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의결권 자문회사 ISS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면서 ISS의 영향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ISS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위 회사인 글라스루이스보다 시장점유율이 약 20%포인트 정도 높다. ISS는 1700개 이상의 기관투자자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국민연금도 ISS의 자문을 받는 고객이다. ISS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세계 115개 국가에 있는 약 3만3천 상장기업의 주총에 올라오는 안건을 분석해 권고안과 참고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ISS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 상장기업 1천여 개에 대해서도 주총안건을 분석해 찬성 혹은 반대 권고를 했다. ◆ ISS, 국내 외국인 투자자들에도 막강 영향력 ISS는 주총에 올라온 안건에 대해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ISS가 내놓은 권고안 가운데 74.3%가 실제 의결권 행사에 반영됐다. ISS는 국내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서도 강한 영향력을 끼친다. ISS는 2013년 1월 동아제약이 ‘박카스 자회사 분할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을 때 영향력을 입증했다. 동아제약은 이 주주총회에 신주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결국 부결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개정안에 대거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ISS는 당시 동아제약측 정관 개정안에 반대 권고안을 내놓았다. ISS는 신주로 발행된 주식물량 때문에 비상장사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내 상장회사 경영진이 ISS의 영향력을 이용하려고 시도한 사례도 있다. ISS는 2013년 3월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으로부터 내부정보를 전달받은 사건과 연관돼 국내 금융권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ING생명 인수무산 등을 놓고 사외이사들과 부딪치고 있었다. 어 회장의 측근인사인 박 전 부사장은 이때 ISS를 찾아가 일부 사외이사들에 대해 왜곡된 내부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은 KB금융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ISS와 접촉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주총에서 사외이사 3명에 대한 선임반대 안건을 의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ISS는 그 뒤 2013년 3월 KB금융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3명에 대한 선임을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20%대에 이른다”며 “ISS와 같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의 영향력도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