해 12월 부산저축은행을 감사하면서 분식회계를 묵인했던 다인회계법인의 회계사 2명이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회계부정과 관련한 회계사의 형량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것이 관행이었다. 따라서 이런 판결은 매우 이례적인 법원의 판결이었다. 그동안은 갑 입장인 기업이 작정하고 분식회계를 저지를 경우 을 입장인 외부감사를 담당하는 공인회계사나 회계법인은 대책이 없다는 동정론이 통했다. 그러나 이런 동정론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회계부정에 대한 책임을 공동으로 물어야 한다는 쪽으로 법원의 판단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은 코스닥 상장기업 포휴먼에 대한 부실감사 책임을 물어 삼일회계법인은 소액주주들에게 14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같은 달 삼화저축은행 후순위채권을 샀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대주회계법인은 20%의 배상 책임을 물어야 했다. 재판부는 "회계사들이 계약서 확인 등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회계법인은 외부감사인으로서 감사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렇다 보니 회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등에서 나온다. 송광호 새누리당은 6년 마다 감사인 의무교체제도를 도입하자는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말 감사인 의무교체와 관련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송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 100대 기업 중 10년 넘게 같은 회계법인에게 외부감사를 받은 기업이 21개나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계가 유착을 낳고 부실회계 부정회계의 주범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대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권수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회계투명성 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토론회에서 “감사인 의무 교체 제도는 감사품질의 향상 없이 감사인 교체로 비용만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삼성전자가 삼일회계법인에서 외부감사인을 교체해야한다면 4대 회계법인으로 선택의 폭이 제한되기 때문에 실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