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특허전문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 핵심에 변리사가 있다. 지적재산권은 이제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됐다.
이제 특허는 기업의 수익 등 경쟁력과 직결된다. 특정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한 기업은 해당시장에서 확실하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돈이 되는 특허를 보유한 기업들은 경쟁기업에 비해 싼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또 비싼 로열티를 통해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미국의 퀄컴사는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무선통신 기업으로부터 단말기 매출의 5.25~5.75%, 시스템 매출의 6~6.5%를 로열티로 받아갔다. 휴대전화 업체들이 퀄컴사 제품을 휴대전화의 두뇌 역할을 하는 통신칩으로 썼기 때문이다. 퀄컴사는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서 약 5조 원 이상의 로열티를 챙겼다. 이 회사는 CDMA 칩을 독점판매했을 뿐 아니라 특허료로만 연간 8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처럼 특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공격적 특허출원과 기술선점으로 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변리사를 채용한다. 변리사의 역할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에 소속된 변리사들은 주로 기업의 연구인력이 만들어 놓은 기술을 특허출원하는 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특허출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제품과 기술을 기획할 때부터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우리나라 기업의 특허출원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휴대전화 부문 특허출원 수는 세계 1위다. 지난달 23일 세계적 금융정보전문매체 톰슨 로이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특허 수는 2179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반도체 재료 및 공정 특허와 스마트 미디어 특허 역시 각각 1362건, 245건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휴대전화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가 1678건의 특허를 출원해 2위에 올랐다. 그 다음으로 미국의 퀄컴사, 일본의 소니가 뒤를 따르고 있다. ◆ 변리사 채용에 앞장서는 대기업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변리사를 많이 채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변리사를 채용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특허소송 대비 차원에서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변리사 양성과정을 운영했지만 합격률이 높지 않자 직접 변리사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는 다른 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 분야에 정보통신기술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 스마트카 등이 자동차 기업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특허인력 충원 계획은 사전에 이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특허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주요 완성차업체 가운데 매출액 대비 가장 많은 특허소송에 시달리는 굴욕을 겪었다. 지식재산연구원의 조사결과를 보면 현대차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세계에서 45건의 특허소송을 당했다. 특히 다른 업체는 좀처럼 당하지 않는 일반 제조기술 특허분쟁이 많아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차 그룹이 올해 1월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 건수는 2527건으로 세계 1위인 도요타의 8394건에 크게 못 미친다. 현대차는 2012년부터 특허분쟁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시작했다. 2012년 처음으로 본사 법무실 전문인력으로 특허분쟁, 특허발굴, 특허매매 등을 담당할 변리사 채용에 나섰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특허관련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몇 년 안에 150명 이상의 특허전문 인력을 채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재 70여 명 수준에 불과한 특허실 인력과 관련해 “최대 3배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동차 관련 기술특허에 대한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며 “특허실 규모는 당초 알려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도 최근 ‘지식재산(IP) 경영’을 시작했다. 10여 년 동안 특허분쟁이 한 건도 없었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로스쿨 졸업자와 변리사를 채용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강화하면서 특허출원과 특허거래 서비스 등 특허 관련 시장이 연간 1조 원 규모로 급속히 커졌다. 이렇게 시장이 커지면서 특허 관련 고급인력들은 10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되고 있다. 국내 특허시장이 급격히 커지자 국내 주요 로펌들도 최근 5년 동안 변리사 인력을 34% 이상 늘렸다.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변리사 인력이 많은 곳은 김앤장이다. 김앤장에 소속된 변리사는 총 181명으로 전체 변호사 540명의 30%를 차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