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2’ 수요 기대 이하, 메타버스 시장 성장성에 의문

▲ 가상현실 헤드셋 '플레이스테이션 VR2' 수요 부진으로 소니가 판매량 예상치를 크게 낮췄다는 보도가 나왔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2 제품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니가 게임콘솔 ‘플레이스테이션5’ 전용으로 출시하는 가상현실 헤드셋 플레이스테이션 VR2(PSVR2)의 판매량 예상치를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플레이스테이션 전용 게임을 킬러콘텐츠로 앞세우고 있는 소니마저 가상현실 분야에 성공 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려워지며 메타버스 시장 전반의 성장성과 관련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31일 블룸버그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내놓은 보도에 따르면 소니는 2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PSVR2의 1분기 판매량 예상치를 100만 대 수준으로 조정했다.

블룸버그는 소니가 PSVR2의 사전 예약주문 건수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점을 반영해 판매 전망치를 기존 200만 대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PSVR2는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4 전용으로 발매한 PSVR 이후 약 6년 반만에 내놓는 신제품이다.

플레이스테이션5와 연결하면 가상현실 환경 기반의 게임을 이용할 수 있고 20종 이상의 전용 게임도 개발되고 있다.

제품 사양도 이전작 대비 크게 개선됐다. 최대 4K급 해상도를 구현하는 올레드패널이 탑재됐고 사용자의 눈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치, 신형 컨트롤러 등이 추가됐다.

소니는 2022년 초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2022에서 PSVR2를 처음 공개하며 기술 경쟁력에 강한 자신을 보였다. 실제 판매를 시작하기까지 1년이 넘는 충분한 준비 기간도 거쳤다.

그럼에도 PSVR2 판매량 목표치를 절반으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결국 가상현실 시장 자체의 성장성을 향한 회의적 시각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블룸버그는 “가상현실 시장은 급격하게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며 “PSVR2 수요 부진은 이런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2’ 수요 기대 이하, 메타버스 시장 성장성에 의문

▲ PSVR2 전용으로 개발되는 게임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게임 이미지.

소니의 가상현실 헤드셋은 확실한 킬러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메타버스 시장에 진출하는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뚜렷한 장점을 보이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가 전 세계의 스테디셀러로 게임 이용자들에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가상현실 기반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임 역시 충분한 잠재 수요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회사 이름을 바꾼 메타가 자체 가상현실 헤드셋 ‘퀘스트’ 시리즈에서 수요를 창출할 만한 뚜렷한 콘텐츠를 앞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상반된다.

애플 역시 이르면 올해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AR) 콘텐츠를 동시에 구동할 수 있는 헤드셋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지만 어떤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선보일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PSVR2가 가상현실 시장에서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던 상황에서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메타버스 시장 전체에 부정적 전망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게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니가 올해 2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예상하고 있는 PSVR2 판매량도 150만 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소니가 당초 세우고 있던 올해 1분기 판매 예상치의 1.5배에 그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PSVR2 판매가격이 549달러로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을 수요 부진에 이유로 꼽았다. 플레이스테이션5 가격이 399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본체보다 액세서리 제품의 가격이 더 높다.

메타의 퀘스트 헤드셋이 자체 플랫폼은 물론 PC와 호환되는 것과 달리 PSVR2는 플레이스테이션5와 연결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게임 종류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외부 개발사들이 PSVR2 전용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제품 경쟁력이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초기 판매량이 부진해 수요가 불확실한 플랫폼을 위해 게임 개발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새 콘텐츠를 출시할 이유는 크지 않다.

블룸버그는 UBS증권 분석을 인용해 “현재 출시되는 헤드셋 형태 제품은 사용이 불편해 매일 이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판매량도 보장되지 않아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에 충분한 매력이 느껴지기도 어렵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