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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주자들 '대마초'에 취하다
쿠오모 주지사 등 양성화로 부동층 잡기 총력...58% ‘대마 합법화 찬성’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 입력 : 2014-01-07 15:49:21

   
▲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오는 8일 신년 연설에서 대마초 규제 완화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2016년 미국 대선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유력 주자들이 '대마초'에 취했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공화당)에 이어 쿠오모 뉴욕 주지사(민주당)도 대마초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앞다퉈 '대마초 양성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엄격한 도덕의 '청교도 나라' 미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대권야망’을 품은 민주당의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오는 8일 신년연설에서 대마초 규제 완화를 공식 발표한다. 공화당 유력 대권후보로 인기를 끌고 있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가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본격화한 데 이은 쿠오모의 행보이다. 차기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정책이다.

◆ 공화당 유력주자 크리스티 주지사 견제용

지금까지 쿠오모는 대마초 사용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고 뉴욕주에서도 대마초 사용은 전면 금지됐다. 이번에 중병 환자의 통증 완화를 위해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한 것도 오락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콜로라도주나 가벼운 질병에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캘리포니아주에 비하면 여전히 엄격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오모가 입장을 바꿔 제한적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한 데에는 공화당의 유력 대권후보로 떠오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가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본격화한 데 대응적 성격이 강하다.

크리스티는 지난해 11월 민주당 텃밭인 뉴저지에서 6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오바마 저격수’로 불리던 그는 지난해 허리케인 샌디가 뉴저지를 강타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과 협력하는 초당적 행보를 보이며 일약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달 말 CNN이 실시한 차기 대선 여론조사 결과 2016년 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크리스티가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과 맞붙는다면 48%대 46%로, 오차범위(±3% 포인트) 내에서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나타났다.

쿠오모가 당내 경선을 통과하게 된다면 차기 대선에서 크리스티와 만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런 만큼 경쟁자를 의식해 개인 차원에서든 당 차원에서든 대마초 합법화는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분석된다.

◆ ‘힐러리 잡아라!’ 당내경선 대비 인지도 높이기

쿠오모는 동성결혼문제에 개방적인 민주당 소속이지만 종교가 카톨릭인 까닭에 동성결혼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2011년 뉴욕 주지사에 취임한 후 동성결혼을 금기시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해 평등결혼법안을 통과시키는 정책 추진력을 보여줬다.

   
▲ 미국 대선 유력주자들이 앞다퉈 대마 양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쿠오모 주지사(왼쪽)와 크리스티 주지사
문제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쿠오모에게 당내 경선을 통과할 만한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는 당내 대권 후보 경선에서 ‘상수’인 힐러리를 꺾기 위해 민주당의 ‘첨병’을 자처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계속해오고 있다. 현재 힐러리는 대통령후보로 대세론을 만들어낼 만큼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언론노출 등으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어 쿠오모가 당내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쿠오모는 허리케인 샌디 피해복구를 위해 연방정부와 크리스티 뉴저지 주시사와 협력했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엄격한 수준의 총기규제를 관철시킨 바 있다. 이번 대마초 규제 완화도 쿠오모가 민주당 대선후보를 꿈꾸고 있는 만큼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서 정책을 바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미국 대선, 유동층 잡는 게 관건... 대마 합법화 찬성 58% 육박

오바마 2기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째인 지금 2016년 대선을 논하기에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고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오바마 정부의 조기 레임덕이 전망돼 자연스레 차기 대권 주자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오바마 후보는 50.6%, 미트 롬니 후보는 47.8%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는 양당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미국사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47% 수준의 견고한 부동층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지세력을 확대할 수 있는 선거전략에 따라 선거의 승패가 결정된다.

쿠오모와 크리스티가 앞다퉈 대마초 합법화에 나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8%가 대마초 합법화에 찬성하고 있다. 특히 50~6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히피문화 등의 세례를 받아 대마초에 한번씩 취해본 경험이 있는 세대들이 미국의 오피니언 계층이 되면서 그만큼 대마초에 대해 관대해진 것도 대마초 합법화에 불을 붙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유동층을 잡는 것이 관건인 미국 대선에서 대마초 합법화는 그만큼 매력적인 카드인 것이다.

◆ 쿠오모 2대째 뉴욕주지사 당선, 캐네디 가문과 인연도...

쿠오모는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 출범과 함께 주택도시개발부 차관보에 기용되면서 1997년에는 장관직에 올랐다. 2000년 힐러리 클린턴에게 상원의원 후보를 양보하고, 앨 고어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는 등 젊은 시절부터 유망한 정치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6년 뉴욕주 검찰총장에 당선됐고, 2010년 부친인 마리오 쿠오모의 대를 이어 뉴욕주지사에 당선되면서 ‘부자 주지사 탄생’이라는 이색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딸인 케리 케네디와 결혼했다가 2003년 이혼한 후 현재 유명 요리사인 샌드라 리와 교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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