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프린트      창닫기
인사이트
한화, 경향신문 손떼
1998년 2월3일 : 외환위기 대응 한화 구조조정
박은영 기자 dreamworker@businesspost.co.kr | 입력 : 2014-02-03 17:23:00

1998년 2월3일 한화그룹이 경향신문 경영에서 손을 뗐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안신배 당시 경향신문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기업의 언론기관 운영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새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한화그룹의 신문 경영철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과 경향신문이 합의한 내용은 경향신문의 누적 차입금 5,300억원을 한화그룹이 부담하며, 경향신문에 대한 김승연 회장과 한화그룹의 보유 주식을 모두 경향신문에 무상양도한다는 것이다. 또 한화그룹이 퇴직금과 리스료 명목 등으로 모두 34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한화그룹은 1990년 8월1일 당시 사단법인으로 운영되던 경향신문을 인수해 주식회사로 바꾸었는데, 인수한지 7년6개월만에 경향신문에서 철수한 것이다.

한화그룹의 철수는 재벌이 언론을 소유한 데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경향신문의 적자경영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더 크게 작용했다. 1998년 경향신문의 총 부채는6,300억원으로 늘어나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었다. 또 한화그룹으로서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자본금 대비 계열사 지급보증 비율을 100%로 낮춰야 하는데, 당시 한화그룹은 140%여서 경향신문에서 손을 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향신문의 경영이 어려워진 데에는 1995년 중앙일보의 조간 전환에 이어 벌어진 신문사의 무한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경향신문은 1995년 전체 매출의 24%를 신문부수를 늘리기 위한 판촉비에 쏟아부었지만, 그 효과는 미비했고 수익은 더욱 악화되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향신문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인수 전 경향신문이 경영난 때문에 지급하지 못했던 상여금도 소급해 줬으며, 해직기자들도 과감하게 복지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맞아 한화그룹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경향신문을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경향신문을 비롯해 한화그룹의 구조조정은 성공했고 오늘날 한화그룹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경향신문은 그 뒤 사원주주회사로 출범했다. 한화그룹이라는 든든한 지원줄이 없어진 상황에서 경영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겨레신문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언론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기사프린트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