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임명을 놓고 서울시의회와 협치의 시험대 위에 서게 됐다.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후보자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오 시장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시의회와 관계의 냉각은 불가피하다.
 
집 많은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임명할까, 오세훈 고민의 시간

오세훈 서울시장.


30일 더불어민주당은 입장자료를 내고 “보유한 주택의 일부매매로 여론을 호도하고 본질을 흐리는 김 후보자의 행위는 시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김 후보자가 서민의 주거복지를 회복시켜주길 바란다”며 김 후보자를 지지하는 논평을 냈다.

여야가 김 후보자를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오 시장은 29일 서울시의회로부터 ‘부적격’ 의견이 담긴 김 후보자 청문회 경과보고서를  받았다.

오 시장으로서는 이제 김 후보자의 임명을 놓고 결론을 내놓아야 할 시점인 셈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임명은 서울시장의 고유권한인 만큼 오 시장이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해도 법적 문제는 없다.

오 시장에게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의 임명을 마무리하는 일은 시급하기도 하다.

부동산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 시장의 임기가 내년 6월까지라 1년도 남지 않은 기간 안에 시정에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 치솟는 집값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투기사건에 따른 여권 지지율 하락이 크게 작용했던 만큼 부동산분야에서 성과는 특히 중요하다.

오 시장으로서는 서울시 부동산정책을 최일선에 맡아 처리해 줄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사장 인선에서 그만큼 손쉽게 물러설 수 없다.

다만 민주당의 반발 수위가 높다는 점이 부담이다.

김 후보자를 향한 민주당 내 부정적 기류는 서울시의원들 사이를 넘어 대선주자, 국회의원 등 당 차원에서 표출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 후보자를 놓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는 없다”며 “오 시장은 지금이라도 김 후보자 임명계획을 취소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판하며 “기왕 훈수를 두려면 오 시장을 찾아가 다주택자인 김 후보자 내정 철회를 훈수나 두는 것이 어떤가”라고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임명문제를 꺼내 들기도 했다.

오 시장으로서는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후폭풍에 부담을 느낌 수 밖에 없다.

서울시의회가 현재 의원 110명 가운데 101명이 민주당 소속일 정도로 민주당의 절대적 영향력에 놓여있다는 점은 오 시장에 부담을 넘어 압박으로 작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울시의회 의장단 3명과 상임위원장 10명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과 관계가 악화된다면 앞으로 오 시장이 시의회의 협조를 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 때 내걸었던 공약 가운데 경전철 착공, 1인가구 안심 특별대책본부 설치 등은 시의회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상생·모아주택 10만 가구 공급, 주택공급 관련 규제 완화 등 주택 관련 공약 역시 시의회의 협조가 필요한 공약이다.

오 시장이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민의힘 등 야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요인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물론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여권 인사의 부동산 보유와 관련 문제에서 앞장서서 비판을 날려 ‘부동산 저격수’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주택을 4채나 보유한 다주택자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야권에 ‘내로남불’ 부담을 지울 수 있게 된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지난번에 문재인 정권 국토부 장관 임명 때 3주택자라고 임명의 부당성을 지적한 일도 있었다는데 정작 본인은 4주택자라면 그건 어이없는 일”이라며 “오 시장이 그걸 알고 임명을 추진했을 리는 없지만 뒤늦게 그런 부적절한 사실이 밝혀졌다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