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가 바뀌면 대개 총수를 보좌하는 전문경영인들도 교체된다. 아버지 대에서 아버지를 보좌하던 사람들은 아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자리에서 내려오거나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는 일이 잦다.

최근 몇 년 동안 재계에서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원로 경영인들이 하나 둘 그룹을 떠났다. 
[오늘Who] 차석용, 총수 바뀌어도 LG생활건강 대표 입지 탄탄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얼마 전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LG그룹에서도 40대 총수 시대가 열렸다.

LG그룹 부회장들도 변화의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권영수 부회장이 LG유플러스에서 LG로, 하현회 부회장은 LG에서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겼다. 두 부회장이 서로 자리를 맞바꾼 셈이다.

이번 인사를 놓고 LG그룹 안팎에서 모두 예상 못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LG그룹은 그동안 기업 임원진을 쉽게 교체하지 않는 안정적 인사방식을 보여왔던 데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지 3주 만에 이뤄진 인사였기 때문이다.

연말로 예정된 정기 임원인사를 놓고도 벌써부터 예상보다 큰 폭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홀로 ‘무풍지대’에 있는 듯 보이는 전문경영인이 있다. LG생활건강을 이끄는 차석용 부회장이다.

차 부회장은 2005년부터 14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다. LG그룹 6명의 부회장 가운데 가장 먼저 부회장을 달았고 나이도 1953년생으로 박진수 부회장 다음으로 많다. 대표이사에 오른 지도 가장 오래 됐다.

이런 조건들만 놓고 보면 보통 세대교체 1순위로 여겨지지만 차 부회장만은 예외다.

차 부회장이 스스로 물러나기 전까지는 그의 거취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차 부회장이 그동안 쌓은 입지가 워낙 독특하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지금의 LG생활건강을 만든 주역이다.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이후 13년 연속으로 최대 실적 기록을 다시 쓰며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 상반기 실적을 냈다.

실적이 외풍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든든한 배경인 셈이다.

당장 차 부회장이 없는 LG생활건강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차 부회장이 미국에서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P&G에 몸 담았던 마케팅 전문가로 합리적 경영방식을 추구한다는 점 역시 그가 이른바 ‘사내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구본무 전 회장이 차 부회장을 매우 신임한 데다 부회장 직함도 LG그룹에서 가장 오래 달고 있지만 흔히 비슷한 행적을 밟은 전문경영인에게 붙는 ‘2인자’, ‘오른팔’, ‘최측근’이라는 별명과도 거리가 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