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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산업
삼다수는 왜 16년 부동의 1위일까
제주도 물, 공기업 관리 이미지 부각...농심, 식품 유통망 지원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 입력 : 2014-05-28 19:14:48

   
▲ 제주 삼다수 광고

제주삼다수는 생수시장에서 16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객 선호도와 만족도에서도 늘 1위를 놓치지 않는다.

삼다수는 생수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무렵인 1998년 출시됐다. 당시 시장은 뚜렷한 강자없이 여러 브랜드들이 난립하고 있었다. 삼다수는 유통강자 농심을 등에 업고 적극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제주도의 깨끗한 이미지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제주도에서 직접 관리하는 지역사업이라는 점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은 원인으로 꼽힌다.

◆ 농심의 유통망으로 초반 인지도 높여

농심이 보유한 유통망은 초기 삼다수의 인지도를 높인 일등공신이다. 법으로 생수의 TV광고가 금지돼 있던 당시 상황에서 생수의 인지도는 제품을 자주 접할수록 높아졌다. 라면시장 1위를 자랑하던 농심의 유통망 덕분에 삼다수는 순식간에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 소비자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원래 생수판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었다. 88서울올림픽 때 한국 물을 꺼려할 수 있는 외국선수들을 위해 생수판매가 일시적으로 허용됐다. 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생수판매는 금지됐다. 당시 정부는 수돗물 공급 최우선 정책을 펴고 있었다. 또 마시는 물까지 팔기 시작하면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생수 판매업자들의 항의가 계속됐고 1994년 마침내 “생수판매 금지조처는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행복추구권)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다. 정부는 1995년 ‘먹는물관리법’을 제정해 생수판매를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생수시장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허가받지 않은 여러 중소업체들이 계곡물을 그대로 떠서 페트병에 담아 판매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시장진출을 꺼렸다.

삼다수는 이때 시장에 등장했다. 농심의 공격적 마케팅은 절대강자가 없던 생수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삼다수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생수는 부피가 크고 무거워 물류비가 많이 든다. 이 때문에 탄탄한 유통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생수 제조업체 중 30여 개 중소업체는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다른 업체에 납품만 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생수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수백 개씩 지역 대리점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가격덤핑, 물량지원 경쟁을 벌였다.

농심은 라면시장 1위 기업으로서 구축해놓았던 영업력과 유통망을 활용했다. 농심의 목표는 삼다수를 최대한 많은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덕분에 농심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도 삼다수를 구할 수 있었다.

삼다수를 매장에 진열하기 위해 농심은 라면 등 농심의 주력 제품을 이용했다. 낮은 가격의 삼다수를 끼워팔기식으로 매장에 집어넣었다.

또 농심은 당시 법으로 금지돼 있던 지상파 TV광고를 제외한 다른 매체에 적극적으로 광고를 실었다. 시간이 지나 삼다수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후 농심은 삼다수의 판매가와 공급가를 단계적으로 인상해 나갔다.

◆ 제주도에서 온 물, 다른 생수와 확실한 차별화

삼다수는 국내 유일의 화산암반수라는 점에서 다른 생수와 확실한 차별화를 꾀할 수 있었다. 화산암반수 특유의 맛은 삼다수의 강점이 됐다. 삼다수는 다른 생수처럼 인위적 여과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물맛이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소비자들도 삼다수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맛’을 가장 많이 꼽고 있다.

맛의 미세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에게도 제주도에서 온 물이라는 점은 크게 다가갔다. 제주도의 자연경관에서 떠오르는 깨끗한 이미지가 삼다수에 그대로 전해졌다. 광고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다.
 
제주도에서 오기 때문에 물류비가 더해져 다른 생수보다 조금 비싼 가격으로 책정됐지만 오히려 프리미엄 생수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믿을 수 있는 물’이라는 점도 삼다수의 인기에 한몫했다. 삼다수는 공기업이 직접 관리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다. 삼다수를 관리하는 제주도개발공사는 제주도가 전액 출자한 지방공기업이다.

삼다수는 까다로운 수질검사를 자처해서 받았고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한창 높아지던 상황에서 까다로운 수질검사를 통과한 검증받은 물이라는 점은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삼다수는 국내 생수의 수질기준은 물론 세계 각국의 까다로운 수질기준까지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청과 일본 노동후생성의 수질검사를 매년 받고있다. 2008년부터 미국 국립위생협회의 품질인증 검사도 해마다 받는다. 전문가가 삼다수 공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실사하고 미국 위생기준에 따라 엄격히 심사한 후 품질을 인증한다.

삼다수 공정과정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도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였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제주의 청정이미지로 대변되는 삼다수를 널리 홍보하기 위해 공정과정을 일반에 개방하고 있는데 견학자가 한해 30만 명을 웃돌고 있다.

   
▲ 예전의 제주 삼다수 공항 광고

◆ 선거판을 좌우하는 삼다수의 파급력

삼다수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주도개발공사는 1995년 출범했다. 출범 초기 매출액 3억3천만 원, 당기순이익 5700만 원, 직원 19명이었던 제주개발공사는 2013년 매출액 1911억 원, 당기순이익 412억, 직원 440명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이 성장을 이끈 것은 물론 삼다수다. 삼다수 판매를 통해 제주도개발공사가 19년 동안 이룬 당기순이익은 2320억 원이나 되며 이 가운데 1328억(57%)를 도민에게 환원했다. 1160억 원은 제주도로 배당해 주민숙원사업에 사용됐고, 자체적으로 168억 원을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경제효과가 크다보니 선거철만 되면 삼다수가 거론된다. 올해 제주도지사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신구범 후보는 자신이 도지사 시절 삼다수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의 정책에도 삼다수 발전방안이 가장 먼저 거론될 정도로 제주도 내에서 삼다수의 영향력은 크다.

2012년 삼다수의 유통권이 농심에서 광동제약으로 넘어가면서 두 기업의 희비가 명확하게 갈리기도 했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전체 제약회사 중 7위를 기록했다. 1963년 창업 이후 10위권 안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매출증가는 삼다수가 이끌었다. 전체 매출 중 26.9%인 1257억 원을 차지했다.

반면 농심은 매년 2천억 원가량의 매출을 책임졌던 삼다수가 떠나면서 전체매출의 4.1%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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