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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 게이트'가 도대체 뭐길래
정치보복 목적 다리차선 폐쇄...교통체증으로 사망자 발생
주은아 기자 orchidjoo@businesspost.co.kr | 입력 : 2014-01-14 15:28:07

포트 리 차선 폐쇄 스캔들, 소위 '브리지 게이트'는 2013년 9월, 크리스티 주지사의 참모와 뉴욕뉴저지 항만관리청 임원들이 뉴저지 주의 포트 리 시에 고의로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음모를 꾸몄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마크 사콜리치 포트 리 시장은 민주당원으로, 크리스티 주지사의 재선 동의안 서명을 거부한 전력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대교 가로막아

차선 폐쇄 스캔들이 발생한 조지 워싱턴 대교는 뉴욕 맨하탄과 뉴저지의 포트 리, 버겐 카운티를 연결하는 현수교다. 조지 워싱턴 대교는 세계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다리로, 연간 1억대 이상의 차량이 왕복한다.

   
▲ 지난해 9월 9일 조지 워싱턴 대교의 포트 리 방면부터의 진입로 광경. 차선이 폐쇄되어 교통 정체를 빚고 있다.

이 다리는 평상시에도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았다. 포트 리를 거쳐 다리로 진입하는 차선은 원래 3차선인데, 지난 9월9일 크리스티가 임명한 뉴저지 측 항만관리청 임원들이 갑자기 2개 차선을 폐쇄하도록 지시했다. 다리 이용자들에게는 물론, 주정부 관계자들이나 포트 리 시정부 관계자들에게도 사전에 알리지 않은 행동이었다. 뉴욕 주지사가 임명한 뉴욕 측 항만관리청 임원들도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 규정상 조지 워싱턴 대교의 통행을 폐쇄하려면 최소 3일 전에 관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 결과 조지 워싱턴 대교는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원래 출근시간대에 45분 정도 걸리던 포트 리-맨하탄 구간이 3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교통체증으로 스쿨버스의 통행이 막혀 다수의 학생들이 제대로 등하교를 하지 못했으며, 구급차가 제 때 도착하지 못해 91세 노인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차선 폐쇄로 피해를 입은 뉴저지 주민들은 지난 9일 크리스티 주지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당혹한 포트 리... 테러 가능성까지 고려

폴 파비아 포트 리 응급의료 담당관은 “원래 4분 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구급차가 7분이 지나도 도착하지 못하는 등 구급차 반응 시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포트 리 경찰청장 키스 M. 벤둘은 “특히 9월11일이 최악이었다”고 회고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조지 워싱턴 대교는 뉴욕의 주요 랜드마크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잠재적 테러 목표물로 인식되어왔다. 벤둘 경찰청장은 “다리 전체가 자동차로 들어찬 상황에서 테러에 대한 상징성이 높은 이 날에 다리에 공격이 가해질까봐 두려워했다”며 테러 공격을 걱정해 긴급히 대비 매뉴얼까지 만들어 배포했다.

포트 리 관계자들은 차선 폐쇄가 시작된 9일부터 지속적으로 항만관리청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항만관리청 패트릭 포이 이사가 13일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면서 차선 폐쇄는 막을 내렸다. 항만관리청의 관련자들에게 당장 폐쇄 조치의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연방법과 각 주의 법 모두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비난하며 “이 잘못된 조치의 원인을 바닥까지 파헤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항만관리청은 이날 공식적으로는 “교통량 조사가 끝나서 차선 폐쇄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포트 리에 교통 문제를 좀 일으켜 줄 시간이다"

크리스티가 임명했던 항만관리청 임원인 데이빗 윌드스타인 이사와 빌 바로니 부청장은 처음에는 "차선 폐쇄는 교통량 조사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뒤 크리스티 주지사의 수석 참모 브리짓 앤 켈리 비서실장이 윌드스타인에게 이메일을 통해 포트 리에 교통체증을 일으키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켈리 비서실장은 윌드스타인에게 이메일을 보내 "포트 리에 교통 문제를 좀 일으켜 줄 시간이다"라고 말했고, 윌드스타인은 이에 "알았다"고 답장을 보냈다. '사콜리치 시장을 벌줘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윌드스타인이 사콜리치 시장을 두고 "그 조그만 세르비아인"이라고 언급한 정황이 드러나 인종차별 논란도 일었다. 윌드스타인과 바로니는 사임했으며,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 9일 사과 기자회견에서 켈리와 또 다른 사건 관련자인 그의 선거운동 조직 담당자 빌 스테피엔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장장 2시간에 걸친 기자회견 자리에서 크리스티 주지사는 "매우 당황스럽고 부끄럽다"며 그가 측근들의 음모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전까지 브리지 게이트 조사에 대해 보이던 불쾌하다는 태도를 180도 뒤집어, "조사에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일 포트 리 시를 방문해 사콜리치 시장에게 사과했다. 사콜리치 시장은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이 일 탓에 뉴저지 주가 정치판에 시민 안전을 이용했다는 조롱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 9일 사과 기자회견을 가진 뒤 사콜리치 시장에게 사과하기 위해 포트 리 시를 방문한 크리스티 주지사.

◆차선 폐쇄, 도대체 왜?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포트 리 교통체증 유발의 목적은 사콜리치 시장에 대한 보복이다. 그러나 미 언론에서는 일개 비서실장이 독단으로 이렇게 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따라서 진짜 의도, 혹은 배후가 따로 있으리라는 주장이 되풀이하여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브리지 게이트의 진짜 목표는 로레타 바인버그 상원의원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을 보도했다. 바인버그 의원은 뉴저지 민주당원들의 구심점이며, 각종 정책에서 크리스티 주지사와 첨예하게 대립했던 바 있었다.

뉴스 전문 채널 MSNBC의 스티브 코나츠키는 "포트 리 사건으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막대한 중요성을 띠는 무언가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고 주장하며 폐쇄되었던 차선 근처에서 진행중인 10억 달러 규모의 개발사업을 망치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코나츠키에 따르면 해당 개발 사업은 "사콜리치의 임기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지지율이 높았던 만큼 뉴저지 시민들은 이 일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뉴저지 주 지역 언론 노스저지닷컴의 댓글란에는 “어떻게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정치 놀음을 할 수가 있나”, “크리스티를 지지하는 사람이었지만 이 건은 정말 실망이다”, “아랫사람 관리를 똑바로 못 한 (크리스티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넘쳐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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