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와 결혼한 여자' 김유미 부사장이 삼성SDI 배터리의 명예회복에 나선다.
김 부사장은 2016년 말 삼성SDI에서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고에 대처해 조직을 개편했을 때 소재R&D(연구개발)센터장에서 소형전지 개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SDI가 앞으로 배터리의 안전성 확충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등에 1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도 김 부사장이 참여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삼성SDI가 지난해 9월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고 이후 구성한 ‘제품안전성 혁신 태스크포스’에도 이름을 올렸다”며 “김 부사장이 앞으로도 필요할 때마다 배터리의 안전성과 관련된 작업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이 삼성SDI에서 20년 이상 일하면서 스마트폰 배터리부터 자동차용 전지까지 거의 대부분의 2차전지 연구개발에 참여했던 점을 감안해 막중한 책임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배터리 관련 분야에서 보기 드문 여성전문가다. 30년 가까이 배터리업계에서 일하면서 ‘배터리의 여인’,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 등의 별명을 얻었다. 충남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학과의 대학원에 진학했다가 1983년에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들어가면서 배터리 관련 경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96년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모바일에너지 개발그룹장으로 입사했다. 삼성SDI 중앙연구소장과 자동차전지사업부 개발팀장 등을 거쳤다. 전무 시절에도 소형전지 개발실장을 맡았다가 소재R&D센터장을 거쳐 이번에 돌아왔다. 뛰어난 업무능력에 성실성과 친화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SDI 임원들 가운데 항공기 탑승기록이 가장 많은데 고객이 세계 어디에 있든 직접 찾아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가 2010년 이후 글로벌 소형 2차전지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줄곧 지키고 있는 데도 김 부사장의 공헌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김 부사장은 2015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을 때 한 인터뷰에서 “배터리소재를 일류화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며 젊은이들이 한 번쯤은 도전해볼 만한 분야가 바로 배터리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삼성그룹에서 아직 나온 적 없는 잠재적인 여성사장 후보이기도 하다. 그는 삼성SDI는 물론 삼성그룹 계열사의 모든 기술부문을 통틀어 첫 여성부사장에 올랐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상사들이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하게 차별하지 않았던 점이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며 “나도 직급이 오를수록 내 상사들이 그랬듯 공정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