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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책임총리 추대" 주장이 확산되는 까닭
청원 확산되자 "총리해도 할 일 없다" 선그어...현실정치 실망과 분노의 단면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 입력 : 2016-11-09 17:58:05

   
▲ JTBC 시사예능 '썰전'에 출연중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에서) 총리하라고 해도 할 일이 없다.”

저술가이자 정치평론가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뜻하지 않은 ‘총리추대설’과 관련해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16대와 17대 국회의원, 국민참여당과 통합진보당 전 대표 등 정치이력도 상당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치판을 떠났지만 ‘최순실 정국’에서 누리꾼들이 책임총리로 미는 등 ‘핫’한 인물로 떠올랐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유 전 장관을 책임총리로 추대하자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유시민을 책임총리’로 라는 제목의 온라인 서명에 9일 오전 기준 2만5천 명이 넘게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거국내각 총리로 유시민 청원’ ‘유시민 총리 청원 한 곳으로 모아 서명들 합시다’ ‘유시민을 총리로’ ‘유시민을 거국내각 총리로’ 등 여러 건이 청원베스트에 올라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3일 JTBC ‘썰전’에서 “총리를 하라면 하겠다”고 했다. 난국을 수습할 해법 가운데 하나로 박 대통령이 모든 행정 각부의 임무를 총리에 넘겨야 한다는 취지에서 농담삼아 말한 것이다.

유시민 총리추대 요구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자 “총리를 하라고 해도 할 일이 없다”며 정계복귀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했다.

유 전 장관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올스톱되면서 더욱 화제에 오르고 있다.

유 전 장관의 공식홈페이지는 지난 8일과 9일 오전 한때 접속자 폭주로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가 국회 추천 책임총리를 사실상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 김병준 총리 내정자에 이은 후보자 면면에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포털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 유 전 장관이 학생운동을 하던 20대 후반 사진과 당시 에피소드 등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중이던 1984년 이른바 ‘서울대 프락치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대 프락치 사건'은 1984년 9월17일 서울대 학생들이 학내에서 타 대학 학생 등 4명을 정보기관의 정보원으로 오인해 11일 동안 감금해 폭행한 사건이다.

엄혹했던 5공화국 시절 그가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 검사들에게 “전두환의 개들아”라고 소리쳤다는 일화가 남아있다. 또 당시 재판에서 27살 학생이었던 유 전 장관은 변호사가 작성하는 항소이유서를 직접 썼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 전 장관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데 젊은 시절 필력은 물론 독재에 저항하는 기개 또한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항소이유서도 최근 네티즌들이 열독하고 있다.

그는 항소이유서의 말미에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 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 것 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라고 썼다.

유 전 장관은 야권 내에서도 호불호가 엇갈린다. 뛰어난 언변에 때로 파격적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때문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청바지를 입고 출근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이 정계복귀를 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최근 뜻하지 않은 ‘유시민 현상’은 그의 현실정치에 대한 뛰어난 분석과 통찰력, 입담 등에서 비롯된 면도 있지만 현실정치와 기성정치인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과 분노가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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