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이 이끌어갈 LG그룹은 어떤 모습일까?

구 회장이 상속세 부담으로 최소한의 지분만 물려받을 것이라는 재계의 예상과 달리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지분 상당수를 확보해 15%의 지분율을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확고하게 다졌다.
 
LG 최대주주 오른 구광모가 그룹 총수로 내놓을 비전이 궁금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5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이 명실상부한 LG그룹 총수에 오른 만큼 조만간 LG그룹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11월에 진행되는 사업보고회를 통해 그룹의 미래전략을 가다듬고 연말 인사로 '구광모 시대'를 함께 이끌 지도부를 꾸릴 가능성이 높다. 

구 회장으로서는 경영 능력을 쌓아 성과를 내기도 전에 갑작스레 그룹을 이끌게 된 만큼 주주와 시장에 설득력 있는 비전을 내놓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LG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전장사업,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등의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 육성했지만 안정적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고전해 왔다.

전장사업은 글로벌 헤드램프 기업 ZKW 인수를 마무리 했음에도 흑자 전환 시기가 2020년으로 미뤄졌고 올레드 전환 투자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그룹의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구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놓고 확실한 비전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취임 직후 공격적 경영 스타일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을 파트너로 낙점한 점만 보더라도 그가 예상보다 적극적 혁신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 회장의 비전은 그의 경험, LG그룹 내부에서 새 성장동력으로 언급된 사업, 인사 등을 통해 추론해볼 수 있다.

구 회장은 LG전자 B2B사업본부의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 부장과 LG 시너지팀 부장 등에서 후계자 경영수업을 받으며 신사업 중심의 경험을 쌓아왔다.

그런 점에서 인공지능, 디스플레이, 전장사업 등 4차산업과 관련된 키워드가 구 회장의 비전에 담길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구본준 부회장이 신사업추진단장을 맡아 추진해 온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신사업, 전장사업 등을 살펴보면 전기차 배터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흡한 성과를 낸 만큼 구 회장은 지금까지 추진돼 온 신사업의 교통정리를 통해 우선 순위를 정한 뒤 이를 과감히 밀어 붙일 가능성이 높다.

올레드사업을 놓고 대대적 투자를 벌일 수도 있다. 올레드 패널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의 진입으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도 커졌다.

구 회장이 취임 후 첫 행보로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투명 플렉시블 올레드 패널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 본 만큼 올레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술 완성도 확보 등에 LG그룹 차원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추진 중인 전장사업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미래차시장은 완성차회사 뿐 아니라 통신, IT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투자 시점을 놓쳐 뒤쳐지면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스마트폰사업은 강도 높은 처방이 내려질 수 있다. 조성진 부회장과 황정환 부사장 모두 "멀리 보고 차근차근 기본부터 쌓아가겠다"는 말을 거듭하고 있지만 경쟁사의 기술력 향상과 시장 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투자도 과감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분야의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인공지능 연구인력 1000명 확보를 목표로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 세계 곳곳에 인공지능센터를 열었다. LG그룹은 올해 캐나다 토론토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한 게 눈에 띄는 성과일 정도로 발걸음이 늦은 편이다.

'구광모 시대'를 상징할 대표사업으로서는 로봇사업이 눈에 띈다. LG그룹은 로봇사업에서 꾸준히 투자를 이어왔다. 올해 투자한 로봇 관련 기업만 ‘로보티즈’, ‘아크릴’, ‘로보스타’, ‘보사노바로보틱스’ 등 4개 기업이다.

최근 LG전자는 웨어러블 로봇 ‘클로이 수트봇’, 감정소통 인공지능 로봇 ‘클로이 홈’ 등을 잇달어 선보임과 동시에 5일 리테일 서비스 로봇 개발을 위해 이마트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로봇사업은 아직 어떤 대기업도 진출하지 않고 있는 미개척시장인 만큼 구 회장이 시장을 선점해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