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신화’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넥슨은 국내 게임업계의 ‘맏형’답게 그동안 대외적으로 깨끗한 기업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진경준 게이트에 이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수상한’ 부동산 거래에 김정주 회장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런 이미자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김 회장은 ‘은둔의 경영인’으로 불리는데 그동안 ‘편법’과 ‘불투명한 거래’를 바탕으로 오늘의 넥슨을 키워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돈이 되는 사업을 찾는 데 누구보다 탁월한 감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내부 개발에 집착하지 않고 2000년대 초반부터 우량 게임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넥슨의 경쟁력을 키웠다. 김 회장은 2004년 ‘메이플스토리’를 만든 위젯스튜디오를, 2008년 히트작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네오플을, 2010년 ‘서든어택’으로 유명한 게임하이를 각각 인수했는데 이를 놓고 오늘의 넥슨을 만든 ‘신의 한수’로 평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게임 업계에서 “장사만큼은 넥슨을 못 당한다”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김 회장의 성공을 못마땅하게 본 일각에서는 넥슨을 ‘돈슨(돈만 밝히는 넥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 회장이 대외적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넥슨 내부의 평판은 좋지 못했다. 김 회장이 직원들의 보상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친구’인 진 검사장에게는 공짜로 주식을 줘 120억 원대의 ‘대박’을 터뜨리도록 해 주었지만 회사 창립 초기부터 함께 게임개발에 몰두했던 ‘창업 공신’들에게는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넥슨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한 관계자는 “회사 안팎에서 ‘김 회장이 자기 지분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직원들의 박탈감이 커지면서 2000년대 초중반 100명에 가까운 핵심인력들이 회사를 떠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과 그의 아내 등 특수 관계인들이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을 90% 이상 소유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2% 미만,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5%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넥슨 사내에서도 김 회장의 ‘속내’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이 NXC가 있는 제주도에 주로 머무는 데다 국외 출장도 잦아 넥슨 고위 임원들도 김 회장과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넥슨은 사건이 불거진 초기 ‘개인간 단순 주식 거래’라고 해명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 이도 김 회장의 넥슨 경영스타일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2014년 네오플이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한 데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넥슨은 네오플의 제주 이전 직전에 던전앤파이터의 해외배급권을 넥슨코리아에서 네오플로 넘겼는데 그 뒤 해외매출은 전액 네오플 실적으로 반영됐다. 네오플이 제주도 본사 이전으로 법인세를 전액 감면받고 이에 맞춰 던전앤파이터의 해외매출을 네오플로 옮기면서 세금을 절감할 수 있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서울에 있던 본사를 임직원 전원과 함께 지방으로 이전하면 법인세를 5년까지 전액, 이후 2년 동안 50% 감면해 준다. 네오플은 현재 법인세 전액을 감면받고 있다. 2009년 제주도로 이전한 NXC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2년간 1889억 원에 이르는 법인세를 감면받았다. NXC의 투자회사 가운데 일본과 홍콩, 벨기에 등 해외에 본사를 둔 곳이 수십 곳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회사들은 절세 차원에서 대형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회사가 입장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면서도 “김 회장의 해명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