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이 취임 이후 첫번째 실시한 조직개편과 인사에서 대대적 변화보다 '동거'를 선택했다. 당초 업계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직개편 폭이 크지 않았고 대우건설 사장후보로 꼽혔던 이훈복 전무의 입지가 강화됐다. 박 사장이 외부출신인 만큼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데 더욱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8일 발표된 대우건설 조직개편에 따르면 이훈복 전무가 이끄는 전략기획본부의 규모가 큰폭으로 확대됐다. 대우건설은 기존 14개 본부 118팀의 조직을 11개 본부 101팀으로 축소했다. 이훈복 전무가 이끌고 있는 전략기획본부에 RM(리스크관리)본부와 홍보실, 글로벌관리본부가 흡수됐다. 이 가운데 홍보실은 사장 직속기구였다. 전략기획본부는 그동안 2개의 팀만 거느린 조직이었으나 이번 조직개편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 전무는 지난해 박영식 전 사장과 함께 대우건설 사장 최종후보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한때 이 전무가 박 전 사장보다 더 유력한 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해 6월 박 전 사장, 이 전무와 면접까지 진행했으나 후보군을 외부로 확대하겠다며 돌연 재공모를 진행했다. 사장추천위원회는 7월 초 박 전 사장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을 후보군으로 추렸고 우여곡절 끝에 현대산업개발 출신인 박창민 사장이 산업은행의 선택을 받았다. 이 전무는 대우건설의 대표적 영업통이다. 1985년 대우건설 해외영업팀에 입사해 경력의 시작은 해외 쪽이었으나 국내영업과 주택사업 분야에 더 오래 몸담으면서 해당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국내 영업본부와 주택사업 담당, 공공영업실장, 경영지원실장을 거쳤고 지난해 말부터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내고 있다. 이 전무는 영업통답게 평소에도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등 대인관계가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홍기표 부사장의 역할도 커졌다. 해외사업 조직은 홍기표 해외총괄 부사장 아래 해외토건사업본부, 플랜트사업본부, 해외영업본부, 엔지니어링본부를 두고 수주부터 견적, 시공 등 모든 분야를 통합해 관리한다. 이 가운데 해외영업본부는 여러 본부 가운데 유일하게 팀이 늘었다. 해외플랜트영업팀과 해외토건영업팀, 해외투자개발팀이 흡수되면서 3개에서 5개로 늘었다. 홍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해외영업실장 전무에서 플랜트발전부문장 부사장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플랜트발전부문장은 당시 대우건설이 플랜트사업본부와 발전사업본부를 통합관리하기 위해 새로 만든 자리다. 홍 부사장은 1983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동경지사장과 홍보담당 임원, 나이지리아 포타코트지사 담당임원, 해외영업실장을 역임하는 등 해외사업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대우건설 내부출신으로 잔뼈가 굵은 두 사람의 입지가 확대되면서 박창민 사장이 사실상 대우건설 내부에서 순혈주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 폭이 전체적으로 업계 예상보다 좁았고 내부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인사들이 더욱 두드러졌다”며 “박창민 사장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대우건설 내부조직 관리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 최초의 외부출신 사장이다. 대우건설은 건설업계의 인재사관학교로 불리는 만큼 그동안 내부출신으로 사장자리를 채워왔다. 대우건설이라는 자부심으로 순혈주의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