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세가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인 4천만 원대를 지키는 것도 불안해졌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사이에 가상화폐를 놓고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만 더 키울 수 있어 보인다.
 
비트코인 4천만 원대도 위태위태, 정치권과 금융당국 온도차에 더 불안

▲ 비트코인 가상 이미지.


23일 비트코인 시세가 4100만 원대까지 밀리며 3천만 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 하락 추이를 보면 21일부터 23일까지 불과 3일 만에 5100만 원대에서 4100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8100만 원대)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가상화폐 시장 전반이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11월부터 2달여 만에 가상화폐 시가총액 1400조 원이 증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세 하락은 가상화폐 시장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를 강화하며 대부분 자산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다만 가상화폐 시장 하락세가 훨씬 가파르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가상화폐가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비트코인 시세가 반토막 나는 동안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만6500선에서 3만4200 선으로 6.29% 후퇴했다. 

미국 증시에서 변동폭이 큰 나스닥 지수도 1만6200선에서 1만3700선으로 15.09% 밀리는 데 그쳤다.

가상화폐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국내외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점도 투자자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규제하겠다는 기조를 가져가고 있는 데 반해 정치권에서는 가상화폐의 긍정적 모습만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당국들은 대체로 가상화폐가 금융 안정과 국민 복지, 통화정책 주권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경계하고 있다. 

최근에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헤지펀드 스카이브리지 캐피탈의 비트코인 현물 기반 상장지수연계펀드(ETF) 상장 및 거래 승인을 거부했다. 

지난해 중국이 가상화폐 채굴과 거래를 전면 금지한 데 이어 러시아 중앙은행도 20일 가상화폐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떨어뜨린다며 가상화폐의 채굴과 거래를 전면 금지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가상화폐가 이미 안정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410개를 '저가'에 매입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신임 뉴욕시장도 가상화폐를 지지하며 월급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받기로 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21일 트위터에 첫 달 급여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애덤스 시장은 6일 CNBC와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가격이 떨어지면 추가 매수 기회라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은 가상화폐 투자자에 경고를 보내왔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4월 가상화폐의 내재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나란히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낮추는 방향으로 공약을 선보였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가상자산 공제금액을 주식과 동일하게 5천만 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2023년부터 가상자산에 투자해 250만 원(기본 공제금액)이 넘는 소득을 낸 사람에게 세금을 부여하기로 했다. 

두 후보는 가상자산공개(ICO)도 허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가상자산공개는 주식시장으로 보면 기업공개(IPO)와 유사하다.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한다. 

앞서 정부는 2017년 유사 수신이나 사기가 우려된다며 가상자산공개를 전면 금지했다.

정치권이 가상화폐의 미래 활용성에 긍정적 태도를 보인다고 가상화폐의 내재 가치를 담보해주진 않는다. 

실상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